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에 나섰다. 언론은 핵실험 과정, 북한의 핵기술 수준, 향후 남북관계 전망, 미국·일본·중국의 반응, 전문가 분석, 정부 대응,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분석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북한의 핵실험이 “동북아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며 비판한 뒤 이번 핵실험의 정치적 의미를 짚었다.

이런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상대적으로 평화적 해결방안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사실상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 상황에서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강도높은 대응을 주문했다. 다음은 13일자 종합일간지의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북 3차 핵실험…폭발력 6~7kt, 히로시마 원폭 절반 수준>
국민일보 <北, 3차 핵실험 강행 中도 못 말린 도발…한반도 격랑>
동아일보 <北 3차 핵실험…20년 비핵화정책 총체적 실패>
서울신문 <北 3차 핵실험…파괴력 히로시마 핵폭탄의 절반>
세계일보 <北, 3차 핵실험…국정원 “소형화 성공 못해”>
조선일보 <북핵 게임의 틀 급변…‘核그늘’로 들어가는 한국>
중앙일보 <비핵화 넘어설 새 대북정책 짜자>
한겨레 <북 3차 핵실험…“미 끝까지 적대 땐 제2, 제3 대응조치”
한국일보 <김정은의 核도박…추가 핵실험 위협>

북한 핵실험으로 격랑에 빠진 한반도 

   
▲ 서울신문 3면 기사.
 

한국 기상청은 12일 오전 11시57분50초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실체파 규모(Mb) 4.9의 인공지진을 감지하면서 정부의 대응이 본격화됐다. 지진파 감지 직후 상황을 보고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오후 1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오후 2시43분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제3차 지하핵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공지진이 감지된 지 2시간40여분 만이었다. 핵기술의 발전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실험의 파괴력은 6~7kt(킬로톤)으로,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핵폭탄 위력(16kt)의 절반 수준이다. 1kt은 TNT 1000t을 터뜨렸을 때의 폭발력을 의미한다.

북한은 2006년 1차, 2009년 2차 핵실험 때도 장거리 로켓 발사→유엔 대북제재 결의→핵실험→유엔 대북제재 강화→북·미 대화 재개로 벼랑 끝 외교전을 펼치며 핵의 ‘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했다. 김정은 시대의 첫 핵실험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과거 패턴을 그대로 승계한 모습이다.

국방부는 지진파가 감지된 직후 군사대비태세를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고, 한·미연합군사령부도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3단계에서 2단계로 높였다. 워치콘 2단계는 북한의 도발위협이 심각한 상황으로, 한·미 양국은 대북 감시, 분석활동을 강화하는 등 비상태세로 돌입하게 된다. 이 대통령은 13일 0시1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 한겨레 1면 기사.
 

남북관계, 공포의 논리가 지배하게 될까 

언론은 이번 핵실험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국민일보는 “그동안 어느 편으로도 기울지 않던 남북 간 전력의 무게추가 북한 쪽으로 다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더라도 남북한 간에 군사적 불균형은 야기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밝힌 뒤 “한·미 연합전력을 업은 남한 군사력은 북한에 비해 월등하다”고 전했다.

경향은 그러나 “국내에서 안보 불안 여론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처럼 ‘핵무장론’이 재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핵 보유는 핵 도미노를 막아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 결코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잠재적 한·미 간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한반도가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치킨게임’의 상황에 또다시 놓였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북한이 예고한 대로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처럼, 유엔 또한 좀더 강한 제재에 나설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은 ‘누가 더 위협을 두려워할까’라는 대결과 공포의 논리가 지배하는 위기 국면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도 “이번 실험이 고농축우라늄에 의한 저출력 핵실험으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을 양산하는 체제에 들어간다면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신문은 “향후 5년간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당분간 남북관계는 표류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착수 시점도 찾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가 물 건너가는 양상이어서 현실적으로 ‘안보’가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조중동, “비핵화 전제된 대북외교 새 틀 짜야”

조중동은 타 언론에 비해 다소 격양된 모습이었다. 동아일보는 “1992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휴지 조각이 됐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협상으로 북한을 바꿀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남한에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개발을 통한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이 취할 양자 제재는 금융, 해운분야에 집중될 것”이라 밝혔다.

조선일보는 북한이 실험한 폭약의 위력이면 “서울에 떨어질 경우 2개월 내에 2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북한이 스커드‧노동 등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소형화에 성공하면 위협차원이 달라진다. 현재 우리 군엔 제대로 된 요격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은 “중국의 북한감싸기는 일본에 핵을 비롯한 재무장 구실을 줌으로써 중국의 이익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조선은 “북핵문제의 해법은 북한 정권이 위태로움을 느낄 수준의 징벌적 제재를 가하든지, 북한 정권을 교체하든지 양자택일로 압축되고 있다”고 전한 뒤 “중국이 매년 북한에 제공하는 곡물, 원유, 코크스탄 등 3대 전략물자를 틀어막을 수 있도록 중국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선은 이어 “2011년 초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과 같은 민주화 시위가 북한에서 대규모로 조직될 수 있도록 북한 내부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북한 체제 붕괴 시나리오도 전했다. 

   
▲ 중앙일보 1면 기사.
 

중앙일보는 “북한핵 폐기를 전제로 한 대북정책은 어제로서 설 땅을 잃었다. 북한은 핵무기가 보장하는 대등한 입장에서 미국과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 김정은은 앞으로 더욱 굶주리게 될 북한 인민들에게는 북한이 핵 보유라는 위업을 달성했다고 선전해 체제 안정을 더욱 굳힐 수 있다. 중국의 분노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은 믿는다. 핵을 가진 북한에는 수많은 도발의 선택지가 열려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은 “모든 한반도 평화·안보 관련 대화의 패턴이 뿌리부터 바뀔 것”이라 강조한 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은 비핵화에만 매달린 결과 북한 핵무장도 못 막고 대화의 단절만 초래했다. 북한의 핵 보유는 기정사실로 굳어진다. 그래서 우리의 새 대북정책은 비핵화보다 훨씬 큰 틀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시야에 둔 정책이어야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문제라는 분모를 키워 북핵이라는 분자를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정책이 급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우선 “일본과의 관계를 복원해 작년에 서명하려다 실패한 군사정보 교류협정을 체결, 우리보다 앞선 일본의 북한 관련 군사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밝힌 뒤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절실한 것은 중국의 협력”이라 덧붙였다.

이 같은 보수 언론의 지적과 관련, 한겨레는 “(북한) 제재는 핵실험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고 위기 해결의 수단도 될 수 없다. 특히,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마찬가지로 핵 보유가 북한 안전을 확보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북한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는 없다. 중국이 적극적인 대북 봉쇄에 나선다면 북한도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에 직면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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