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박근혜 정부의 홍보수석에 이남기 SBS홀딩스 사장이 내정된 것과 관련해 언론·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전국언론노조 SBS본부(SBS노조) 등 사내 후배들 역시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이명박 정부의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최금락 홍보수석에 이어 새 정부에도 SBS 출신이 진출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로 SBS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SBS노조는 이날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 내정에 대해'란 논평을 내고 “하 실장과 최 수석, 그리고 이 내정자까지 모두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에 영입되는 사례를 남겼다”며 “보수 정권의 보좌진으로 잇따라 영입되고 있는 SBS 임원들의 모습은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SBS 출신들이 잇따라 청와대 주요 보직을 맡으면서 불필요한 오해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SBS 조직원들이 대선 공정보도를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을 때, 사익을 위해 뒤로 특정 정치세력과 의견을 조율했다면 이는 후배들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박근혜 당선인측이 SBS 출신을 통해 SBS의 공정방송·공정보도의 기조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려 한다면 SBS 조직원들과 즉각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단호히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 서울 목동 SBS 본사.
이치열 기자 truth710@
 
 
최호원 SBS노조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하금열 실장과 최금락 수석은 정권 말에 청와대 요직으로 가서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를 수 있다”며 “이 내정자는 아직 정권 초기이므로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충분히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회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부장급 이상 간부 중에는 올해 주파수 문제 등 방송 이슈 관련해서 SBS의 목소리를 청와대까지 전달할 수 있는 루트가 생겼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면서 “회사 내부 분위기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으려는 기조가 조직원들 사이에서 강화돼 정권 초기라도 압력을 행사한다면 내부 반발이 세질 테고 조직적 행동이 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수택 SBS 논설위원은 “언론인이 정권에 진출하는 것 공적인 국사에 참여하기 위한 직업선택의 자유로 볼 수도 있지만 언론의 관점에서 보면 아름답지 않다”며 “정권과 권력은 언론의 감시 대상이지 협력과 참여의 대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논설위원은 또 “우리가 줄을 대고 있어야 할 것은 권력에 대한 관찰과 감시의 줄이지 권력의 부름에 끌려가는 에스컬레이터의 줄이 아니다”며 “그렇게 하려면 적어도 1~2년 전에 미리 옷을 벗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나가는 게 맞지, 옷을 벗기도 전에 현직에 소속돼 있으면서 권력의 부름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최호원 위원장은 최근 SBS의 보도가 박근혜 정권의 개각이나 인선에 검증보다는 전달에 치중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검증 보도 취약한 점은 SBS 보도국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 약점”이라면서 “박근혜 정부를 유독 봐준 건 아니고 이명박, 노무현 정부 때도 검증 보도를 엄정하게 하지 못했고,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이번 대선 선거 구도에서 KBS나 MBC보다는 SBS 보도가 조금 나은 보도긴 했지만 대선 이후 점점 과거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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