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와 제재 경고에도 불구하고 12일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달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한 대북제재 결의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 등이 있을 경우 북한에 대한 ‘중대한 조치’를 예고한 터다.

‘중대한 조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와 내용이 될지는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지만, 예전과 다른 차원의 ‘초강력 제재’가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중대한 조치’ 결의에는 중국도 동의했으니 대북제재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겠는가.

특히 미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 차원은 물론 자체적으로도 모든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북한에게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입장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도 북한에게 비핵화 약속을 지키라며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취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에는 중국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미국이 끝까지 적대적으로 나오면 보다 강도 높은 제2, 제3의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유엔의 제재 강도에 따라 북한의 추가 대응이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 달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가 나오자 ‘물리적 대응조치’, ‘높은 수준의 핵실험’ 등을 거론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지난 2006년 10월 미국의 군사전문지 '글로벌 시큐리티'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의 1차 핵실험 가능 지역으로 주목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주변을 촬영한 지오아이 위성사진.
©연합뉴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는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의 경제사정에 큰 압박이 될 게 뻔하다. 그럼에도 북한은 왜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나섰을까.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의도와 논리, 배경을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1974년 3월 처음으로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했다. 이후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북한의 체제 유지를 위한 전략이었다.

특히 냉전이 해소되고 1990년대 초 한·소 및 한·중 수교로 국제적 고립에 빠진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 무시’는 이처럼 오래 전부터 지속된 정책이었다. 김정일의 등장과 함께 ‘벼랑끝 전술’이 시작됐다.

미국이 가장 금기로 여기는 핵무기 개발 카드로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자는 의도였다. 1990년대 초 제1차 북한핵 위기가 터지자 비로소 미국은 이에 관심을 갖고 북·미 대화관계가 이루어졌다.  

제1차 북핵 위기를 해소한 1994년 제네바 합의가 우여곡절 끝에 무산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결국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다.

문제는 제2차 북핵 위기의 성격이 제1차 때와 달라졌다는 점이다. 북한이 핵개발 문제를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 체제의 안전보장을 위한 군사적 수단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위협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성공적인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서 북한은 2006년 제1차에 이은, 2009년 2차 핵실험에서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기에 이르렀다. 이번 핵실험의 핵무기 위력은 6~7kt으로 추정되며 이전의 실험보다 발전했다는 평가다.
 

   
한겨레 2월 13일자 1면
 

북한의 3차 핵실험 징후는 지난 해 7월 ‘핵문제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힌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 때부터 나타났다. 이어 8월 발표된 외무성 비망록에서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계속하면 핵무기고가 확대 강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와 함께 “미국이 행동으로 용단을 보여준다면 언제든지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과의 대화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1월 21일치 <조선신보> 보도에서는 ‘핵문제와 관련한 최후통첩’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북한의 대미 대화 기조는 반년 간 계속됐다.

그러나 미국이 앞장선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오자 자신들의 대화 요구가 묵살당했다고 여겼을 북한은 1월 23일 외무성 성명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는 말로써가 아니라 힘으로 맞서야 한다”는 논리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위협과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맞대응 끝에 북한의 3차 핵실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유엔 제재-북한의 추가 대응-유엔 추가 제재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따라 한반도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촉구대로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을 신중한 행동과 지혜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북한이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경량화한 원자탄을 사용했다”는 주장은 대륙간 탄도 핵미사일 개발을 겨냥한 것으로 사실 여부를 떠나 예사로운 일이 결코 아니다. 이제 북핵 문제가 한반도 비핵화 논의 단계를 넘어선 게 엄혹한 현실이다.

한반도 위기가 그야말로 벼랑끝으로 내몰리기 전에 근본적인 전략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 나아가서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과거 냉전의 유산인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시킬 평화구상이 나와야 한다.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는 1950년 한반도 전쟁과 관련해 정전협정체제가 생긴 이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특히 2010년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신냉전 기류가 형성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 관계가 동북아 정세의 지배적 변수로 작용해 왔다.

정전협정체제가 평화협정체제로 전환되지 않고서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안정은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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