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캐나다 포트코키틀램에서 한 십대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벤쿠버 교육 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특히 주류 언론들이 이 소식을 1면에 보도하는 것이 모방 자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교육위원회는 언론의 자살에 대한 묘사, 1면 보도, 반복적인 보도, 사진 등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살 보도가 모방 자살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고 조성민씨의 죽음을 보도하는 한국의 자살 보도 행태는 여전히 문제점이 많다. 언론이 오히려 ‘베르테르 효과’를 부추기는 셈이다.

조씨가 사망한 6일 다음날 연예·스포츠매체들은 그의 죽음을 일제히 1면에서 다뤘다. <조성민 극단적 선택 왜…>(스포츠경향), <환희 준희 어떡하라고…조성민 극단 선택…왜?>(스포츠동아), <세기의 사랑, 세기의 비극으로/아이들은 어쩌라고…>(스포츠서울), <죽음으로 내몬 ‘3가지 결정적 사건’>(스포츠조선) 등이 그렇다. 스포츠 한국이나 스포츠월드는 2면에서 자세히 보도했다. 주요일간지들은 1면 보도를 자제했지만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관련 뉴스를 쏟아냈다.

 

   
▲ 스포츠경향 7일자 머리기사
 

‘자살 장소와 방법을 자세히 묘사하지 말라’는 자살보도의 기본 지침도 지켜지지 않았다. 스포츠경향은 “조성민이 6일 오전 3시40분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여자친구 ㄱ씨의 아파트에서 욕실 샤워기 거치대에 가죽 허리띠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역시 “샤워실 부스 샤워 꼭지 구분에 허리띠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9일자 사설 <자살 보도 방식 문제 많다>에서 “선수 조성민씨의 사망 이후 우리 언론이 보여준 보도 방식은 위험 수위를 넘었다”에서 “자살 동기를 단정하거나 수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문제점도 여전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앙일보 역시 7일자 12면 기사 <화려했던 스타커플의 계속되는 비극>에서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조씨는 6일 오전 3시40분 서울 도곡동의 여자친구 박모(40)씨의 오피스텔 욕실에서 허리띠로 목을 매 숨졌다”, 조씨는 이날 박씨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았으며 그 직후 석류음료를 섞은 소주 2잔을 마셨다고 한다“ 등 조씨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경위를 자세하게 전했다. 

언론들은 조씨가 죽기 전 모친과 전 여자친구에게 보냈다는 메시지 내용까지 자세히 보도했다. 물론 한국기자협회는 2004년 제정한 ‘자살 언론보도 권고기준’(권고기준)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자살 등과 같이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에 그러한 묘사가 사건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경우는 예외”라는 조항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고 해도 필요 이상으로 자세히 묘사한 셈이다. 

 

   
▲ 스포츠조선 7일자 머리기사
 

조씨의 비극적인 개인·가족사에 초점을 맞춘 언론 보도도 넘쳤다. 조씨의 불우한 삶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권고기준에서는 “언론은 자살을 영웅시 혹은 미화하거나 삶의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오해하도록 보도해서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한 언론들은 자살 관련 보도를 ‘특종 혹은 속보 경쟁에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규정도 어겼다. 스포츠서울은 <조성민 여친, 최초 심경 고백 “심장이 조여드는 듯”>, 뉴스1은 <경찰 “조성민, 자살전 여자친구로부터 이별통보 받아”> 기사를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내보냈다. 인터넷매체 데일리안도 빈소의 찾은 조씨의 자녀들을 모습을 찍은 사진을 단독보도했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자살보도 실태와 개선방안>(2011)에서 △자살자 신원공개 △자살방법 상세묘사 △유족 사생활 공개 △자살을 미화하는 보도 △추측성 보도 △유족 근접 촬영 △영안실 등 유족 지인 경쟁 촬영 등을 잘못된 보도 관행으로 꼽았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도 자사의 자살보도 가이드라인에서 자살 혹은 자해에 관한 사실적인 보도와 소설에 가까운 묘사가 자살에 영향에 미친다며 이를 자제하라고 했다. 또한 용어 사용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며, ‘자살’이란 단어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식의 용어를 더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핀란드 언론들도 ‘자살’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과 자살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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