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5일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사라졌던 경제부총리와 해양수산부를 부활하고 미래과학창조부가 신설됐다. 총 17부 3처 17청의 형태로 이명박 정부의 15부 2청 18청의 이명박 정부에 비해 규모가 커졌다. 언론들은 앞으로 출범할 박근혜 정권이 보수정권임에도 불구하고 ‘큰 정부’로 국가개입여지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인수위원회의 이번 정부조직개편안도 극비리에 추진돼 ‘깜깜이 발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정부조직개편안이 완성 후 발표까지 3일이 걸렸으며, 이는 그동안 정부조직개편안에 앞서 여당 대표에게 미리 전달하고 야당에게도 언질을 줬던 관행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소통’에 대한 박근혜 당선인의 인식이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KTX 민영화는 ‘계속 추진 중’이다. 국토해양부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철도 민영화’를 위한 사업자 모집공고를 1월 중 실시하는 것으로 보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사업자 모집공고 이후 올해 상반기 새 정부에서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게 되며 수서발 노선이 해당된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먹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은 16일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이동흡 협찬 지시 법조계 유명 일화”>
국민일보 <경제부총리 부활·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동아일보 <성장-국민안전 초점 맞춘 ‘큰 정부’ 뜬다>
서울신문 <경제부총리·해수부 부활…미래부 신설>
세계일보 <경제부총리 부활…2부 1처 늘린다>
조선일보 <박의 양날개, 경제부총리·미래창조과학부>
중앙일보 <미래창조과학부, 박근혜 ‘공약 사령부’로>
한겨레 <경제부총리 부활…MB식 ‘작은 정부’ 폐기>
한국일보 <경제부총리 부활…17부3처17청>

‘큰 정부’, 시장 전횡에 개입할까?

이번 인수위원회의 새 정부 조직개편안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경제부총리의 부활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하며 사실상 기획재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를 총괄한다. 이는 독립된 경제대응조직을 구축함으로서 새 정부에서 적극 경제위기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7일 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 첫 회의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도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효율성이 낮아지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한 대목 중, ‘부처 간 칸막이’는 경제부처 컨트롤타워를 의미했던 것이다. 경제부총리를 부활시킴으로서 경제에 대해서는 경제부총리가 책임을 지고 이끌어 나갈 것으로, 첫 경제부총리의 인선은 차기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사안이 됐다.

관건은 박근혜 정부가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등으로 엉망이 된 한국경제의 구조를 건드릴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인수위원회는 이날 발표에서 중소기업청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서 일단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에 대한 수정의지를 밝혔지만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 시행을 위한 개편이라고 보기엔 다소 의문점이 있다.

   
▲ 한겨레 1월 16일자. 4면.
 

한겨레는 4면 <몸집 커진 정부 ‘경제·안전’ 중시…“밋밋한 개편” 평가도>제하 기사에서 “‘박근혜 정부’는 보수정권이 선호하는 ‘작은 정부’가 아닌, 전문부처의 수를 늘린 ‘큰 정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분석했지만 “박 당선인이 무엇을 하려는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밋밋한 개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어 “이번 조직개편에 가장 큰 방점이 찍힌 ‘미래창조과학부’가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여전히 모호하고, 국정에 대한 장기적 청사진을 짐작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며 “또 박근혜 정부가 ‘성장’에 무게를 둔 나머지 경제주권이나 노동·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문제를 소홀히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책임총리’는 어디에? 미래과학부는 어떻게?

박근혜 당선인은 선거기간 도중 ‘책임총리제’를 언급했지만,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총리의 권한이 상당부분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경제부분은 경제부총리가 신설되고 미래창조과학부도 매머드급 부처로 태어나면서 사실상 총리가 경제와 성장동력, 두 부분에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고 이는 사실상 ‘책임총리’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4면 <경제부총리 신설로 총리는 정무·통합형 유력>제하 보도에서 “경제부총리가 신설됨에 따라 향후 총리후보자는 ‘경제 전문가’보다는 ‘실무에 밝은 정무·통합형’으로 갈 것으로 관측된다”며 “박 당선인 주변에선 ‘당선인의 총리 인선 작업이 막바지에 온 것 같다. 책임총리제를 구현할 수 있는 능력있는 후보군이 압축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1월 16일자. 4면.
 

그러나 한겨레는 “신설되는 경제부총리에 힘이 쏠리게 되면서, 박근혜 당선인이 약속했던 책임총리제가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결국 책임총리제의 관건은 청와대 개편에 있을 것으로 보이며 총리 후보자로 누구를 지명하느냐에 따라서도 책임총리제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개편의 또 하나의 특징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다. 그런데 미래창조과학부가 무엇을 하는지가 의문이다. 인수위에 다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미래동력을 창출하고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방통위의 정보통신기술(ICT)도 미래창조과학부가 맡음으로서 몸집이 더 커졌다.

   
▲ 서울신문 1월 16일자. 3면.
 

그런데 당장 미래창조과학부의 명칭부터가 일단 불명확하다. 서울신문은 3면 <과학계 “‘창조과학’ 간판 비웃음 살 수도”>제하 기사에서 “정부조직 전문가인 한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에는 창조와 과학이 나란히 있는데다 부처명만으로는 정체성도 없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맡은 일도 기초과학은 물론 미래기술, 융합, 우주, 핵 등 매우 포괄적이다.

