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높아진 TV조선·채널A·MBN 등 종합편성채널의 보도·시사 편성비율이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종합편성’이란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1월 21일부터 27일까지 종편4사 프로그램 편성비율(오전 6시~새벽1시)을 분석한 결과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의 보도·시사 편성비율이 60%에 육박했다.

채널A의 시사·보도 비율은 편성의 60%(115개 프로그램 중 69개)를 차지했다. <김광현의 탕탕평평>, <이언경의 직언직설>, <박종진의 쾌도난마>가 오후 2시 30분부터 6시 10분까지 연속 방송됐고, <뉴스와이드>를 7시 20분까지 내보내고 오후 9시 40분부터는 <뉴스A>를 11시까지 방송했다.

TV조선의 시사·보도 비율은 57.1%(133개 프로그램 중 76개)였다. 오전 9시 <최,박의 시사토크 판>을 시작으로 <뉴스와이드 활>, <유연채의 뉴스의 눈>, <뉴스와이드 참>, <신율의 시사열차>, <장성민의 시사탱크>, <박찬희, 정혜전의 황금펀치> 등 시사보도가 오후 7시까지 이어진다. TV조선 시청자는 10시간 동안 뉴스와 시사프로그램만 보는 셈이다.

MBN 역시 시사·보도비율은 56%(125개 프로그램 중 70개)로 타사 종편과 마찬가지로 높았다.

   
▲ 위에서부터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 TV조선 '시사토크 판',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반면 JTBC의 시사·보도비율은 21.9%(146개 프로그램 중 32개)로 나타났다. 이는 종편4사 중 지상파 3사 편성비율과 가장 유사한 수치다. JTBC는 4사중 예능과 드라마 편성비율이 가장 높다.

종편채널의 ‘보도채널화’는 개국 이후 조금씩 진행되다 대선을 기점으로 급격히 진행됐다.

김미라 서울여대 교수(언론영상학)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2년 2월 당시 TV조선의 장르별 편성 비율은 보도 26.3%, 교양 24.8%, 드라마 29.6%, 예능 19.3%였으며, 채널A는 보도 34.1%, 교양 19.1%, 드라마 15.7%, 예능 31.1%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선기간에 맞춰 시사·보도가 증가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지난해 12월 3일부터 9일까지 장르별 편성을 분석한 결과 종편4사의 시사·보도 비율은 55%~65% 수준이었다.

당시에도 채널A가 66.2%(방송시간 기준)로 가장 높았고, MBN은 63.6%, TV조선은 55.2%의 비율을 나타냈다. 편성비율을 방송시간으로 환산하면 채널A는 하루 24시간 중 약 16시간을 뉴스로 내보낸 셈이다.

더욱이 낮 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사이 시사·보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은 채널A가 94.7%, TV조선은 94.4%, MBN은 88.9%를 나타냈다. 종편채널에 고정된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할 경우 대부분 시사평론가 코멘트나 뉴스만 보게 되는 이유다.

이 같은 종편사의 높은 시사보도비율은 대선 이후에도 지속되며 언론계 내에서 비판의 대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JTBC 관계자는 “재허가 심사에서 종편사들이 편성비율을 애초 종합편성의 취지대로 제대로 맞췄는지 봐야 하고 못 지키면 허가 취소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종편에 있지만 심사는 철저하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은 우파 시청자만 잡아서는 게임이 안 된다. 우리는 조중동 프레임을 깨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젊은 채널이 되기 위해 예능·드라마를 끌고 가는 반면 다른 종편은 50~60대 시청자를 메인으로 극우 프레임을 갖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채널A의 한 기자는 “기자가 100여명 안팎 수준인데 편성에서 뉴스가 너무 많다. 하루하루 제작하기에 벅찬 상황이다”라고 말한 뒤 “뉴스(편성) 양을 줄이고 질적 향상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은 18대 대통령선거방송심의원회의 심의결과에서 드러난다. 최근 대선 심의 위반 건수를 종합한 결과 종편이 34건, 지상파 방송이 23건, 보도전문채널이 4건으로 종편 비율이 과반(52%)을 넘겼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38건과 비교할 때 무려 74%나 증가한 수치다. 종편의 불공정 방송 때문이다.

YTN의 한 간부급 인사는 “조중동이 갖고 있던 여론독과점의 폐해가 방송까지 옮겨간 것”이라며 “종편은 지극히 우右편향적인 보도를 지양하고 장기적으로 중용의 뉴스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이어 “보도·시사프로그램이 다른 장르에 비해 가장 싸게 제작할 수 있고 광고주에게 ‘존재감’을 부각시켜 한정된 광고를 가져가려면 보도를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편은 허가 당시부터 필연적으로 보도채널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불균형적인 편성 상황에 대해 신유진 TV조선 홍보팀장은 “대선을 준비하며 시사보도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당장만 보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아직은 시사보도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 또한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뒤 “오는 봄 개편을 기점으로 교양 및 예능 프로그램 편성을 가시화할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하지만 종편사의 약속을 믿는 것 말고는 현 상황을 개선할 길이 없다. 종편의 편성이 보도와 시사로 치우쳐 애초 사업계획서에서 밝혔던 청사진을 지키지 못해도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윤관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방송프로그램의 균형있는 편성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종편은 방통위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종합편성채널의 내용 편향성뿐만 아니라 편성의 불균형까지 지적해 재허가 심사에 반영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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