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할아버지 앞에 놓인 TV는 KBS 1TV에 머문다. 할아버지는 매주 ‘TV쇼 진품명품’, ‘전국노래자랑’ 등 1TV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와 함께 거실에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KBS 1TV를 볼 일이 별로 없다. 20·30대 시청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에 따르면 2012년 KBS 1TV의 20·30대 시청률(수도권 기준)은 1%도 안 되는 반면 60대 이상 시청률은 9%를 넘었다. 지난 10년 동안 KBS 1TV의 20·30대 시청률은 70% 줄었지만 60대 이상 시청률은 30%만 감소했다고 한다.

물론 KBS 1TV의 시청률은 지상파 채널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다. 채널 충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 1TV는 40대 이하 전 연령대에서 다른 지상파에 비해 절반 정도의 시청률을 얻고 있다고 한다. 충성층 대부분이 고령자라는 점은 채널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지상파채널의 ‘고령화’는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스마트미디어가 발달하는 시대 상황에 맞게 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KBS 1TV의 고령화는 MBC나 SBS에 비해 그 추세가 높은 상황이다. KBS 2TV의 경우도 타사에 비해 40·50대 시청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 1TV <전국 노래자랑> 홈페이지 캡처.
 

방송이 상업적 이해에만 몰두하는 가운데 고령층의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미디어소외’를 지양하는 것은 공영방송에게 필요한 역할이다. ‘전국노래자랑’은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KBS 1TV에 고령층만 남게 되는 것은 오히려 노인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

강형철 교수가 “공영방송은 노년층이, 사영방송과 뉴미디어는 청년층이 향유하는 단절적인 매체분화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드러난 세대 간 인식차이와 갈등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현 상황을 두고 언론노조 KBS본부는 “길환영 사장은 취임사에서 미래 생존전략이라며 N스크린 하나 달랑 내놓았다. KBS의 높은 시청률 자랑에 어느 순간 KBS가 훅 갈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KBS 1TV의 시청률이 안정적이라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다가는 시청률 하락은 물론 ‘반쪽짜리 공영방송’이란 오명까지 입을 확률이 높다. KBS가 진정 수신료를 올리고 싶다면 공정보도와 함께 영국의 BBC처럼 전 장르와 전 계층을 포괄하는 편성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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