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북핵문제에 있어 가장 호전적인 언론사로 분류되지만 핵무장론은 쉽게 꺼내들지 않고 있다. 대신 13일자 기사에서 “외교적 수단의 효용은 이제 다했다”고 짚은 뒤 “역대 우리 정부는 대대로 북을 붕괴시킬 의도가 없다고 해왔지만 북한의 핵보유국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마당에 그런 여유를 부릴 수는 없다”며 강경대응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조선은 “대북제재가 실효성이 없다면 북한의 정권 교체를 겨냥한 정책을 집행하는 일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고 전한 뒤 “대북 제재의 실효성 여부는 북에 들어가는 3대 전략 물자(곡물, 원유, 코크스탄)를 틀어막을 수 있도록 중국을 설득하는 데 달렸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압박’을 구사하고 있다. 13일엔 “중국의 북한 감싸기는 일본에 핵을 비롯한 재무장 구실을 줌으로써 중국의 이익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14일엔 “중국의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평양을 미친개에 비유하며 중국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는 홍콩 외신보도를 전했다.

15일자에서도 ‘중국 때리기’는 이어졌다. 조선은 “중국은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도 식량과 석유를 원조하는 등 산소호흡기를 달아줬다. 북한은 자가당착에 빠진 중국을 십분 활용했다. 중국의 북한감싸기가 결과적으로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형국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내에서 중국의 북핵 정책이 실패했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 포털사이트 ‘텅쉰’이 진행 중인 여론 조사에서 누리꾼의 약 70%가 ‘북한 핵 보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반북여론을 강조했다. 북한 장송곡이 중국에서 인기라고도 전했다.

   
▲ 조선일보 2월 16일자 5면 기사.
 

16일 기사에선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미국 MD(미사일방어)체제 참여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MD체제로 한반도 인근 해상에 미국의 요격미사일이 배치되면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궤도에 오르기 전 요격될 수 있다. 이 같은 보도는 중국에 대한 ‘협박’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이를 두고 안정식 SBS북한전문기자(북한학 박사)는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대안인지는 의문”이라고 전한 뒤 “우리가 바라는 한반도의 미래가 중국이 우려하는 식의 방향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조할 수밖에 없는 공동패권시대에서 한국은 미·중 이해관계의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반북여론 확산에 의한 중국의 대북제재 압박과 더불어 한국 정부차원에서 북한민주화를 추동시켜 체제를 붕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13일 보도에서 “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과 같은 민주화 시위가 북한에서 대규모로 조직될 수 있도록 북한 내부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은 북한에 간첩을 보내 대북공작을 확산시키라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조선은 “북한 전역에 300개가 넘는 장마당을 정권 불복종 운동의 불쏘시개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며 전직 정부 고위 관료 발언을 통해 “장마당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은 대북심리전의 예로 일기예보처럼 남한체제의 우월성을 절감케 하는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18일 ‘강천석 칼럼’에선 “당선인이 가진 절대무기는 ‘북한 민주화 폭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조선은 한국 국민들의 ‘호전성’을 주문하기도 했다. 조선은 “이스라엘의 공격불사 전략이 이란의 핵개발을 주춤하게 했다”고 전하며 “이스라엘의 강점은 국민들이 국가의 생존을 위해 언제든 전쟁에 나설 각오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강점은 역설적으로 이스라엘이 핵보유국이란 사실에 있다.

한편 조선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조선은 15일 보도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 능력을 과소평가했고 노무현 정부에선 아예 북한 핵을 두둔하는 정서마저 팽배했다”고 보도했다. 16일에는 “DJ·盧측 인사들은 북핵 오판을 단 한명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햇볕정책 지지자들의 발언을 상세히 전했다. 반면 임기 중 두 번이나 북한 핵실험 위기를 초래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은 눈에 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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