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네이버에서 뉴스를 봐서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뭔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오는 3월 1일 뉴스스탠드 전면시행을 보름 앞둔 2월 15일 현재 각 언론사들은 뉴스캐스트와 뉴스스탠드 편집을 병행하고 있다. 뉴스스탠드는 독자가 언론사별로 마이뉴스를 설정, 기사를 검색하게 만들어 언론사 스스로 ‘문제적’ 기사를 줄여나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각 언론사별 뉴스스탠스 톱기사를 훑어봤더니 사회적으로 주요하게 다뤄야 할 현안은 다루지 않고 현안과 동떨어진 이슈들을 주로 배치하거나 조회 수를 의식한 자극적인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2월 15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네이버 뉴스스탠드에 등록된 51개의 언론사 메인 페이지를 검색해본 결과 YTN의 톱기사는 <대단한 주차실력?…김사장이 나타났다!>였다. 해당 기사에서 앵커는 “김여사가 아닌 대단한 김사장이 나타났다고 누리꾼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붕과 담벼락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차. 어떻게 저렇게 주차를 할 수 있었을까요?”라고 말했다.

SBS는 눈에 띄는 엑스레이 사진을 걸고 <허리 10도 이상 휜 척추측만증 청소년들 왜?>라는 기사를 톱으로 올렸다. MBC는 <감사받는 한식세계화…혈세만 펑펑?>이었다. 기사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하더라도 북핵문제나 노회찬 전 의원의 유죄 등 각종 사회이슈의 경중을 따져볼 때 의아할 수 밖에 없는 아이템들이다.

   
▲ 15일 오후 YTN 뉴스스탠드 화면.
 

 

   
▲ 15일 오후 SBS 뉴스스탠드 화면.
 

낚시성 기사의 정도도 심했다. 헤럴드경제의 톱기사는 <“아동포르노를 봐?” 격분한 아내, 왕년의 농구스타를…>이었고, 파이낸셜뉴스 톱기사는 <소개팅 최악 매너 2위 노골적 질문, 1위?>, 아시아경제 톱기사는 <싸이 故임윤택 장례비용 얼마를 냈길래>였다.

한국경제TV는 <블레이드 러너 여자친구 사살-계획된 범행?>이 톱기사였고, 한국경제는 <언플? 위상? 빌보드 K팝 차트의 현주소>, 서울경제는 <너무 비싼 영화관 물가…씁쓸>이 톱에 올라있었다. 앞서 언급한 언론사들이 경제지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톱기사와 매체와의 거리감이 크다.

다른 언론사의 톱기사들은 어떨까. 조선일보는 <“술에 취하면 짠 맛 못 느낀다”는 말, 실험해 보니>였고, 동아일보는 <8살, 7살 동거녀 두 딸 3년간 성폭행 ‘경악’>, 국민일보는 <지드래곤, 高음악 교과서에 실렸다더니…표절 논란으로 망신>, 세계일보는 <30대女, 10대와의 성관계 사실 숨기려고>가 톱기사였다.

중앙일보의 경우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뉴스스탠드 하단에 연예인의 인물사진기사를 배치했다. 기사 제목은 <황정음, 너무 짧은 하의실종 ‘헉’>, <속옷모델 된 전효성, 환상 볼률감>, <강예빈, ‘후끈’ 파자마 파티 연다>, <한효주, 몽환적 올 망사시스루룩>, <김희선, 파격 그물치마…속 보일라>등이었다. 연예매체가 아니지만 연예 면을 뉴스스탠드에 주요하게 배치한 곳은 중앙일보 외에도 여럿 있다.

   
▲ 15일자 조선일보 뉴스스탠드 화면.
 
   
▲ 15일자 중앙일보 뉴스스탠드 화면.
 

심지어 영자신문인 THE KOREA TIMES(코리아타임즈)의 톱기사는 “영국인의 20%는 하루 중 하는 운동이 성관계 때 뿐”이라는 내용이었다.

예전부터 포털사이트의 자극적이고 맥락없는 낚시성 기사는 큰 문제였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조회수만을 노리는 온라인 기사는 언론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해보자며 나온 것이 뉴스스탠드다.

유봉석 NHN 미디어서비스실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못된 언론사 퇴출, 독자들에게 맡깁니다)에서 “뉴스스탠드를 도입한 뒤에도 선정적인 편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언론사들의 자정작용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MY뉴스 설정이 늘어나고 기본형 언론사를 다시 설정하는 시점이 다가오면 언론사들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이버의 전망과 달리 뉴스스탠드로 전면 개편되는 3월 1일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언론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기사들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뉴스캐스트와 뉴스스탠드로 병행 운영되는 현재, 대다수의 언론이 트래픽 하락을 겪고 있으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낚시성 기사를 더욱 늘릴 테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부장은 “독자들 클릭을 끌어내기 위해 비주얼한 연예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하는 언론사들이 많은데 뉴스캐스트가 종료되고 나면 선정성 경쟁이 더욱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뉴스스탠드는 언론사들의 ‘선의’에 기대는 모델이지만, 언론사에겐 선의는 없고 오직 수익창출만 있을 뿐이어서 전망은 어둡다. 네이버 방문자는 하루 평균 2000만 명이다. 어느 학자의 지적처럼 국민의 절반 가량이 “표류적 뉴스 읽기”에 빠져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사는 모양새다. 무엇이 내게 중요한 뉴스인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뉴스타파>의 회원수가 27,000명으로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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