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식은 비슷하지만, 출발점은 분명 다르다. 뉴스타파와 국민TV방송(가칭) 이야기다. ‘제대로 된 방송’에 대한 열망이 불씨가 됐다는 점은 같다. 그러나 구상도, 방법도, 진행상황도 다르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가운데, 아직은 차근차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각각 다른 길, ‘다른 방송’은 가능할까. 

뉴스타파는 해직언론인들이 모여 만든 ‘대안언론’이다. 지난해 1월27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1주일에 한 차례,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 인터넷을 통해 ‘송출’된 방송은 매회 평균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상파 뉴스에선 볼 수 없는 ‘뉴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뉴스타파는 3월을 목표로 공익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대안언론의 기반을 다지는 게 목표다. ‘시즌2’까지는 변변한 장비도, 사무실도 없었다. 제작진 스스로도 ‘몸으로 때웠다’고 표현할 정도다. 지속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뉴스타파가 후원금을 받기로 결정한 이유다. 법인화 작업도 같은 맥락에서다.

뉴스타파는 2만7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한 상황이다.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는 회원이 존재한다는 건 뉴스타파의 자산이다. 뉴스타파는 이를 바탕으로 별도 사무실을 얻고, 곧 신규 인력도 채용할 계획이다. 7일 오후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최경영 KBS 기자는 “5년, 10년을 내다보고 지속가능한 대안언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제작현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현실적인 조건은 녹록치 않다. 인터넷 상에서 다양한 콘텐츠 유통 채널을 확보해놓긴 했지만, 시청자층은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 기자는 “우선 고품질 콘텐츠를 계속 생산해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에 대한 고민보다는, 일단 콘텐츠에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질만 확보되면 입소문을 통해 시청자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인터넷 환경이 모바일과 스마트TV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 맞게 콘텐츠를 가공하고, 플랫폼을 다양화할 수 있다. 자체 앱(App)도 준비 중이다. 스마트TV 보급이 확산되면, TV로 뉴스타파 같은 인터넷방송을 거실에서 볼 수도 있다. 최 기자는 “지상파·종편 등 기존 방송과 인터넷 방송에 큰 구별이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정상적’인 노동환경을 위해서는 우선 최소한 지금보다 1.5배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제작진의 판단이다. 최 기자는 “현재 후원금 규모로는 인건비와 제작비를 빠듯하게 충당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돈’이다. 뉴스타파의 제작비는 회당 평균 6~700만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한 편에 약 4000만 원이 투입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그마저도 ‘자원봉사’ 수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선 직후 회원 가입신청이 쏟아지면서 살림살이 규모가 부쩍 커졌지만,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분명하지 않다.

국민TV방송(가칭, 국민방송)은 대선 직후 인터넷에서 제기된 ‘지상파나 종편에 대항할 수 있는 공정한 방송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아이디어’에 뜨거운 호응이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종자돈을 마련하자는 인터넷 청원에는 6만5000명 넘는 사람이 참여했다.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없는 상태다. 국민방송은 “아직은 브레인스토밍 단계”라는 입장이다. 대변인을 맡은 이재정 변호사는 7일 “협동조합 형태로 법인을 출범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지만 지금은 주식회사를 비롯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는 단계”라며 “케이블 채널에 진출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고 심지어 종합편성채널을 인수하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종편은 평균 3000억 원 이상의 자본금을 투입했다. 모금으로 모으기엔 큰 돈이다. 케이블 진출도 여의치 않다. PP형태로 등록한다 하더라도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채널을 편성해줄지 장담하기 어렵고, 현행법상 허가대상인 보도전문채널은 더 현실성이 떨어진다. 사실상 고육지책으로 나온 게 ‘셋톱박스 형태의 IPTV’다.

이 변호사는 “케이블 채널 보다는 셋톱박스 형태의 IPTV로 간다는 큰 방향을 잡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조합원이) 10만 명만 돼도 조합비나 연 이용료로 셋톱박스 제작과 설치, 애프터서비스 등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면서 “인터넷 기반이라 실시간 방송은 물론이고 다시 보기와 인터랙티브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종편보다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은 현실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 변호사는 “협동조합 형태로 가게 되면 조합원들에게 셋톱박스를 나눠주게 될 텐데 셋톱박스 연결 방식이나 리모컨 구성 등을 최대한 간편하게 설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당수 가정에 케이블이나 IPTV 등 이미 셋톱박스가 설치돼 있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국민방송 채널 하나를 위해 별도의 셋톱박스와 리모컨을 추가하는 불편을 감수할지는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셋톱박스 형태의 IPTV’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김용민 PD는 “허가나 등록을 받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방송콘텐츠라 하더라도 ‘IPTV법’에 의해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PD는 “다 검토를 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업자’들이 국민방송 측에 접근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모델을 계속 주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10만명을 모으는 것도, 셋톱박스 형식을 구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IPTV 사업을 하는 거대 통신사들은 가입자모집 및 설치, 유지보수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방송이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10만 명의 조합원을 확보한다 해도, ‘국민방송’이라는 애초 목표와는 달리 ‘조합원방송’에 그칠 수 있다.

