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TV준비위원회는 지난 27일 ‘국민TV’를 협동조합의 형태로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조합원들을 모아 자본금을 출자한 뒤 방송사를 설립, 운영하겠다는 방안이다. 지난 9일 서울시에서 협동조합 설립 인가를 받고 출범한 논평 전문 언론 ‘코멘터리’가 있지만 전국 단위에서 수십억 수준이 예상되는 미디어협동조합은 국민TV가 처음이다.

미디어협동조합은 지난해 사상 초유의 언론사 동시파업을 전후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조상운 사무국장은 지난 19일 서울 혜화동 벙커원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2011년부터 공정방송을 위해 파업을 했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지난해 8월 (2012년) 12월 1일 시행되는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미디어협동조합 형태로 공정언론이 가능하겠다는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조상운 국장은 대선 결과와 국민TV 추진을 연결하는 시각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준비위는 국민TV의 플랫폼이 ‘OTT’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티빙(TVING)이나 푹(POOQ)과 같은 방식으로 국민TV는 인터넷망을 이용해 영상을 제공하겠다는 것. 이밖에도 준비위는 TV에 별도의 셋톱박스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중장년층 시청자의 접근성을 위해서다.

이재정 준비위 대변인(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중파와 종합편성채널에서 느끼는 편협함을 없애 48%와 52% 양쪽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언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민TV가 전세대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셋톱박스 설치에 따른 비용문제가 관건이다. 이재정 대변인은 “정확한 비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IPTV와 같은 다른 매체 서비스비용보다 저렴할 것”이라면서 “기술적 검토를 통해 비용을 줄일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목표 조합원 수와 출자규모’에 대해 그는 “실시간 방송이 가능한 기술과 시설에 상응하는 수준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목표 조합원, 규모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열흘 내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민TV의 현실가능성과 대안언론으로서 실효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 제기돼 왔다. 이 논의가 범야권의 대선 패배 이후 증폭된 터라 조합원, 곧 시청자가 48%의 일부분에 한정될 것이고, 유료방송가입가구가 90% 수준인 한국에서 일반시민이 자발적으로 조합원에 가입하겠느냐는 부정적 전망이 있었다. 또한 조합원을 위한 조직인 협동조합이 언론운동에 적합한 것이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지난 24일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만난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48%를 위한 마케팅으로는 국민TV가 아니라 ‘영상판 한겨레신문’이 될 것”이라면서 “그렇게 될 바에야 포털사이트 등 다른 플랫폼을 고민하는 방면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의) 파트너들은 놀고 있지 않다”면서 “오히려 그들에게 더 좋은 역량과 자원이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태 소장은 대안적인 언론을 바라는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이 운동이 골방에 틀어박히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야마기시즘은 촌에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운동이다. 한 마을 사람들에게 ‘대안’일 수 있다. 그런데 확산성이 있나? 나는 없다고 본다. 선진화된 국가의 도시생활 구조, 근본적인 문제를 끊어내는 대안은 아니다.”

김기태 소장은 “국민TV를 통해 (주류언론에) 훼손된 대중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은 담론투쟁에서 지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이라면서 “진보가 민주화만 외치고 있을 때 한국사회의 키워드는 ‘부자’, ‘부동산’, ‘선진화’였다. 담론에서 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TV의 목적은 인터넷에 접속하기 어려운 5070세대에게 우리의 내용을 잘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TV가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만큼 접촉빈도나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한겨레를 창간할 때와 비슷한 분위기지만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한겨레는 내가 돈을 내고 나만 신문을 받아본다. 국민TV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성격이 강할 텐데 그렇다면 조합원들이 소유권을 절제하는 대신 ‘정보의 확산성’ 등 다른 사회적 효과가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이 운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김기태
 

김기태 소장은 국민TV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그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소비자협동조합의 형태로 바꾸는 것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소장은 “대통령이 영향력을 미치는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이 문제가 될 텐데 MBC의 국가지분을 국민주로 매각하면서 방송소비자협동조합으로 바꾼다면 공영방송이 근본적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기태 소장은 진보가 협동조합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경제 담론을 선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진보에게 친화성이 있는 이 담론에서마저 진보가 밀린다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 언론사를 고민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내일신문은 노동자지주회사 형태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국민주와 우리사주 등이 함께 있다. 김 소장은 “사업자협동조합을 만든 뒤 시민들에게 우선출자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노동자협동조합 노동자지주회사 다중이해관계자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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