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4대 중증 질환과 관련, 지난 두 달 동안 3번이나 국민을 속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6일 4대 중증 질환 100% 국가 부담 공약에 3대 비급여 항목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박근혜 당선인이 공언했던 약속과 달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인수위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3가지 항목들은 처음부터 공약에 들어있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 정책공약집에는 ‘비급여진료비를 모두 포함해 총진료비를 건강보험으로 급여 추진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두 번째는 지난 대선후보 3차 TV 토론회에서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 부담에 대한 공약에 “100% 책임을 지겠다”고 확답했다. 문재인 후보가 선택진료비와 간병비를 포함한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도 전부 책임질 수 있겠냐고 거듭 되묻자 “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인수위는 또 “박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18일 보도자료에서 3대 비급여는 공약의 급여확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했지만 이 또한 앞뒤가 안 맞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성탄절인 12월 25일 서울 창신동의 쪽방촌과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4대 중증질환에 대해 국가가 비급여까지 100% 부담을 해서 병원비 때문에 걱정 안 하시도록 바꿔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이날 발언은 당선 후 공식적으로 복지공약 이행 의지를 밝힌 것이므로 인수위의 발표대로라면 박 당선인은 불과 두 달도 채 안 돼 국민과의 약속을 3번이나 저버린 셈이다.

   
▲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등 복지·노인단체 회원들은 7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공약을 지키라고 규탄했다.
@강성원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박 당선인은 공약을 아예 폐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3대 비급여 진료비를 국가 책임에서 제외한다면 4대 중증질환의 병원비 부담 해소를 위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또 “대형병원은 특진료, 상급병실료 등 비급여의 급여화를 반대하고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이 강화되면 민간의료보험 판매가 급락해 보험사들이 반발한다”며 “이들이 인수위를 방문해 로비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3대 핵심 비급여 진료비는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의 수입에 주로 해당하기 때문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와 같은 의료계에서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줄곧 반대해 왔다. 지난달 24일 사립대의료원협의회가 주최하고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후원으로 열린 '미래 의료정책 포럼'에서도 박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에 대해 성토하는 의료인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보험사들이 예산을 출연해 만든 보험연구원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4대 중증질환 무상 의료가 비급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없이 시행되면 보험료만 증가할 수 있다”며 “이 정책은 폐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종명 팀장은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용을 대주는 실손보험 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암 보험의 가입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암과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등 중증질환을 보장하는 CI보험의 판매도 당연히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당초 박 당선인의 공약으로 민영보험의 담보범위가 축소되면 지급보험금이 감소해 보험료 인하 요인이 생기고 민영의료보험 시장도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 내부에서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에 대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노년유니온 등 복지·노인단체 회원들은 7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연금, 의료공약 모두 노인에게 절실한 정책인데 이것을 기대해 투표했던 노인들의 분노가 커질 것”이라며 “구정 이후에도 공약 성실 이행에 대한 변화가 없을 경우 대중집회를 비롯해 본격적인 시민 저항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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