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만나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MBC 지분의 매각 문제를 논의한 대화를 녹음, 보도한 혐의로 최성진 한겨레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가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도 검찰의 무리한 기소권 남용으로 언론자유가 침해되었다며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정수장학회’ 우연한 녹음 취재 기소할 필요 있었나>란 제목의 21일자 사설에서 “검찰은 최 이사장이 기자에게 전화를 끊겠다고 했으므로 그 후 대화를 녹음한 것은 도청에 해당한다고 봤으나 이번 경우 기자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남의 대화를 엿들으려 한 게 아니라 상대방의 부주의로 대화 내용을 듣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 이사장은 최 기자 전화를 받다가 MBC 인사들이 찾아오자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통화 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아 통화가 계속 연결 상태였다. 최 이사장의 실수로 빚어진 결과를 두고 도청이라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조선일보 21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최성진 기자의 보도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정당했다고 봤다. 조선은 “정수장학회 문제는 대선 정국에서 논란의 핵심 중 하나였다. 취재 기자가 우연히 전화기를 통해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논의를 듣게 되었는데 ‘이건 남의 대화이니 들어선 안 된다’고 판단해 휴대전화를 끊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이어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MBC 지분을 판 자금으로 특정 지역을 위해 쓰자는 논의에 관한 보도는 공익적 보도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은 “검찰은 2011년 KBS 기자가 수신료 인상에 관한 야당의 비공개 대책회의 녹취록을 한나라당에 넘겨 고발된 사건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다”고 전한 뒤 “이번 경우도 취재 동기가 고의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 보도가 공익에 관한 것이었는지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며 검찰을 비판했다. 조선의 이번 사설은 경쟁사이자 논조도 다른 상대 언론사에서 발생한 사건을 언급하며 무리한 검찰 기소를 비판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검찰의 최성진 기자 기소 건은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언론계 전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는 18일 성명을 내고 “검찰은 언론자유를 피고석에 세웠다”며 “한겨레 최성진 기자 기소는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중대한 과오”라고 주장했다.

   
▲ 한겨레 2012년 10월13일자 단독 기사.
 

한국기자협회는 “헌법재판소는 2011년 통신비밀보호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한 규정을 적정하게 해석․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고 전한 뒤 “최 기자가 보도한 정수장학회 비밀 회동 대화 중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인 공영방송사의 지분 매각을 실행하기 위해 모의했다는 것은 보호받아야 할 프라이버시가 결코 아니다”라며 보도의 공익성을 강조했다.

기자협회는 최근 검찰이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 처리하고 김재철 MBC 사장의 각종 혐의에도 무혐의 의견을 낸 것을 언급하며 “검찰은 최 기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지난 정권 5년 동안 언론자유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깊이 성찰하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이강택) 역시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공공의 이익과 공중의 정당한 관심이 있으면 통신비밀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보도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뒤 “한겨레 기자의 보도 이후 대부분의 언론이 이와 관련한 후속 보도를 쏟아냈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측에서도 최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보도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특종 보도한 기자를 사법 처리하는 검찰은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검찰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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