유료방송업계의 한 전문가도 “셋톱박스 통해 독자적인 TV서비스 제공하겠다는 것은 방송시장을 모르는 치기어린 이상론에 불과하다”며 “IPTV의 전신으로 셋톱박스를 통해 VOD서비스를 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던 셀런TV의 사례가 있었지만, 이 서비스는 결국 지금의 SK브로드밴드로 인수된 하나로통신이 제공하던 하나TV로 인수된 바 있다”며 “별도의 셋톱박스를 통해 영상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사업은 왠만한 자본 규모 이상의 사업자도 거의 엄두를 낼 수 없는 사업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오히려 메시지 전달이 중요한 뉴스콘텐츠이라면, 기존 IPTV서비스에서 교회가 선교수단 등으로 활용하고 있는 CUG(Community User Group)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비용면에서나 시청층 확보 면에서 훨씬 현실성이 있는 접근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방송은 최근 한겨레 ‘하니TV’나 오마이뉴스 ‘오마이TV’,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 등과도 제휴를 맺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변호사는 “우리가 모든 프로그램을 다 만들겠다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국민방송이라는 콘셉트에 맞지도 않다”며 “국민방송을 나꼼수의 확장판으로 생각하거나 특정 정치세력에 편향된 ‘우리들만의 방송’이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와 국민방송이 만날 수 있는 지점도 바로 거기다. 이 변호사는 “뉴스타파 같은 다양한 대안방송을 지원하는 대안 플랫폼으로 키우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기자는 7일 “공식적으로 제안을 받은 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국민방송과 ‘단일화’를 할 계획은 없지만, 안정적 대안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 ‘기존 언론을 바로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 기자는 “뉴스타파는 설립 단계에서부터 진정한 ‘공영방송’이 만들어지는 뜻 깊은 시도”라며 “각자 자기 역할에 따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도 “방송사의 투쟁 동력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걸 안다”면서도 “(국민방송은) 새로운 방송을 만든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치열한 ‘현실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안미디어’ 운동은 늘 존재하고 있었다. ‘국민방송’ 논의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안미디어 운동진영의 한 관계자는 “즉흥적으로 (대선 결과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는 느낌”이라며 “다양한 형태와 철학, 현실적 조건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방송, ‘나꼼수 확장판’ 아닙니다”
[인터뷰] 이재정 국민TV방송 대변인, “뉴스타파와도 제휴, 대안 플랫폼으로 만든다”
 

국민TV방송(가칭)의 대변인으로 선임된 이재정 동화법무법인 변호사는 앉자마자 “‘나꼼수’가 국민방송의 주축이라는 건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터뷰에 앞서 만났던 김용민 나는꼼수다 PD도 “공식적인 입장을 들으려면 나보다는 대변인을 만나는 게 좋겠다”고 발을 뺀 뒤였다. 대안방송을 표방한 국민방송은 나꼼수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으면서도 나꼼수에 발목을 잡힐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 변호사는 “케이블 채널에 진출하자는 아이디어도 있었고 심지어 종합편성채널을 인수하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밖에 RTV를 키우는 게 맞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고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케이블 채널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크고 지상파와는 애초에 방향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는 해직 기자들이 만드는 뉴스타파와 합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우려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뉴스타파 기자들도 뉴스타파와 국민방송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뉴스타파도 후원회원이 3만 명을 넘어선 상태지만 국민방송이 출범하면 동력이 분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이 변호사는 “뉴스타파와 따로 가는 건 절대 아니고 뉴스타파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방송 준비모임은 야권의 대선 참패 이후 지난달 26일 첫 회의를 열고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김용민 PD가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서영석 서프라이즈 대표와 나는꼽사리다 멤버인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고발뉴스 제작자인 이상호 MBC 기자 등이 합류하면서 판이 커졌다. 지난 6일 열린 3차 회의에는 장영승 캔들미디어 대표와 곽동수 사이버대 교수,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차승재 동국대 교수 등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나눴다.

이 변호사는 “협동조합 형태로 법인을 출범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지금은 주식회사를 비롯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는 단계”라면서 “케이블 채널 보다는 셋톱박스 형태의 IPTV로 간다는 큰 방향을 잡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기존의 TV에 채널을 하나 더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전략인데, 역시 이용자들이 이런 방식을 불편없이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이 변호사는 “협동조합 형태로 가게 되면 조합원들에게 셋톱박스를 나눠주게 될 텐데 셋톱박스 연결 방식이나 리모컨 구성 등을 최대한 간편하게 설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셋톱박스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유튜브 등에서 무료로 방송을 볼 수 있지만 거실에서 TV로 보는 건 또 다르다. 자녀들이 조합비를 내고 유튜브로 방송을 보면서 부모님댁에 셋톱박스를 설치해 드리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집집마다 케이블이나 IPTV 등의 셋톱박스가 설치돼 있는 상황에서 셋톱박스를 추가하는 게 효율적이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기존의 플랫폼에 합류하지 못한 신생 매체의 의욕과잉일 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방송은 기존의 플랫폼과는 차원이 다른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다 이를 명분으로 막대한 초기 비용을 충당할 후원금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재정 변호사 ⓒ참세상
 
국민방송은 당초 기성 언론과는 제휴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알려졌으나 최근 회의에서는 뉴스타파를 비롯해 한겨레 하니TV나 오마이뉴스 오마이TV,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 등과 폭넓은 제휴를 맺고 콘텐츠를 확충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국민방송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기도 하겠지만 콘텐츠의 상당 부분을 외부 콘텐츠로 채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기자들을 채용해 직접 방송 뉴스를 생산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이 변호사는 “협동조합이든 주식회사든 국민적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 대중적 지지를 끌어내고 실현 가능한 규모가 돼야 한다는 합의를 끌어낸 상태”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10만명만 돼도 조합비나 연 이용료로 셋톱박스 제작과 설치, 애프터서비스 등의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면서 “인터넷 기반이라 실시간 방송은 물론이고 다시 보기와 인터랙티브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종편보다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콘텐츠일 텐데 우리가 모든 프로그램을 다 만들겠다는 건 가능하지도 않고 국민방송이라는 콘셉트에 맞지도 않다”면서 “국민방송을 나꼼수의 확장판으로 생각하거나 특정 정치세력에 편향된 ‘우리들만의 방송’이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뉴스타파 같은 다양한 대안 방송을 지원하는 대안 플랫폼으로 키우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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