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아마추어 스포츠를 총괄하고 가맹경기단체를 지도·감독하며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인 ‘대한체육회(KOC)’의 제38대 회장을 뽑는 선거에 입후보하신 김정행 용인대 총장님과 이에리사 국회의원님(성명 가나다순, 이하 ‘후보자님’이라고 하겠습니다)께 이 편지를 드립니다.

후보자님들은 경기인 출신으로 그 동안 우리 아마추어 엘리트스포츠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행정적 발전에 기여하시고 아마추어 엘리트스포츠 발전에 누구보다도 더 큰 관심과 열정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회장선거에 나서는 배경 중의 하나가 후보자님들의 그러한 아마추어 엘리트스포츠에 대한 사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후보자님들이 대한체육회 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실 자격과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후보자님들이 입후보하면서 출마의 변으로 말씀하신 이른바 ‘공약’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하여 알고 있습니다. 김정행 후보자님은 주요 공약으로 “엘리트체육 육성 정책 강화, 학교체육 정상화 및 학원스포츠 활성화, 국민생활체육회와의 단계적 통합”을 내세웠으며, 이에리사 후보자님은 주요 공약으로 “체육회 예산 확충과 경기인 출신들의 복지”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외람된 말씀이지만 저는 후보자님들이 내세운 공약들의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여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지만, 후보자님들의 공약에서 우리 아마추어 엘리트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권익과 관련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김정행 용인대 총장(왼쪽) 이에리사 국회의원(오른쪽)
 

우리 아마추어 엘리트스포츠의 외적 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입니다. 지난 런던하계올림픽대회에서의 금메달 숫자 기준 종합 5위라는 성적이 대변하듯이 경기력 측면에서의 국제경쟁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내적인 스포츠행정 분야는 경기력에 비해 그 수준이 뒤떨어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아마추어 엘리트스포츠 선수의 권익보장에 관한 행정·제도와 관련하여서는 그 동안 적지 않은 문제들이 노출되어 왔습니다.   

최근에 대한수영연맹의 박태환 선수에 대한 포상금 미지급과 관련하여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초 대한수영연맹은 런던올림픽대회에서의 성적에 따라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지난 연맹 이사회에서 박태환 선수가 포상금 지급 성적을 올렸음에도 박태환 선수에게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이 있었습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런던올림픽대회 기간과 그 이후의 대한수영연맹과 박태환 선수측과의 갈등이 원인이었다고 하는데, 연맹회장은 “박태환 선수는 포상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징계의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후보자님들은 이러한 대한수영연맹의 처사가 온당한 것으로 생각하시는지요. 만약 박태환 선수가 징계에 처할 행위를 했다면 연맹은 관련규정과 절차에 따라 징계절차를 밟으면 되는 것이지, 징계감이라는 이유로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과연 법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도의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시는지요.

이와 관련하여 저는 박태환 선수 포상금 논란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소극적, 아니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에 대하여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가맹경기단체를 관리·감독하는 상급단체로 가맹경기단체의 의사결정 및 운영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조사하여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이를 시정조치할 권한과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박태환 선수의 위상과 여론의 관심에 비추어 이번 박태환 선수 포상금 문제와 관련하여서 대한체육회는 최소한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였어야 합니다.

   
박태환.
 

특히 대한체육회는 정관에 따라 선수 및 지도자 권익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사항 등을 검토 심의하기 위하여 ‘선수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데, 저는 이번 대한수영연맹의 박태환 선수 포상금 미지급 결정과 관련하여 그 결정의 문제점이 제기된 상황에서 ‘선수위원회’가 열려 그 사안을 심의하였기를 바랐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습니다. 이에리사 후보자님은 현재 선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신데 이와 관련하여 선수위원회가 선수 및 지도자의 권익 보호 및 증진을 위한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과거에 비해 선수 및 지도자의 권익과 관련한 제도 및 규정의 개선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및 가맹경기단체의 의사결정 및 운영에 있어서 선수 및 지도자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아직도 불합리한 제도, 규정 및 관행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대표적인 하나의 예를 들면 대한체육회 가맹경기단체 중 대한축구협회 다음으로 큰 예산을 운영하는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이른바 ‘스폰서’를 유치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협회 스폰서의 이익을 지나치게 고려하여 협회 스폰서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가 선수 개인의 스폰서로 나서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이러한 제도를 둔 이유 중의 하나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는 세계적으로 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아마추어 엘리트 스포츠단체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고 또한 선수 개인의 활동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으로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선수의 권익을 무한히 보장할 수는 없지만 엘리트스포츠 10대 강국이며 제도·문화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자 하는 우리로서는 이제 아마추어 엘리트스포츠 선수의 권익이 제대로 보장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환경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아마추어 엘리트스포츠 선수들은 선수로서, 국가대표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선수, 국가대표 선배로서 이번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되는 후보자님은 후배들이 제대로 그들의 권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대한체육회 산하 선수위원회의 실질적 운영, 부당한 제도·규정의 개선 및 필요한 제도 마련에 힘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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