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씨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노리개>에서 한 거대 언론사 사주가 법정에 선다.

고 장자연씨 사건은 최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고 장자연씨 사건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 재판에서 고소인이자 증인자격으로 법원으로부터 출석명령을 통보받았지만 두번 연속 소환에 불응하면서 세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법원은 지난 8일 방 사장과 조선일보가 이종걸 의원 등을 상대로 낸 손배소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항소를 기각하는 한편,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장씨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허위 사실로 판단된다”고 밝혀 양측 모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영화 <노리개>는 현실에서 다투고 있는 고 장자연씨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조명을 받았다. <노리개>는 또한 현실에서와는 달리 언론사주가 '결정적 증거' 때문에 불가피하게 법정에 서게 되고 진실을 가린다는 설정 자체만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고 장자연씨
©연합뉴스
 

영화 <노리개> 최승호 감독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영화에 나오는 거물이라는 분은 실질적으로 언론사 사주로 설정이 돼 있다"며 "영화에서도 언론사 사주는 끝까지 법정에 안 나오다가 결정적 증거로 인해 결국 법정에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도 현실 법정에서 쟁점으로 다투고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언론사주가 법정에 나오는 설정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최 감독은 "처음 기획을 했을 때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정치인을 거악으로 설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획단계에서 제작사 대표와 협의해 우리 영화가 금기를 다루는 것이라며 끝까지 밀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언론사 사주를 법정에 세운다는 설정에 대해 "어떤 분한테는 문자가 왔는데 작두 타시냐고 하더라. 무리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싶었다"면서 "현실에서 불기소 되고 무혐의 결정이 난 것을 이해는 할 수 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을 법정에 세워봤을 때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나 스스로도 궁금했다. 현실에서 그들은 그물을 찢고 도망가는 거대한 물고기가 돼 버리지 않느냐"고 말했다.

영화 <노리개>는 이장호 기자가 정지희의 죽음과 연관돼 있는 정씨의 다이어리를 찾는 내용을 한 축으로 하고, 김미현 검사가 정씨가 남긴 마지막 문건 내용의 '이메일'을 단서로 법정 싸움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실에서 존재 여부를 다투고 있는 고 장자연씨 문건을 다이어리와 이메일이라는 영화적 장치로 설정한 셈이다.

최 감독은 김미현 검사 역에 대해 "극영화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로 과한 설정일 수도 있지만 김미현 검사는 과거 성적으로 아픔을 당했다고 설정했다"면서 "지금 위치에서는 검사지만 성범죄에 있어 반쪽인 여성의 열악한 처지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 영화 <노리개> 홍보영상 스틸 컷.
 

최 감독은 연예인을 만나 성성납 문제를 대해 집중 취재하기도 했다. 극영화라고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연예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기회는 한정돼 있는데 희생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싫어서 연예활동을 하고 나서 관둔 분들을 만났고, 캐스팅 된 배우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성접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술접대 강요가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들었다. (연예계 성성납 문제를 영화화한다고 하니)어떤 분은 고맙다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현실을 기초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제작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매니지먼트사에서 '이거 만들 수 있겠어요? 개봉할 수 있어요'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기본이고 괜히 발을 담갔다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많았다는 것이다.

최 감독은 "민감한 소재이기도 하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개봉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솔직히 외압이라는 부분보다는 제가 이런 소재를 만들 자격이 있는지, 유족에게 두 번의 상처를 주는 게 아닌가하는 상당한 중압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영화 <노리개> 최승호 감독
 

하지만 최 감독은 "하고 싶은 얘기를 하지 못한 사람들의 얘기를 대신해주고 싶었다"면서 "그녀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누군가는 받아 적어주고 누군가가 대신 얘기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누구나 고개를 둘리고 있으면 이런 시스템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 한명은 얘기를 해야 한다. 늦지 않게나마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연예인들이 다 그렇지 뭐 폄하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들도 무언가를 이루려고 했지만 수단과 방법, 사람을 잘못 만나서 막다른 선택을 한 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피커가 돼서 세상에 내놓고 싶었고 한편으론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노리개>는 '굿펀딩'을 통해 시민들의 개봉 지원 자금을 모으고 있다. 사회적인 소재의 영화인만큼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영화 개봉 열기를 모으기 위한 홍보 방식이다.

당초 2월 개봉을 목표로 잡았던 영화 <노리개>는 오는 4월 개봉 일자를 늦췄다. 한창 진행 중인 편집 후반 작업을 통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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