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녀유학자료,항공권 결재자료 등  미흡한 자료에 대해 추가제출을 하라는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의 요구에조차 응하지 않아 의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민주통합당 소속 위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위원은 다른 위원들의 질의응답 도중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제출할 자료가 3페이지인데, 이것을 제출하지 않으면 청문회를 진행 할 수 없다”며 “후보자는 계속 ‘잘못된 풍문’, ‘엉터리 언론보도’라고 하는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오후 청문회 시작 전 까지는 자료를 꼭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청문회 의장인 강기정 의원은 “(후보자는 본인이) 잘못이 없어 자료제출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의원들이 (자료제출을) 요구한다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정보 자료제출에 동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작 이동흡 후보자는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최 의원은 “후보자는 검토할 의무가 없고 당연히 제출해야한다”며 “자료를 달라고 한지가 10일 넘었는데 오늘만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냐”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선별해서 제출할 권리가 후보자에게 있나”라며 “후보자는 선출된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청문회를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이동흡 후보자가 답변 도중 연신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강기정 의장은 이에 “청문위원들의 요구 자료에 점심까지 준비해서 오후질의 전까지 위원들에게 제출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제출하라는 자료가) 뭔지도 모르고 봐야 한다”고 되레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새누리당 청문위원한테서도 나왔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기본적으로 후보자는 의원들이 요청하는 자료를 성실히 제출해야 한다”며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나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제출해도 되지 않는 자료는 그 원칙에 따라 처리하면 되지만 기본적으로는 제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제서야 이 후보자는 “무엇을 제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제출요구에는 "알았다"고 답했다.

앞서 이 후보자는 분당아파트에 대한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결과적으로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한다면 수용하겠다”면서도 “위장전입이랑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나는 이번에 위장전입 했다는 말을 보고 내 자신이 놀랐다”며 “나는 평생 내가 사는 집 하나였지, 부동산 거래는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홍근 민주통합당 청문위원은 “(분당아파트에) 주말에 가족들과 머물렀다고 했는데 가구도 없고, 집기도 없고, 이불도 없는 집에서 무엇을 했냐”며 “지난해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는 수도권 청약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 처가에 자기만 주소 등재했다가 자진사퇴로 낙마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이 “이 사실을 알고 있냐”고 묻자 이동흡 후보자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아울러 일등석 항공권을 공금결재 뒤 비즈니스석으로 교체해 그 차액을 창기는 이른바 ‘항공권깡’과 특정업무추진비 400여만 원을 휴일 집 근처에서 사용하는 등 공금 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공권깡’에 대해 그는 “헌법재판관은 반드시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게 돼 있고 그 만큼의 돈만 준다”며 “특정업무경비에 대해서는 이태까지 공무원 생활 하면서 조금도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잦은 해외출장에 대해 이 후보자는 “대외업무 등 정식출장”이라 답한 뒤 독일에서 초청 차 보낸 이코노미 항공권을 공금으로 비즈니스석으로 바꾼 것에 대해서는 “나는 개입한 바 없고 헌법재판관은 비즈니스석을 타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위원들은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방어에 치중했다. 이들은 이동흡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시절 판결 등에 대해서만 집중 질문했다.

이중 김도흡 새누리당 청문위원이 '언론이나 헌법재판소·법조계 내부에서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질의하자 이 후보자는 “내가 이런 일 당하니 격려문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재판관(나)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내용으로 우리나라가 바로 서려면 이런 부분이 바로 잡혀야 하지 않냐는 격려가 많다”고 답했다.

이에 김도흡 의원은 “업무를 원칙적으로 소신 있게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위공직자라면 직원들 간의 화합하면서 원칙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해 헌법재판소 등에서 쏟아지는 각종 의혹을 ‘불화’문제로 치부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6년 전 (헌법재판관 청문회때는) 내가 지적을 안 받았는데 소장이라는 자리가 중요하다고 느낀다”며 “소장으로 취임한다면 그런 빌미도 일체 안 나오게 공직수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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