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불통 논란’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까지 번지고 있다. 인수위가 철통보안을 강조하면서 제작진이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 의원들의 인터뷰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각 방송사 오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는 일부 새누리당 의원만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SBS <서두원의 시사초점>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 주요 라디오 시시프로그램에 출연한 새누리당 의원은 김기현, 김상민, 김재원, 나성린, 박선규, 이상일, 이한구, 조해진, 홍일표 의원 등 9명 정도에 불과했다. 제작진은 이들 의원 섭외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 의원은 인수위와 관련한 민감한 질문은 사전에 제외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박정욱 PD는 새누리당 의원 섭외 어려움을 두고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새누리당이 전반적으로 입조심하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PD는 “지금은 여권에서 주로 이슈가 나오는 상황인데 다들 조심하고 있다”며 섭외의 어려움을 전했다. 다른 라디오 PD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나와서 말실수 하며 기사거리가 되는 것보다 차라리 출연을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다른 방송사들도 마찬가지다. SBS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작가는 “통상 임시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섭외가 잘 안 되는 시기인데 최근에는 인수위 눈치를 보는 의원들까지 많아 섭외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새누리당 의원들 상당수에게 섭외를 시도했지만 보좌관들이 ‘의원님이 얘기하기 곤란한 입장’이라며 고사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수위에 합류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최대한 말을 아끼고, 박근혜 정부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의원들은 아예 인터뷰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는 것.

   
 
 

CBS 한 PD도 “일부 의원은 방송에 나가더라도 인수위와 관련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한다”면서 “가장 궁금한 게 인수위와 관련된 것인데, 그걸 얘기 안하겠다고 하면 난감하기도 하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당선인의 이른바 ‘촉새 발언’ 이후 의원들은 물론 보좌관들도 다들 입조심을 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때문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민의 알 권리보다 권력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사 PD는 “박근혜 당선인에게 찍힐까봐 조심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인수위에 함구령이 내려진 데다 프로그램 나가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당선인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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