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극우단체 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등 야권 인사와 정부비판세력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나왔다. 이날 행사에선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이 박근혜 인수위를 물어뜯고 있다며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표적 극우단체인 국민행동본부는 16일 오후 2시 30분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에 거는 기대’라는 주제의 시국강연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강연자로 나선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는 “서울시장이 애국가도 안 부르고 태극기도 안 걸고 대한문 앞에서 저희끼리 취임식을 했다”고 말한 뒤 박원순 서울시장을 가리켜 “이런 미친X들”이라고 말했다. 김동길 교수는 “그런 인간이 (서울) 시장하는 곳 앞(시청광장)에서는 모임을 갖기도 싫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대선후보였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도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이정희 후보에 대해서는 “얼굴이 조금 괜찮더라. (그런데) 입을 여니까 악귀처럼 얘기했다. 큰일 날 사람이었다”고 말하며 “국고를 27억이나 쓰고 나온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나. 최소한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해선 그가 이승만·박정희 묘소를 찾지 않았다며 “대한민국을 뭘로 보는 거냐. 이승만·박정희 없는 대한민국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문 후보를 가리키며 “사람구실 못할 것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자기 맘대로 끌고 가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행사에선 극우인사들의 정치·언론관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종북세력을 제외한 국민 대통합이 돼야한다”고 주장한 뒤 “사이비 우파는 종북 세력보다 더 나쁘다”며 박근혜 인수위를 비판하는 보수 세력을 비난했다.

서정갑 본부장은 이어 “대선 투표 날 조갑제 대표께서 문자메시지를 보내자고 해서 ‘조국이 벼랑에 몰려있다. 오후 6시까지 투표장에 나갑시다’라고 보냈더니 전국적으로 많은 호응이 있었다”고 밝힌 뒤 “마지막 여생을 투표로서 국가에 봉사하자는 연락을 듣고 마음이 뭉클했다”고 전했다.

변희재 빅뉴스 대표는 “5년 전 광우병 거짓선동이 터져 촛불을 꺼야 되겠다 해서 각종 인터넷 포털의 거짓선동을 잡기 시작하며 이명박 정권 때 (세웠던) 목표를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며 “정권을 지켜냈지만 (앞으로) 5년간 거짓선동과 싸워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인수위와 윤창중 대변인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두고 “윤창중이 도대체 인수위 들어와서 잘못한 게 뭐가 있나. 그 분은 교과서적인 대변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반박한 뒤 “좌파선동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포털 미디어다음이 매일같이 윤창중에 대해서 (비판적인) 기사를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좌파·우파 몇 명 불러놓고 싸움을 붙이는 종편 프로그램은 국가경영에 도움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국익이 머릿속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언론 사업을 하면 안 된다. 지금 인수위를 보도하는 기자들 태도는 지방의 건설사 자매지가 하는 것 같다. 사익을 위해 물어뜯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선제적으로 국정 아젠다를 제기해주는 것이 언론의 주요한 업무이며 권력감시는 언론의 일부 기능”이라며 조갑제닷컴·올인코리아·뉴데일리 등 우파언론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씨는 이어 “라디오 시사프로는 아직까지 좌파가 장악하고 있다. 들을 게 없다”며 “(우파세력이) 라디오도 직접 만들어 우파운동과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한편 이날 행사에선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참석해 이들의 활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한구 대표는 “여러분들이야 말로 진정한 애국자다. 그동안 좌파의 물결이 우리 사회 곳곳에 넘쳐 흐를 때 강연회나 시의적절한 집회를 통해 대한민국이 살아있다는 모습을 주도적으로 보여준 국민행동본부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한구 대표는 이번 대선을 두고 “종북 세력들, 위장간첩들, 영토를 내어줘도 지장이 없다는 세력들에게 영토가 넘어갈 뻔 했다. 아직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反새누리당 성향의 국민들을 겨냥해 “앞으로 이 사람들은 계속 엉뚱한 짓을 할 것이다. 아직도 이들은 촛불시위에 대한 향수가 매우 강하다”고 주장하며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당부했다.

서울시는 김동길 교수의 발언이 사실무근이라고 알려왔다. 김은국 서울시 대변인실 인터넷뉴스팀장은 “서울시장께서 취임식 때 애국가를 다 불렀고 태극기도 분명히 걸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형태로 시장이 직접 사회를 봤던 온라인 취임식 동영상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은 mayor.seoul.go.kr에서 볼 수 있다.

[기사보강] 1월 17일 오후 3시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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