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3일 서울중앙지검 15층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 사무실로 들어가 수사 관련 문건을 훔친 혐의(건조물 침입 및 절도)로 1심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머물던 중앙일보 박 아무개 기자가 2심판결서 풀려났다.

서울지방법원 형사항소8부(하현국 판사)는 지난 1일 항소심에서 박 기자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기자는 서울지방법원 형사16단독 재판부(강동혁 판사)가 지난해 11월 29일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해 2개월 동안 서울 구치소에 갇혀 있었다. 당시 그의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박 기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심에서 실형이 나오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 1심도 나름의 판단 결과였겠지만 과했던 것 같다는 아쉬움은 있다”고 밝혔다.

박 기자의 법정구속은 중앙일보 선후배 기자들에게 충격이었다.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판결이었다. 판결문에선 보도의 공익성을 얘기했지만 정작 마지막엔 실형을 선고했다”며 “젊은 기자들 사이에선 취재의 공익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간부급 기자들도 “형량이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두 달 간 개인적으로 면회를 간 동료들도 있었다.

박 아무개 기자는 “제 행동이 법적으로 잘못됐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한다. 법원의 판결도 모두 존중한다”고 밝힌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예상보다 높은 제재는 동료기자들이 앞으로 취재를 하는데 있어 내 선례를 보고 스스로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기자는 “반드시 불법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기자는 맡은 임무(취재)를 하다보면 일반적인 부분보다 과감하게 나가야 할 경우가 있다”고 전한 뒤 “나 같은 경우가 반복되면 공익을 위한 적극적인 취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 2012년 중앙일보 5월 16일자 3면 기사.
 

박 기자는 지난해 5월 17일자 지면을 통해 이명박 정부 불법사찰논란 관련 ‘VIP 충성문건’을 보도했다. 이후 검찰이 해당 문건이 유출된 과정을 추적하다 박 기자의 혐의사실을 찾아냈다. 이를 두고 해당 기사가 현 정부에게 타격을 준 결과 역으로 수사가 시작됐고 그 배경으로 박 기자가 이례적인 법정 구속을 당했던 것 아니냐는 언론계 안팎의 시선이 있었다.

박 기자는 설 연휴가 지나면 업무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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