지난 20일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실에서 주관한 ‘종합편성채널 정상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자리에선 종편의 정상화를 위해 지금까지 주어진 각종 특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종편은 KBS1과 EBS처럼 의무 재송신 대상이며, 지상파와 가까운 앞 번호 대, 소위 ‘황금채널’도 갖고 있으며, 광고도 코바코를 거치지 않고 직접 팔 수 있다. 방송발전기금 또한 유예되고 있다.

특혜를 없애면 종편이 정상화된다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현재 플랫폼 상 지상파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종편은 규제 또한 지상파와 같아야 하며, 방송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능력이 부족한 사업자는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도태 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종편의 개수는 많은데 광고는 한정되어 있는 상황이 반영된 논리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선 2014년 3월에 있을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편성비율 고시 △외주제작물 편성 비율 및 공정거래 강화 △선택적 의무전송 △종편 승인조건의 철저한 점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방통위 고시에 따른 편성규제를 보면 종편은 주시청시간대 편성에서 특정분야 프로그램이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엄격해진 평가를 통과한 종편은 처음 도입 당시의 기대대로 ‘종합편성’을 하며 ‘정상화’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 경우 종편이 과연 정상화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종편은 2009년 신방겸영을 허용하는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에 의해 불법적으로 탄생한 것으로, 조중동 언론권력과 이명박 정부의 정치권력이 결탁한 정략적 작품이므로 원천적으로 무효다. 또한 종편 보도의 ‘저급함’은 지난 대선을 거치며 확인했다. 설령 시장논리에 의해 1~2개의 경쟁력 있는 종편이 살아남더라도, ‘태생적 한계’와 ‘불공정성’의 문제가 정상화의 걸림돌로 남는 것이다.

   
▲ 종편채널 4사 로고.
 

하지만 ‘태생적 한계’ 논리는 이제 그 효용성을 다했다. 운동단체의 구호로는 가능하지만 더 이상 시민들을 설득하기엔 어려운 주장이다. 현재는 좋든 싫든 종편을 하나의 방송사업자로 인정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종편의 생존여부는 시청자가 결정할 수밖에 없다.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주장보다는 종편의 불공정성이나 특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주는 것이 좀 더 유의미한 전략이 될 수 도 있다.

문제는 ‘불공정성’이다. 아무리 KBS·MBC의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이 무너졌다고 해도, 불공정성을 언론 일반의 문제로 보더라도, 종편의 불공정성은 ‘도’를 넘었다. 최근 새 정부 인사검증에서 유의미한 보도를 했다고는 하지만, 몇 몇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치평론가와 극우인사들이 여기저기서 떠드는 이야기는 입장 또는 견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러나 밖에서 아무리 불공정성을 비판해봤자 답은 안 나온다.

종편의 정상화는 종편이 편성과 보도에서 다양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주체는 명확하다. 종편을 정상화해야 할 주체는 종편에 종사하고 있는 언론인들 자신이다. 종편 언론인들 스스로 PD협회나 기자협회, 노동조합 등을 통해 보도·편성의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해야 한다.

JTBC PD 중 누구는 MBC PD 시절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위해 파업에 참여했었다. TV조선 기자 중 누구는 YTN 기자 시절 ‘낙하산’ 구본홍 전 사장에 반대하며 공정방송투쟁에 동참했었다. 이들이 갑자기 사상을 바꿔 타사로 옮긴 것은 아니다. 현재 종편 언론인들은 협회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전국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도 아니어서 언론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내부투쟁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 한 행사장에서 채널A 취재진의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하지만 종편 언론인들이 자사의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스스로 연대를 조직해 내부에서 저항해 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KBS와 MBC는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 방송민주화 운동을 시작했다. 물론 사주의 영향력이 강한 종편에서 적극적인 노조활동이나 견제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사실이 종편 언론인들에게 ‘면죄부’를 줄 순 없다.

변화는 가능하다. 언젠가 소주잔을 함께 기울였던 JTBC 관계자는 “조중동 신문프레임으로는 방송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번은 채널A 기자인 친구와 햄버거를 먹는데 “보도 비중이 너무 높아서 기자들이 다들 힘들어 한다. 정말 집중해서 잘 만들고 싶은데…”라고 말했다. 수개월 전에는 제보를 통해 TV조선의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와 열악한 노동환경을 들었다. 노조나 협회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종편 언론인의 근무환경은 분명 나아질 것이다.

지금처럼 공영방송이 권력의 확성기로 전락하고 시사프로가 실종해버린 상황에 반비례해 종편의 위상은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이 경우는 종편이 하기 나름이다. 언론운동진영은 종편탄생의 위법성을 계속해서 지적하는 한편 모니터링을 통한 감시를 통해 종편을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견인하고 종편 언론인의 내부 견제를 적극 지원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