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 2천억 원을 투입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부실 투성이라는 감사원 결과가 나오며 청와대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을 찬성해왔던 언론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수년간 제기되어온 정부정책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축하며 여론을 호도해오며 사업실패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MB씨 4대강 비리수첩 제작단’이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4대강 사업 찬동인사 인명사전’에 등재된 259명 인사 중 눈에 띄는 언론인들은 다음과 같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배인준 동아일보 주필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 △강병태 한국일보 논설실장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위원 △정재학 데일리안 편집위원 △추창근 한국경제 논설실장 △양영태 인터넷타임즈 대표 △허남진 중앙일보 논설주간 △황영식 한국일보 논설위원 △박영균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정인학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이들 언론인은 지금껏 칼럼 등 지면을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각종 찬성론을 펼쳐왔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009년 2월 2일자 칼럼에서 “MB는 기본적으로 물의 남자다. MB는 죽어있는 청계천을 되살려 대통령이 되었고…대운하가 죽는가 싶더니 경제위기를 맞아 4대강이 살아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 8월 1일자 칼럼에선 “대운하라는 엉성한 논리로 반대하지 마라”며 4대강 사업은 과학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2011년 8월 1일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의 칼럼.
 

배인준 동아일보 주필은 2011년 11월 30일자 칼럼에서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 벌인 광우병 투쟁, 4대강 투쟁, FTA 투쟁은 ‘잘못된 3대 반대’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 주장했으며, 그해 9월 7일 칼럼에선 “4대강 반대운동을 해온 사람들도 고향 오가는 길에 한 번쯤 (4대강 사업지역에) 들러 조금은 따뜻한 눈으로 변모한 강을 바라봐 주었으면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반대를 위한 반대’의 악습은 이제 끊어낼 때도 됐다”고 밝혔다.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2010년 7월 4일자 칼럼에서 “환경단체들은 보를 만들면 강물이 썩는다고 주장하지만 위아래로 움직이는 개방보가 하층수를 빼주기 때문에 물이 썩을 염려는 없다”고 주장했으며, “하굿둑과 보와 댐을 건설하면 무조건 환경파괴라는 인식에는 치수와 이수라는 개념이 들어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천주교 주교회의의 4대강 사업 비판을 두고는 2010년 3월 28일자 칼럼에서 “정책 비판 용기와 전문성은 별개”라고 폄훼했다.

황영식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1월 16일자 칼럼에서 “(4대강 사업 비판의) 일방적 공격과 반박의 역사는 책 한 권에도 다 담기 어렵다”고 주장한 뒤 최근의 4대강 사업 비판여론을 두고 ”미처 삭이지 못한 대선 패배의 울화를,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처럼 크게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한 편인 이명박 대통령에 퍼부으려는 뜻도 잡힌다”고 해석했다.

강병태 한국일보 논설실장은 2009년 12월 1일 칼럼에서 4대강 사업이 “적은 돈으로 큰 일을 한다는 인상을 준 느낌이다”라고 밝혔다. 정재학 데일리안 편집위원은 2010년 7월 4일자 칼럼에서 “강에 물길을 내면 우리는 세 개의 길을 갖게 된다.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방치된 세 개의 길이 우리 앞에 거대한 건설의 힘으로 놓여질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을 찬미했다.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위원은 2010년 7월 5일자 칼럼에서 “낮에는 4대강 결사반대를 외치는 정치인들이 밤이면 자기 지역의 4대강 예산을 더 끌어가기 위해 로비하느라 정신들이 없다. 오로지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이니 이를 침몰시키자는 위선의 목적으로 온갖 구호를 달아 추종자를 결집하는 것은 2000년 전 처녀 공양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2011년 7월 25일 칼럼에선 “(올해) 다행이 큰 물난리는 없었다. 4대강 효과 때문이었음은 설명이 필요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추창근 한국경제 논설실장도 2009년 12월 10일 칼럼에서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가 전혀 생산성 없는 정치에 휘둘리다 보니 경세제민은 본래의 뜻마저 죽어버린 사어死語로 전락했다”며 4대강 사업 비판을 정쟁으로 격하시켰다. 2010년 10월 21일자 칼럼에선 “4대강 사업에 대한 야당의 반대는 정략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폄훼했고, “강에 물이 많아지면 강을 썩게 하는 오염물질의 농도는 희석된다”며 4대강 사업이 환경과 생태계를 살리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2013년 1월 18일자 경향신문 1면.
 

하지만 이들 주장과 달리 4대강 사업의 총체적 실패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는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15개 보에서 바닥보호공이 유실·침하되고, 12개보는 수문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며 수질은 오히려 악화될 우려가 높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로 드러났다. 박근혜 당선인측 역시 4대강 사업 실패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눈치다. 하지만 18일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앞서 언급한 4대강 찬성 언론인들은 감사원 결과에도 불구하고 기존입장에 변화가 없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4대강 사업이 총체적 실패라는 것은 일부 언론의 해석이며 해석이 잘못됐다”고 말했으며 “4대강 사업 같은 대규모 건설프로젝트는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전문가팀의 충분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큰 건설사업에서 하자는 불가피하게 따른다”며 “하자가 사업의 본질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봤을 때 ‘총체적 실패’는 선동적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황영식 한국일보 논설위원 역시 “감사원은 사업의 시행 성과에 대한 기술적인 감사”라고 그 의미를 축소한 뒤 “무조건적인 (4대강) 반대론이 정부가 사업을 재촉하게 만들어 부실시공에 가게끔 만든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은 물을 확보하고 홍수·가뭄을 조절하는 부분에서 탁월한 판단”이라고 강조한 뒤 “이왕 이렇게 된 거 관리를 잘해서 잘 써야 한다”고 밝혔다.

강병태 한국일보 논설실장은 “4대강 사업이 애초에 시작되지 말아야 했다는 것도 비약 아닌가. 감사원 보고가 (일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추창근 한국경제 논설실장은 “개발은 보존의 한 방법이다. 4대강 사업은 그 과정이 잘못된 것이다. 개발하지 않은 자연은 없다”고 말한 뒤 “감사원이 아주 나쁜 집단이다. 정치적인 집단이다. 감사원에 전문가 집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알아서 쓰라”며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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