조선일보는 3면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부활”…“타 부처 견제 커져 5년 뒤 도마 오를 것”> 제하 기사에서 “과학계 일각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과도한 권한을 가지면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전체 국가 R&D예산의 60%를 집행하는 부서가 동시에 이를 배분, 조정하는 기능까지 가질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이란 의미다. 조선일보는 이 보도에서 “일각에선 ‘다른 부처의 견제가 커지고 5년 뒤에 다시 도마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직개편도 역시, ‘아무도 몰랐다’

이번 조직개편의 밑그림은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유민봉 간사와 옥동석 위원, 강석훈 위원 등 3인방이 주도했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도 최종 조율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비밀 작업실’을 마련하고 다른 인수위원들도 모르게 설계작업을 진행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셈인데, 문제는 이것이 과연 비밀리에 진행해야 할 상황이냐는 것이다. 최소한 타 인수위원과 여당 대표에게는 전달되어야 하는데, 이번 조직개편안은 3인방이 밑그림을 그린 뒤, 박근혜 당선인만 보고를 받고 3일만에 전격 발표됐다. 유민봉 간사는 브리핑에서 “(여야의)사전설명은 없었다”며 “대부분 공약을 통해 예측가능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 경향신문 1월 16일자. 4면.
 

경향신문은 4면 <박근혜에 보고 사흘만에…또 ‘깜깜이 발표’>제하 기사에서 “인수위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도 대부분 이날 발표 사실을 몰랐다”며 “정부부처의 업무보고가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조직개편안부터 발표됐다. 이 때문에 ‘깜깜이 발표’란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정부조직개편안 완성에서 발표까지 걸린 시간은 단 3일”이라며 “발표 사실을 공지하고 ‘문구 수정’을 이유로 시간을 두차례나 연기하면서 설왕설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게 정부조직개편안은 발표되기 전 여당 대표에게 미리 전달하고 야당에게도 언질을 줬던 관행을 보면 3일이라는 기간은 너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큰 정부’ 조직개편, 채워야 할 부분 많다>제하 사설에서도 “인수위의 부처 업무보고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개편안을 서둘러 발표한 점이 유감스럽다”며 “혹여 최대석 전 인수위원의 ‘사퇴 미스터리’에 쏠리는 국민적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고자 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도 15일 브리핑에서 “당선인의 국정철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 업무보고를 받고 현 정부 기능을 분석한 후, 전문가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확정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생략됐다”며 “야당으로부터 사전 의견청취가 없었던 부분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MB는 마지막 먹튀를 포기하지 않았다

한겨레가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로부터 입수한 ‘인수위 주요 보고 사항’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1월 중 수서발 KTX의 사업자 모집공고를 추진하되, 선정은 새 정부가 결정”하도록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론에 밀려 사그러든 KTX 민영화가 이명박 정부 임기 말에 다시 불붙은 것이다.

한겨레는 6면 <‘관제권 환수’ 국토부, KTX 민영화 속도전 “요금 인하·경쟁력 제고 주장 근거없다” 비판>제하 기사에서 “국토해양부가 1월 중 민간사업자 공고를 강행하게 된다면, 철도민영화는 본격 궤도에 오르게 된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국토해양부의 ‘민영화 속도전’기조와 맞아 떨어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 한겨레 1월 16일자. 6면.
 

 

이동흡 ‘삼성협찬’ 부인에 경향 “거짓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수원지법원장 당시 ‘삼성의 협찬을 지시했다’는 경향신문의 15일 보도 이후 이동흡 후보자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향신문은 1면 <“이동흡 협찬 지시 법조계 유명 일화”>제하 기사에서 “하루 만에 그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증언·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1월 16일자. 2면.
 

경향신문은 헌재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후보자의)삼성협찬 얘기는 이미 유명한 일화”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 관계자는 이강국 헌재소장의 최측근으로, 퇴임을 앞둔 이 헌재소장의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한 문제가 된 2005년 송년회 당시 법원의 기획법관이 행사를 준비했다는 이 후보자 측 해명도 경향신문은 “기획법관제도는 2006년 생겼다”고 반박했다.

보수언론도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동흡 후보자 ‘판례와 도덕성’ 검증 철저히 해야>제하 사설에서 “헌재소장에게는 남다른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이 후보자에 대해 위장전입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 동아일보 1월 16일자. 35면. 사설.
 

 

최대석, 북한과 접촉해 잘려?

‘이유없는 낙마’로 의구심을 자아냈던 최대석 전 인수위원이 북한과 부적절한 접촉을 해 인수위원에서 낙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7면 <최대석 낙마 진짜 이유 부적절한 대북 접촉설>제하 기사에서 “대북 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공동대표를 맡아온 최 위원이 그간의 방북활동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1월 16일자. 7면.
 

중앙일보는 “일부에서는 대선 직후 박 당선인 측 인사들의 대북접촉 시도과정에서 뒤탈이 났을 수 있다 주장도 나온다”며 “당선인 측 K의원 등이 지난해 12월 말 베이징에서 북측의 대남라인 관계자와 만나려다 불발에 그친 일이 있는데 이를 최 의원이 막후에서 추진했다고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최 위원이 “박 당선인의 재가 없이” 이 같은 일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관계당국의 견제를 받았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에 대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사무총장의 말을 통해 “최 전 위원이 대북커넥션이 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보도했고, 국정원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