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 ‘강철왕’ 제작을 다시 추진하고 있어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선이 끝난 지 불과 한 달만의 일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KBS새노조)는 23일 성명을 내고 “지난 18일 ‘강철왕’이 기획회의를 통과했다”며 “유신 찬양 드라마 제작을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새노조에 따르면 KBS제작진은 이미 포항시에 세트장도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철왕’은 2011년부터 기획된 드라마로, 2012년 6월 기획회의를 열었으나 대선을 앞두고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역사왜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와 방영 반대 여론이 있어 제작이 중단됐다.

KBS 새노조는 “애초 기획안에는 박태준 전 포철회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인물이 산업화의 영웅으로 묘사되어 있었고, 박정희 정권의 치적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너무도 뚜렷했다”고 지적한 뒤 “이번에는 그 내용에 일부 수정이 있다고 하지만 그 의도까지 바뀔 수는 없다”며 방영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김홍식 KBS홍보실장은 “드라마국에 확인한 결과 기획회의 통과는 사실이며 (강철왕은) 편성제작회의에 올려 (방영여부와 편성시간이) 최종 결정 될 것”이라 밝혔다. 김홍식 홍보실장은 유신찬양 드라마가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제작진의 얘기를 들어보니 드라마 내용에는 유신에 관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드라마는 산업화의 토대를 만든 박태준의 성장과정과 인간상을 극화한 것으로, 젊은이의 귀감이 되는 한 인물상을 그린 것이다. 정치색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KBS 새노조는 “박정희 정권의 공만을 부각시켜 산업화의 영웅담을 다루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헌정방송’이라는 비난이 제기될 수 있다”며 “드라마가 왜 하필 이 시점에 다시 추진되는지 그 배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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