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방 사장으로 지목됐던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법원으로부터 받은 증인출석 명령을 거부하면서 장자연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방 사장과 조선일보가 장자연 연루의혹을 제기했던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선후보를 비롯해 KBS 등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 소송이 한창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카더라’ 수준으로만 알려져온 방 사장의 아들이 장자연과 룸살롱에 함께 있었다는 증언도 속속 터져나오는 등 ‘문건’의 근거가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방상훈 왜 출석거부하고 있나=이 의원 등을 고소한 고소인이자 문건에 등장하는 당사자로 지목받아 법정증인 신분인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지난 7일 열린 이종걸 의원 명예훼손 사건 공판에 재판부의 증인소환장을 송달받고도 출석을 거부했다. 방 사장은 담당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7부(재판장 이인규 부장판사)에 제출한 증인불출석신고서에서 법정 출두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될 수 있는 2차 피해가 우려되며 사건에 자신이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사유로 제시했다고 재판부가 전했다.

이에 김병철 주심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재판부 입장은 피고인이 사회적 지위가 있다 해도 일반인과 달리 볼 필요가 없다”며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가 적시돼 고소한 것인데, (출석시 다시 노출돼) 문제가 된다(해도) 고소인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방상훈 사장이 법정에 나와 어떤 말을 하느냐는 예상되는 부분이지만 변호인 입장에서 어떻게 심문할지도 지켜보는 것이 맞다”며 “(방 사장이) 법정에 나와봐야 한다는 것에 우리 재판부의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종걸 의원측 변호인단은 방상훈 사장을 소환해 이 재판부에서 판결을 받기 원한다면서도 일반인과 달리 소환한다해도 방 사장이 응한다는 보장이 없으나 일정은 촉박하기 때문에 (강제)구인장을 발부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종걸 의원도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 사장이 검찰에서도 진술하지 않았는데 법정의 증인출석도 하지 않은 것은 사건 피해자로 법정에 재판을 청구하는 고소인으로서 권리와 의무 가운데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부담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특권이 깔려있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국회 대정부 질문 등에서 방 사장의 사건 연루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이종걸 의원은 “고인의 명백한 죽음을 밝힐 수 있는 고인 작성 문건 때문이었다”며 “방 사장도 하고 싶은 얘기를 법정에 나와서 하고, 사건 관계의 실체를 법원이 밝혀낼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장자연 문건은 허위인가, 근거가 있나=장씨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 전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장자연 문건이 허구이며 가공의 문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12일 이종걸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문건에 대해 “수사기록에 의하면 이미숙과 송선미가 소송을 당한 것을 대항하기 위해 허위내용과 문구를 만들어 보관한 것으로 나와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자연 자살 전인 2009년 3월 초 MBC SBS 임원까지 했던 유명한 정아무개 PD에게 이미숙이 전화해서 문서내용을 읽어주고 소송을 못하게 막아달라고 했다. 장자연 자살 1시간 전에 유장호와 장자연이 문자를 주고 받았다”면서 “허위문서를 만들어 아무개 PD를 (전화해서)만나자는 약속까지 잡은 사람들이 장자연을 죽였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이미숙·송선미 씨와 장자연씨 전 매니저 유장호씨 상대로 “장자연 문건을 만들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데 개입했다”며 5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미숙씨 등은 공개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문건등장 ‘조선 사장 아들 술접대’는 사실=그러나 문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방 사장의 아들과 장씨의 룸살롱 자리, 코리아나호텔 방용훈 사장과 저녁식사 자리 등이 있었다는 사실은 모두 법정 등에서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8일 장씨의 로드매니저였던 김아무개씨의 증인신문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1년 12월 이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2008년 10월 28일 자신이 운전해 여의도로 가던중 김종승이 정아무개 감독에게 ‘조선일보 사장 아들이 그 자리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언급했고, 장자연을 증인이 집에 데려다줄 때 장자연으로부터도 그런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고 2009년 경찰 조사 때 진술했느냐는 신문에 “지금 생각해보니 그 진술이 맞다”고 밝혔다.

김씨가 증언한 조선일보 사장 아들은 방정오씨이다. 김종승 전 대표는 지난해 말 법정에서 ‘2008년 10월 말 경 강남구 삼성동 소재 리베라 호텔 맞은 편 티파니호텔 지하 ‘라나이 유흥주점’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차남 방정오씨도 동석한 술자리를 가졌’으며 그 자리엔 김 전 대표, 장자연씨 뿐 아니라 한아무개씨, 한씨의 후배, 방씨 등이었다고 증언했다. 이 자리의 술값 200만 원은 이튿날 새벽 0시53분경 김 전 대표가 결제했다고도 김 전 대표는 시인했다.

한편, 장씨의 전 로드매니저 김아무개씨는 그 술자리에 여성종업원도 보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김 전 대표의 심부름으로 룸에 양주 1~2병을 가져가니 룸에 “남자와 여자가 섞여서 몇 명 있었으며 술집 아가씨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독 그날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김씨는 “그날 주점 밖에서 늦은 시간까지 차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장자연이 차에 와서 누군가와 통화했고, 어머니 기일이라고 하면서 울다가 다시 주점으로 내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승 전 대표는 법정 진술에서 방정오씨의 당일 동석에 대해 “(방씨는) 오래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 대해 “고아무개, 장자연, 한아무개씨 등이 서로 친하다. 장씨가 오디션 끝나고 가다가 한씨를 만난다고 하니 잠깐 왔다간 자리일 뿐”이라고 증언했다.
방정오씨는 지난 2009년 경찰 조사에서 “(술자리에) 늦게 갔다가 일찍 나온 것은 맞다”면서도 “장자연은 얼굴도 모른다. 이 사건은 나와 전혀 무관하다”고 진술했다고 이종걸 의원의 변호인인 안상운 변호사가 전했다.

또한 지난 2007년 10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전 스포츠조선 사장의 저녁식사 자리에 동석한 9명 가운데 장자연도 포함돼 있었다는 법정 증언도 나왔다. 스포츠조선 전 사장의 증언에 따르면, 이 자리엔 당시 CNN 한국지사장, 주한미대사관 공사, 민아무개(여성)씨, 한아무개 사장이 참석했는데, 김종승 전 대표와 40대 연예인 장아무개씨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의 식사비는 방용훈 사장이 냈으며, 장자연씨 데뷔전이라고 스포츠조선 전 사장은 밝혔다.

▷“방상훈 ‘방방 왜 나오나, 찾아내라’”=한편, 사건 직후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스포츠조선 전 사장과 만나 했다는 발언도 재판에서 관심을 모았다. 스포츠조선 전 사장은 조선일보에서 자신을 의심한다며 방상훈 사장을 직접 만났더니 방 사장이 ‘왜 방방이 두 개 나오느냐, 나는 관계없으니 당신이 찾아내라’고 해 자신이 ‘그걸 내가 어떻게 찾아내느냐’고 말했다고 지난해 6월 25일 재판에서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 전했다.

그가 말한 ‘방방이 두 개’라는 것은 김종승 전 대표의 캘린더에 ‘2008년 7월 17일 조선일보 사장 오찬’으로 기록돼 있는 것과 김 전 대표의 컴퓨터에서 나온 지인 가운데 박태규(전 로비스트)에 대해 ‘조선일보 사장 소개’으로 기재돼 있는 것을 뜻한다고 이 전 사장은 설명했다. 스포츠조선 전 사장은 “스케줄표(캘린더) 등에 그렇게 기재된 것을 내가 어떻게 아느냐며 방상훈 사장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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