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배우자를 동반해 해외 출장에 나간 것을 두고 헌법재판소의 예산 사정상 연구관을 동행할 수 없어서 비서관 역할로 배우자를 동반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21일 인사청문회 오후 질의에서 새누리당 김경재 의원의 '부인과 해외 출장은 동행하는데 문제가 없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보통 장관급은 비서관도 (해외 출장을)갈 수 있는데 헌재 예산 사정도 열악해서 연구관이 동행할 수도 있고, 동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부인이 실제로 비서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의 "공무 출장 중 비서관이 없을 때는 (부인을)비서관으로 여기고 동행했다고 했는데 맞느냐"는 확인 질문에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공무 출장시 부인을 동반한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 예산 부족을 탓하면서 부인을 비서관 역할로 데려갔다는 해명이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임 도중 9차례의 해외 출장 가운데 5차례 부인과 동반한 것으로 확인돼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이 후보자 부부는 지난 2008년 12월 미국, 2009년 독일·체코, 2010년 프랑스·스위스, 2011년 중국, 2012년 폴란드·루마니아·터키 출장 일정을 함께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지난 2008년 12월 해외 출장 첫 방문지인 미국 출장시 부부 동반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유학 중인 차녀를 만났고, 2009년 독일 체코 방문 때는 독일 일정 중 헌재 연구관이 돌아오고 체코 일정은 부부 동반으로 가족 여행을 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2010년 프랑스, 스위스 출장 시에도 헌재 연구관은 프랑스 일정만 마치고 이 후보자 부부는 스위스에서 연수 중인 딸을 만나 동반 여행을 하고 귀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이동흡 후보자가 답변 도중 연신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후보자는 또한 특정업무경비를 어떤 용도로 썼는지에 대한 증빙 서류 요구와 답변 요청에 대해서도 "(헌재에 규정된) 용도대로 사용했다" "헌재 기준대로 그렇게 사용했다"는 기존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이 후보자는 헌재 재판관 당시 6년 동안 약 2억 5천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지급받았지만 실제 사용한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어 사적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은 월 특정업무경비로 평균 400여만원이 이 후보자의 계좌로 지급됐다면서 "입금된 직후 생명보험료, 개인 카드 비씨 카드 사용액, 경조사비, 해외 송금 등 개인적 비용들로 지급된다. 특정업무경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게 아니냐, 이게 무슨 월급통장이냐"고 몰아세웠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저는 용도대로 사용했다"고 말하자 박 의원은 "그럼 증빙(자료를) 내라"며 "대한민국 2013년도 4인 생계비 기준이 155만원이다. 특정업무경비 이 돈이면 적어도 130가구를 살릴 수 있는 돈이다. 이렇게 쓰라고 준 돈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의 질문 공세에도 이 후보자가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자 민주통합당 소속 강기정 인사청문회 위원장은 "매월 들어온 약 4백만원의 성격이 어떤 돈이고 어떻게 쓰였는지 증빙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시원하게 말해달라"며 적극적인 답변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이런 저런 용도로 쓰는 것이다라고 해서 그렇게 썼고, 헌재 사무처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며 끝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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