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의 실상을 고발하는 기사를 두고 특수교사 관계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기사 내용 일부 중 특수교사와의 관계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현직 특수교사들과 특수교사 준비생들의 온라인 카페인 ‘특수교사를 꿈꾸며(특꿈)’ 회원들이 집단 항의에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지난 24일 미디어오늘(6년 동안 6번 해고된 학교비정규직 이씨의 슬픈 사연)과 경향신문 온라인판(6년간 6번 해고… 특수보조교사 ‘2월의 눈물’)은 6년 동안 6번이나 해고된 한 학교비정규직 특수교육보조원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학교에서 특수교육교사를 도와 몸이 불편한 장애 아동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 신분을 전전해 왔다.

현직 특수교사들과 특수교사 준비생들의 온라인 카페인 ‘특수교사를 꿈꾸며(특꿈)’ 회원들이 문제를 삼은 부분은 기사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특수교육교사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경향신문은 보조원과의 인터뷰에서 "아는 특수교육보조교사 중에는 임신한 특수교사의 식판을 날라주거나 김치를 담가주는 사람도 있다"며 "심지어 누룽지를 좋아하는 특수교사를 위해 매일 숟가락으로 밥을 눌러 누룽지를 만들어주는 보조교사도 있다"고 보도했다.

   
▲ 미디어오늘 24일자 <6년 동안 6번 해고된 학교비정규직 이씨의 슬픈 사연>.
 

미디어오늘도 “특수교사와 사이가 좋으면 쭉 일할 수도 있지만 학교에서 특수교사와 보조원의 관계는 굉장히 종속적이어서 개인적으로 찍히면 계약만료 시 재계약이 안 되기도 한다”는 보조원의 주장을 실었다.

이에 대해 특꿈 카페 회원들은 기사에 대한 정정을 요청하며 집단 항의에 나섰다. 특수교사와 보조원의 관계가 기사에 나온 것처럼 종속적이지도 않으며 보조원이 교사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 것은 특수교육법상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경향신문 온라인판에는 이와 관련된 부분은 일부 삭제됐다. 미디어오늘은 실제로 특수교육보조원이 취업 시 서명하는 근로계약서를 근거로 교사와 보조원의 관계를 설명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규칙’에서 보조인력의 역할과 자격을 규정하고 있지만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에는 보다 위계적인 복종 의무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효상 경향신문 기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기사 일부가 삭제된 이유에 대해 “좀더 구조적인 문제를 짚었어야 했는데 이런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부분이 부각돼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 데스크에서 양해를 구했다”며 “어차피 특수교육보조원들이 싸워야할 대상은 특수교사가 아니다”고 답했다. 원기사가 그대로 실린 오프라인 기사의 정정요구에 대해서는 “취재 결과 사실과 다르지 않아 정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25일자 11면 <6년간 6번 해고… 특수보조교사 ‘2월의 눈물’>
 

전체 학교 비정규직의 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특수교육보조원제도는 지난 2004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특수교육대상학생의 개별화 교육 강화를 통한 학습권 보장과 특수교육의 질을 높여 통합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제도 도입 후 특수교사와 보조원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우정한·윤광보 대구사이버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가 2006년 특수교육저널에 발표한 ‘특수교육보조원 제도의 운영 실태 및 요구 조사’에 따르면 특수교육보조원은 근무 시 ‘담당교사와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수교사들의 표면적인 항의내용은 특수교사와 보조원 간의 대립적인 접근이 특수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좀 들여다 보면 같은 비정규직 처지임에도 기간제 교사로 있는 특수교사와 보조원 사이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는 점이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수교사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특교IN뉴스도 “특수교육보조원과 특수교사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정규 특수교사와 특수교육보조원 간의 관계보다는, 기간제 특수교사와 무기직 특수교육보조원 간의 관계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뉴스는 “정부는 공무원 채용 동결 방침으로 법적으로 필요한 특수교사를 채용하지 않고 있으며, 대신 이들을 기간제 교사로 충원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황에서 무기직 특수교육보조원과 기간제 특수교사의 갈등 문제는 구조적인 차원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 특수교사 준비생들의 온라인 카페 '특수교사를 꿈꾸며' 갈무리.
 

결국 문제의 단초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수는 지속해서 늘고 있지만 교육청과 학교에서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정규직 특수교사 대신 기간제 교사와 보조원 수를 늘린 데 있다. 기간제 교사 입장에서 보면 법정 특수교사 수는 충분히 늘지 않는 상황에서 보조원에 대한 지원 정책은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

현행 특수교육법에는 유치원 4명, 초·중교 6명, 고교 7명 등 특수교사 1명이 담당하는 장애학생 수는 정해져 있다. 그러나 장애학생이 계속 늘어나면서 정원에 맞게 특수학급을 운영하는 곳은 전체 학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특수교육의 문제는 보조원 고용 안정과 함께 정규직 특수교사의 법정인원을 확보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들의 ‘불편한’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특수교육인들이 구조적인 변화를 바란다면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며 반목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작 그들의 고용을 책임져야 상대는 따로 있는데도 현실의 부당함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것은 어느 쪽에게도 이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는 한아무개씨도 “비정규직의 고용이 안정돼야 더 즐겁게 성실히 일할 수 있다”며 “특수보조원의 경우 교육청에서 관리하면서 각 학교에서 필요할 때에 우선 채용하는 ‘인력풀제’를 이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특수교육보조원으로 일하는 이아무개씨는 “학교 전반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기간제 특수교사들에 대한 차별도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각자의 자리와 위치에서 일에 대한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수교사에게 있어서도 원활한 수업진행과 특수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특수교육보조원이 도움은 필요하다. 특수교사와 보조원이 서로 존중하며, 어떻게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긍정적인 시너지를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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