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가 이동통신 가입비 단계적 폐지, 스마트폰 선택형 요금제 유도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의 첫 통신요금 정책에 대해 근본적 처방 없는 근시안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도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통신요금 인하, 방통위의 요금인가 심의 과정 공개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방통위는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가입비 폐지, 선택형 요금제, 선불요금 이용 확대, 알뜰폰(MVNO) 서비스 경쟁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을 제안할 방침이다.

현재 이동통신사업자들은 2만 4000원에서 3만 9600원까지 가입비를 책정하지만 대다수 대리점은 이 비용을 대납하고 있다. 언론은 3000억 원에 가까운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하지만 한해 50조에 가까운 매출액에서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이통 3사의 매출액은 37조 4809억 원, 2011년 연매출은 총 47조 1910억 원이다.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 같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 또한 제기된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한석현 팀장은 가입비 폐지가 소비자 욕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 팀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가입비는 가입자가 포화상태인 한국에서는 오래 전에 폐지했어야 한 항목”이라며 “계속 요금이 올라가고 있고 이동통신 이용패턴도 바뀐 상황에서 가입비 3만 원 폐지는 별 효용성 없는 단기적 처방, 선심성 뉴스거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도 실효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가입비 폐지로 인해 소비자가 느끼는 절감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말기 가격 인하 등 유통구조를 개선해 통신비를 내리는 방안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근본적인 통신비 절감을 위해 통신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해왔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윤철한 시민권익센터 팀장은 통화에서 “통신요금이 적절한지 평가하기 위해 원가를 공개하는 것이 근본적인 요금 인하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윤철한 팀장은 이어 “통신비 거품 의혹을 제기하면 기업은 ‘투자비가 많이 든다’고 하는데 방통위만 알고 시민은 모르는 원가가 공개돼야 그것에 맞춰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팀장은 요금제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방통위에 부여된 인가권으로 이 같은 개선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윤 팀장은 MVNO 활성화, 스마트폰 유통구조 개선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이사는 이 같은 새 정부, 방통위의 정책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전 이사는 “그동안 요금을 인가한 방통위는 왜 가입비를 폐지해야 하는지 근거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방통위의 이 같은 정책은 2G에서 3G로 갈 때 25~27% 인상, 4G로 갈 때 20% 인상을 인가한 자신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전응휘 이사는 가입비 폐지와 통신요금 인하를 연결짓는 언론보도도 비판했다. 그는 “가입비 인하가 통신비 절감으로 연결된다든지, 반대로 이통사 매출에 영향을 준다든지 하는 보도는 모두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서 “가입비와 통신비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고, 이것이 매출액 대비 어느 정도인지 따지지 않고 받아쓰는 언론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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