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오는 17일 의원총회를 열고 ‘종합편성채널 출연 금지’ 당론 변경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는데 출연하지 않은 결과 50~60대와 중도층 표심을 빼앗겨 대선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종편이 18대 대선기간 동안 시청률이 올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선 이후 뚜렷한 시청률 하락세를 보였다. 종편이 ‘보도채널화’되면서 반짝 상승세를 타긴 했으나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종편의 영향력을 고려해 출연하겠다는 민주당 주장이 궁색해졌다.

미디어오늘이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전국 13개 지역 유료방송 가입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1월 14일까지 대표적 종편 시사프로그램 시청률을 분석했다. 대상은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TV조선 ‘뉴스쇼 판’,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였다. JTBC는 눈에 띄는 시사프로그램이 없어 제외했다.

그 결과 3개 프로그램 모두 대선시기를 기점으로 시청률이 하락한 것이 드러났다.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의 경우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 평균 0.78%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한 달 뒤인 11월 넷째 주 평균 1.05%로 상승했다. 12월 첫째 주에는 1.54%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12월 마지막 주 1.48%를 기록했고, 1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는 각각 1.08%, 1.01%로 하락세를 보였다.

   
 
 

TV조선 ‘뉴스쇼 판’의 경우 종편의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뉴스쇼 판’은 11월 한 달 간 매주 1.31→1.59→1.77→1.87%로 상승세를 탔고 12월 첫째 주에는 2.1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선거일(12월 19일)이 끼어있던 셋째 주에는 3.19%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12월 마지막 주에 2.04%, 1월 둘째 주엔 1.94%로 하락세를 겪었다. 14일 방송에선 1.55%까지 떨어졌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도 마찬가지였다. 11월 첫째 주 1.84%를 기록한 뒤 12월 첫째 주와 셋째 주 각각 2.6%, 2.59%를 기록했으나 대선이 끝난 뒤인 1월 첫째 주 1.92%, 둘째 주 1.9%의 하락세를 겪었다. 14일 방송에선 1.45% 시청률을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이강택)는 15일 “민주당이 걱정할 만큼 종편이 큰 영향을 줬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민주당은 종편 출연 금지의 빗장을 풀기 전에 공영방송 KBS, MBC의 정상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에서 종편의 역할이 주요했다면, 종편 출연의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시청률에서 월등히 높은 지상파의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현재 종편 시청률의 10배가 넘는 지상파 3사의 보도편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는 대신 시청률 1% 이하의 종편 출연으로 불공정보도 환경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대선패배의 핑계거리를 외부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한 뒤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종편에 출연하고 있어서 당론 변경과 같은 쇼는 새삼스럽다”고 꼬집었다.

추혜선 사무총장은 “종편의 문제는 미디어생태계 문제와 연관돼 있는데 민주당이 정략적 판단에 따라 종편을 인정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뒤 “공영방송이 종편보다 중요하다는 근본적인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언론문제에 접근해야 국민들이 반성에 대한 진정성을 알아볼 것”이라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15일 성명을 통해 “종편출연금지 당론 변경이 민주당에게 가장 시급한 쇄신책인가”라고 되물은 뒤 “자칫 민주당이 대선 패배에 대한 자기 책임을 외면한 채 언론 탓으로 책임을 돌리려는 비겁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현 상황을 완곡하게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종편 출연 금지 당론 변경은 조중동에 대한 백기투항이라는 의견이 당내에서도 제기되고 있음을 민주당은 곱씹어보기 바란다”고 지적한 뒤 민주당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종편 출연에 나설 경우 “이명박 정권의 특혜 결정판인 종편 살리기에 힘을 보태고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 없이 민주당의 지지 기반을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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