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방송문화연구소가 지난 15일 마감일이었던 대선보도 공정성 평가보고서 제출을 오는 2월 15일로 미뤘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이를 두고 “사측이 비밀리에 보고서를 입수해 불리한 내용을 중심으로 수정을 요구한 것 아니냐”며 지연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문화연구소와 KBS 경영진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18대 대통령선거 공정성 평가보고서는 지난 9월 노사대선 공방위에서 합의해 방송문화연구소에 배정된 연구용역 사업이다. 방송문화연구소는 KBS옴부즈맨으로 활동 중인 언론분야 교수 4명을 선정해 공정성 평가를 맡겼다. 연구계약서에 명시된 종료일은 지난 15일이었다. 논란은 방송문화연구소 관계자가 14일 저녁 연구 간사로부터 보고서 가안을 받으며 촉발됐다.

KBS새노조는 22일 성명에서 “노조측은 연구진의 독립성과 보고서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연구진과 일체의 접촉을 하지 않고 있었으나 사측이 최근 보고서를 사전에 입수해 연구자들에게 수정을 요구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새노조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방송문화연구소로부터 사전 검수를 이유로 보고서를 요구받았다.

새노조는 “수정 요구에는 연구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일부 연구자의 경우 상당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KBS 로고. ⓒ정철운
 

방송문화연구소는 새노조의 주장을 부인했다. 연구진의 보고서를 직접 받아본 방송문화연구소 관계자는 “연구진이 보고서 내용에 대해 충분한 합의가 되지 않아 계약기간 연장을 결정한 것”이라 밝힌 뒤 “이 부분에 대해 노사 공방위에 충분히 이해를 구하지 못한 점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업무를 수행한 저는 사측 간사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이번 연기 과정이 “연구진과 협의 하에 연구방법론과 사실 확인에 대한 최소한의 용역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 주장했다.

KBS홍보실은 새노조의 주장을 ‘음모론’으로 일축했다. 김홍식 KBS 홍보실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한이 다 되고 4명의 연구자가 충분히 논의하지 못해 의견일치를 못 본 상황에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실무절차를 수행하는 연구소 입장에선 (연기가) 자연스러운 조치였다”고 밝혔다.

방송문화연구소가 보고서 수정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억지다. 개별적으로 연구원을 만난 적도 없다. 비밀리에 입수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새노조는 이에 대해 “우리는 사측의 행위를 대선공정방송위원회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며 조합과 상의 없이 연구진을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보고서의 수정을 요구한 것을 마사지 또는 조작 시도로 판단한다”고 밝힌 뒤 “사측은 이 같은 부당행위를 당장 중단하고 보고서를 노측에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홍식 KBS 홍보실장은 “최종도 아닌 가안(보고서)을 실무 선상에 보여 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전한 뒤 “완전한 결과물도 아닌데 (보고서를) 보여주면 오히려 공정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전달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번 논란을 통해 주목 받게 된 대선보도 공정성 평가보고서는 경영진이 동의해 공동추진했던 만큼 그 결과가 KBS 보도의 공정성에 문제 있었다는 결론이 날 경우, 길환영 KBS사장의 입장이 난처해지게 된다. 길 사장은 최근 신년사에서도 “KBS가 총선과 대선 양대 선거를 가장 공정하고 성공적으로 치뤘다”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