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김현희씨와의 대담을 15일 방송한다. 편성표에도 나와있지 않고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긴급편성’이다.      

MBC는 원래 편성돼 있던 <100분토론> 대신 김 씨와의 인터뷰를 내보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터뷰는 15일 김 씨가 MBC 스튜디오에 나와 신동호 아나운서와 대담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며 제작은 <100분토론>팀이 맡는다. 인터뷰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해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PD수첩’의 ‘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편(2003년 11월18일 방영)이 왜곡보도였다고 질타한 이후 추진됐다. 당시 ‘PD수첩’은 KAL기 폭파사건을 추적하며 ‘김 씨가 진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후 KBS와 SBS도 이 의혹을 다뤘다.

MBC 노조에 따르면 김철진 시사제작국장이 “작년에 김현희 관련 진상을 조사해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방문진의 결의가 있었고, 방문진의 결의에 따른 후속조치”라는 방송 배경을 밝혔다.

김 시사제작국장은 편성 시기에 대해서는 “작년 11월이 KAL기 폭파 25주년이었는데, 그때 방송을 준비했지만 대선 정국이라 오해를 살 수 있어 이번에 방송한다”고 밝혔다.

   
▲ KAL 폭파범으로 지목돼온 김현희씨. 2009년 2월12일 SBS뉴스화면 캡처.
 

하지만 김 씨의 인터뷰가 내부 구성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을 만큼 ‘몰래’ 편성해야 할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10년 전에 방송됐던 내용인데 이제와서 김현희를 불러서 단독으로 방송한다는 건 누가 봐도 황당한 이야기”라며 “그러다보니 구성원들의 반발이 겁이 나서 쉬쉬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 씨는 지난해 6월 TV조선에 출연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본격적으로 저를 두고 ‘가짜몰이’를 하기 시작했다”며 “(제 주소는) 보안 사항인데 MBC가 습격해 (저를) 노출시켰고, 이후 방송3사가 모두 저를 가짜로 모는 편파방송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87년 11월 29일 북한 공작원 출신인 김현희씨는 KAL 858기를 폭파해 115명이 사망했다며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1990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KAL기 김현희 긴급 편성은 방송장악 징조”
MBC 노조 “군사독재시대 방송장악과 다름없다”
시사제작국장 “방문진 결의에 따른 후속조치”

MBC가 KAL 858기 폭파사건의 김현희씨 인터뷰를 긴급편성하자 노조가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없었던 방송 개입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MBC는 15일 오후 11시 기존에 편성돼 있던 <100분토론> 대신 김 씨와의 인터뷰 <특집대담-마유미의 삶, 김현희의 고백>을 방송한다. MBC노조에 따르면 긴급편성 사실을 방송 하루 전인 14일 오후 편성실무진에게 통보했다. 방송 고지는 15일 오전, 녹화는 15일 오후 4시에서야 이뤄질 예정이다. MBC노조(정영하 위원장)는 15일 오전 보도자료에서 "25년이나 지난 사건의 주인공을 갑자기 불러내는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긴박하게 편성을 하는 것도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인터뷰가 추진된 이유는 방송문화진흥회의 요구다. MBC노조는 "지난해 9월 뉴라이트 단체 출신 김광동 이사, 고용주 감사 등의 집중적인 요구로, 방송문화진흥회는 사측에 2003년 PD수첩 방송에 대한 방송경위를 조사할 것을 요구하게 됐다"며 "사회 특정 세력의 요구를 방문진이 수용해 방송된 지 10년이나 지난 프로그램에 대해 갑자기 진상조사를 요구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MBC는 2003년 11월 <16년간의 의혹, KAL 폭파범 김현희의 진실>을 내보냈다.

MBC노조는 "더 중요한 문제는 이 긴급편성이 불법적이라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인터뷰가 방문진의 공식 요구였는지 밝혀진바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방문진의 공식 결정이 맞다면 이는 명백한 월권행위이며 불법행위"라며 "방송문화진흥회는 MBC에서 방송되는 방송물에 대한 편성권이 전혀 없다. 법적으로 가진 권한은 MBC의 경영에 대한 관리 감독권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철진 시사제작국장은 "작년에 김현희 관련 진상을 조사해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방문진의 결의가 있었고 방문진의 결의에 따른 후속조치"라고 제작 배경을 노조에 밝힌 바 있다. 방송문화진흥법에 따르면 방문진의 업무는 △방송문화의 발전과 향상을 위한 연구 및 학술사업 △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의 경영에 대한 관리 및 감독 △방송문화진흥자금의 운용·관리 등이다.

MBC노조는 이어 "방문진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 자체가 방문진법과 방송법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회사는 방문진의 결의 내용이 무엇이었고 어떻게 전달됐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MBC노조는 이번 인터뷰 편성이 차기 정권의 방송개입이자 방송장악의 전조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방문진 이사는 정치권이 임명하며, 정부 여당의 입김이 강력히 미친다. 그런데 이 방문진이 방송 내용, 방송 편성까지 직접 개인한다면 이는 군가독재시대 방송장악과 다를 게 없어진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조수경 기자 j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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