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KAL 858기 폭파사건의 김현희씨 인터뷰를 긴급편성하자 노조가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없었던 방송 개입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MBC는 15일 오후 11시 기존에 편성돼 있던 <100분토론> 대신 김 씨와의 인터뷰 <특집대담-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을 방송한다. MBC노조에 따르면 긴급편성 사실을 방송 하루 전인 14일 오후 편성실무진에게 통보했다. 방송 고지는 15일 오전, 녹화는 15일 오후 4시에서야 이뤄질 예정이다. MBC노조(정영하 위원장)는 15일 오전 보도자료에서 "25년이나 지난 사건의 주인공을 갑자기 불러내는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긴박하게 편성을 하는 것도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인터뷰가 추진된 이유는 방송문화진흥회의 요구다. MBC노조는 "지난해 9월 뉴라이트 단체 출신 김광동 이사, 고용주 감사 등의 집중적인 요구로, 방송문화진흥회는 사측에 2003년 PD수첩 방송에 대한 방송경위를 조사할 것을 요구하게 됐다"며 "사회 특정 세력의 요구를 방문진이 수용해 방송된 지 10년이나 지난 프로그램에 대해 갑자기 진상조사를 요구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MBC는 2003년 11월 <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을 내보냈다.

MBC노조는 "더 중요한 문제는 이 긴급편성이 불법적이라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인터뷰가 방문진의 공식 요구였는지 밝혀진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방문진의 공식 결정이 맞다면 이는 명백한 월권행위이며 불법행위"라며 "방송문화진흥회는 MBC에서 방송되는 방송물에 대한 편성권이 전혀 없다. 법적으로 가진 권한은 MBC의 경영에 대한 관리 감독권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철진 시사제작국장은 "작년에 김현희 관련 진상을 조사해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방문진의 결의가 있었고 방문진의 결의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제작 배경을 노조에 밝힌 바 있다. 방송문화진흥법에 따르면 방문진의 업무는 △방송문화의 발전과 향상을 위한 연구 및 학술사업 △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 △방송문화진흥자금의 운용·관리 등이다.

   
▲ KAL기 폭파사건의 김현희씨
 

MBC노조는 이어 "방문진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 자체가 방문진법과 방송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회사는 방문진의 결의 내용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전달됐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MBC노조는 이번 인터뷰 편성이 차기 정권의 방송개입이자 방송장악의 전조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방문진 이사는 정치권이 임명하며, 정부 여당의 입김이 강력히 미친다. 그런데 이 방문진이 방송 내용, 방송 편성까지 직접 개인한다면 이는 군가독재시대 방송장악과 다를 게 없어진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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