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검색어 1위에 올랐던 이름, ‘정명현’이다. 정명현이 검색어 1위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1일과 22일 포털·연예매체·독자는 일종의 ‘삼각 축’을 형성해 맥락 없는 ‘허구적 이슈’를 생산하고 소비했다.

정명현씨는 1990년대 초 MBC ‘한지붕 세가족’에서 아역배우 ‘병태’역으로 나왔다.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에서는 ‘장닭’이란 별명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던 인물이다. 스포츠서울은 정 씨의 사망소식을 제일 먼저 전하며 그가 2011년 12월 9일 한 추모공원에 안치됐으며 1993년 환각제 흡입 후 절도를 한 혐의로 구속되고 프로그램 출연정치 처분을 받은 뒤 연예활동을 접었다고 전했다.

스포츠서울의 보도 이후 수많은 매체가 해당 내용을 베껴 썼다. 1월 22일 오후 2시 현재 네이버에서 검색된 ‘정명현’ 기사는 총 123건이다. 첫 보도 이후 24시간만의 일이다. 대부분의 기사는 추가 취재 없이 스포츠서울의 기사를 옮겨 전하며 ‘뒤늦은 비보’라고 보도했다.

   
▲ 네이버에 검색되는 '정명현'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같은 아역배우 출신인 서재경씨가 정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트윗을 올리자 이 내용을 받아 또 다시 기사를 쓰기도 했다. 어느 기사는 정 씨가 해외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누리꾼들이 안타까워한다는 반응도 대부분 실렸다.

<일밤 스타 장닭 정명현, 2011년 사망 충격>(문화일보)처럼 자극적인 제목도 등장했다. 일간스포츠의 경우 <정명현 사망, 연예계 충격…1년 전 세상 떠났다 사인 불분명>이라고 제목을 달며 마치 정씨가 의문사를 당한 것처럼 묘사해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이처럼 온라인에서는 정명현씨가 뜨거운 이슈였으나 오프라인은 달랐다. 22일자 주요 일간지, 경제지, 스포츠지, 전문지 중 해당 이슈를 다룬 곳은 첫 보도를 했던 스포츠서울뿐이었다. 이는 ‘정명현’ 이슈가 맥락 없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였음을 반증한다.

   
▲ 22일자 스포츠서울 23면 기사.
 

2년 전 사망한 정씨의 소식이 최근 이슈가 되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그의 이름이 포털의 상위검색어에 오르면서 연예매체들이 기사를 쏟아냈고, 그의 죽음은 소위 ‘검색어 장사’에 의해 소비됐다.

연예기사의 형태는 크게 △TV모니터링 △보도자료 전달 △연예인 SNS 업데이트 △UCC 이슈 발굴 △타 매체나 통신사·외신을 베끼거나 축약 △포털 인기검색어와 프로그램 시청률에 맞춘 인기영합형 뉴스로 구성된다. 포털 인기검색어뉴스의 경우 해당 언론사의 페이지뷰에 큰 영향을 준다.

네이버는 독자들에게 ‘표류적 뉴스 읽기’를 유발시킨다. 특별한 이유 없이, 정보의 중요성을 판단하지 않고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다. 포털 인기검색어의 경우 인기검색어에 오른 단어를 클릭하며 독자 스스로 인기검색어의 인기를 유지시키는 가운데 ‘표류적 뉴스읽기’를 자처한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포털의 편집권을 인정해주고 가치 없는 뉴스를 가려내라는 책임을 지우는 방법이 있겠지만 포털에게 아젠다 세팅 권력을 줄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은 뉴스소비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것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정일권 교수는 이어 “높은 순위는 오디언스(독자)가 만들어낸다. 오디언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언론이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 뒤 “언론사 입장에선 시장 논리에 따라 클릭이 될 만한 것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왜 보느냐는 이야기도 함께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2일 오후 2시 현재 포털의 상위검색어는 ‘현아 홍대’가 등장했다가 다시 ‘윤이나’로 바뀌었다. 그렇게 ‘정명현’은 각 언론사에 수많은 조회수를 남기고 퇴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