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5)의 아들(13)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국제중학교에 입학한 것을 두고 대다수 언론이 ‘저소득 조건’이 빠진 채 사실상 특별 입학의 형태로 변질되었다며 입을 모아 비판했다.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불법승계 논란보다 명문중학교 입학 특혜 논란에 여론이 즉각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삼성과 친인척 관계가 있는 사주가 운영하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이 사안에 대해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KBS, MBC, 조선일보 등이 이번 사안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아들이 2013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서울 강북구 영훈국제중학교에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합격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아들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중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에 해당해 입학 자격을 얻었다.

영훈국제중학교는 지난해 졸업생의 40%이상이 특목고를 진학하며 화제를 모은 곳으로, 그만큼 경쟁률도 치열하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일반전형의 경우 128명 모집에 1,193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9.3대 1이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비경제적 배려대상자 전형 모집 과정의 경우 32명의 정원 가운데 155명이 몰려 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가 2009년 이혼했고, 영훈국제중이 최근 한부모 가정 자녀 전형요건에서 ‘저소득’ 조건을 제외한 결과 입학에는 절차적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이번 입학을 두고 특혜의혹을 제기하거나 특별 전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 23일자 KBS '뉴스광장' 방송화면 캡처.
 

KBS는 23일자 ‘뉴스광장’에서 “사회적 배려자 전형은 국제중 도입 당시 주로 저소득층을 위해 마련됐다”고 전하며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상당 부분이 배려 대상의 입학 전형이라기보다 특례를 받은 입학 전형의 성격으로 변질됐다”고 보도했다.

MBC는 22일자 ‘뉴스데스크’에서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입학 건을 놓고 “법과 절차상 문제는 없었지만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MBC는 이어 “한부모가정의 요건을 충족시키더라도 소외계층을 배려한다는 취지에 걸맞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2일자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캡처.
 

한겨레는 “영훈국제중이 2013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입학전형위원회 위원 가운데 외부 위원을 단 한 차례도 입학전형 절차에 참가시키지 않은 채 신입생을 선발해 관련 지침을 위반했다”고 보도했다.

곽상경 전 영훈국제중 교장은 2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해 9월께 외부 입학전형위원을 맡은 뒤 한차례도 입학 절차와 관련한 회의나 서류전형 심사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유독 올해만 외부 전형위원을 입학전형 절차에서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사회적 배려자의 경우 부유층이 많은 ‘다자녀 가정 자녀’는 모집 정원의 30% 이내로 제한되는 등 규정이 엄격하지만, 이런 규정을 지켰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번 논란을 보도하며 “미국인 금융 전문가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학생이 다문화 가정 자격으로 합격하거나, 부유한 가정 자녀가 다자녀 가정 자격으로 합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악용’사례들을 지적했다.

이혼 가정의 자녀가 느끼는 상실감은 빈부를 떠나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향신문은 “(이번 사건은) 부자들에 대한 ‘보편적 복지’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며 “보편적 복지 찬성론자들은 그동안 이건희 회장의 손자(이 부회장의 아들)도 무상급식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해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관점에서 보면 이 부회장의 아들 역시 사회적 배려 대상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삼성그룹은 한부모 가정 자녀는 심한 배려가 필요한 정서적 약자라고 밝혔지만 이 부회장 아들을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성역에 위치한 재벌을 두고 반감이 있는 상황에서 재벌 자녀의 특혜입학 논란은 항상 여론의 지탄을 받아왔다. 이는 교육열이 유달리 높은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한편 조선일보와 달리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23일 지면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종편인 JTBC에서도 관련 뉴스를 역시 찾을 수 없었다. 동아일보 종편인 채널A의 경우 해당 논란을 연합뉴스 기사로 대체했다. 이 같은 양 신문사의 편집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동아일보 김재호 사장과 삼성과의 혼맥을 통해 맺어진 친인척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처남이며, 이재용 부회장의 외삼촌이다.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의 경우, 동생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남편이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관계자는 “보도를 할지 말지 여부는 편집국에서 판단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1월 23일 오후 5시 50분 기사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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