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서 특정후보에게 ‘유리했다’ 또는 ‘불리했다’는 주장은 없다. (보고서는) 오히려 이번 대선보도에서 KBS는 형식적, 기계적 공정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했다.” 18대 대선보도 공정성 연구결과에 대한 KBS의 공식입장이다. KBS의 주장은 타당할까.

KBS방송문화연구소가 KBS옴부즈맨으로 활동한 교수진에게 의뢰한 이번 연구는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이전 100일 간의 KBS <뉴스9> 대선보도를 모집단으로 설정, 364건의 뉴스를 분석했다.

그 결과 양적 균형은 맞춰졌다는 평가다. 대선관련 보도 분량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05초,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1913초,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011초로 나타났다. 3자 구도이던 2012년 9월 19일부터 11월 23일(안철수 사퇴)까지의 시기는 박 후보 881초, 문 후보 940초, 안 후보 910초로 나타났다. 보도의 구체적 내용에선 차이가 드러났다. 연구진이 리포트의 자료화면 여부를 분석한 결과 박 후보만 다룬 58건의 리포트 중 31건에 자료 화면이 있었다. 반면 문 후보만 다룬 43건의 리포트 중 자료 화면은 17건이었다.

앵커의 보도태도도 달랐다. 3자구도 당시 앵커의 부정적 보도태도는 25.8%를 나타냈다. 안 후보 사퇴 이후 양자구도에서 부정적 보도태도는 6.8%로 급감했다. 이는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언론의 보도태도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후보자별 앵커 보도태도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전체 박 후보 보도의 8.6%(58건 중 5건)에 그쳤던 반면, 문재인+안철수 후보 보도의 경우 부정적 태도가 전체의 60%(30건 중 18건)에 달했다. 리포터의 보도태도 역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경우 46.7%가 부정적이었던 반면, 박 후보는 부정적 보도태도가 5.2%에 불과했다.
 

   
대선 기간 중 보도된 KBS ‛뉴스9’의 화면 캡처.
 

이를 두고 KBS는 “문재인+안철수 보도에 대한 부정적 비율이 높다는 주장은 당시 두 후보 간 단일화 공방 속에서 단일화 피로감 및 방식에 있어 여론의 부정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지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사회적으로 단일화 피로감이 있었다는 점은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정적 보도태도의 격차를 온전히 설명하긴 어렵다.

화면 영상에서도 후보 간 차이가 드러났다. 연구진은 “장면을 가까이 비추는 클로즈샷은 박 후보에게 많이 사용된 데 비해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는 미디엄 샷은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많이 사용되었다. 표정도 박 후보는 웃는 모습이 가장 많은 가운데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경직된 모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KBS는 “개별 아이템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전체적인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연구진은 “KBS가 각 후보자나 정당이 구축한 프레임을 단순히 전달하는 경향성이 매우 높은데 반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레임을 제시하지 못해 단순히 후보자 캠프가 구축한 프레임을 중계방송 하듯이 사실을 피상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의 대선보도 대부분이 형식적 차원에서 스트레이트성 기사가 많았다. 선거의제 개발, 후보자 평가, 정책검증 등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규범을 수행하는데 성공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영상요소의 공정성에 대한 가치와 규범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KBS의 대선보도가 공영방송으로서 부족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KBS 새노조는 “지난 대선 보도를 모니터 하면서 시민의 정치적 참여를 감소시키는 소극적 보도, 정당이나 후보의 의제에 끌려 다니는 경마식 보도, 박근혜 후보에게 의도적으로 유리하게 편집되고 있는 화면 구성 등 불공정 요소를 지적해왔는데 이번 분석은 노조가 갖고 있던 문제의식과 거의 일치했다”고 밝혔다.

반면 KBS는 이번 보고서가 보도의 불공정성을 인정했다는 비판에 대해 “저널리즘 일반원칙이 아니라 정파적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해 KBS기자협회가 불공정보도에 항의하며 선거를 2주 남긴 시점에서 초유의 제작거부를 결의했던 만큼 사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KBS 주장대로라면 대선 당시 기자들의 상당수가 정파적 목적에 의해 정치적 행동에 나선 것과 다를 바 없다.

거듭되는 해명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대선 보도량의 ‘급감’이다. 연구진은 “선거 보도량은 선거 의제 개발, 유권자의 정치참여 등에 영향을 미치는데 16대, 17대 대선에 견주어 이번 18대 대선보도의 보도량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또한 “심층보도를 할 수 있는 시사프로에서 대선이슈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선거는 좋은 후보를 뽑는 것 외에도 선거를 통해 정치적 의식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는데 KBS를 비롯한 언론이 이 같은 책임을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김서중 회장은 KBS가 기계적 공정성을 지켜냈다는 반박에 대해선 “기계적 균형을 강조한다고 불공정 보도를 면피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 역시 “기계적 공정성이 보도의 절대선이 될 수 없다. KBS는 과연 최선의 보도를 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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