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경악’·‘헉!’·‘숨 막히는’…요즘 온라인뉴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낚시기사의 제목에 들어가는 단어다. 이 단어들은 실제 온라인 뉴스에서 어느 정도 빈도로 쓰일까.

‘고로케’(hot.coroke.net)란 이름의 홈페이지에선 지난 4일부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들을 단어별로 모아 보여주고 있다. 해당 사이트는 신문사 홈페이지 전체기사 목록에 있는 기사를 2~3시간 안에 자동검색 해 특정 단어가 포함된 기사 제목을 자동 수집하고 있다.

사이트에 따르면 ‘충격’이란 단어가 포함된 기사제목은 지난 1월 1일부터 1월 7일 현재까지 192건에 달했다. 눈에 띄는 제목으로는 <신혼인데 속옷도…더러운 아내 폭로 충격>(중앙일보), <20대男 부킹女와 모텔 갔지만…반전에 충격>(한국경제), <박하선·류덕환, 호텔수영장 사진포착!…충격>(매일경제), <이영자 에로영화 찍을 뻔 했다 충격 고백>(이투데이), <충격!, 고영욱, 또 미성년자 성추행?>(뉴스1), <패티김 대기실서 전용 요강 사용 폭로 충격>(스포츠조선) 등이 있었다. ‘충격’이 들어간 단어는 7일(오후 6시 현재) 하루에만 29건이었다.

   
▲ '충격'이란 단어가 들어간 기사 제목을 모아놓은 고로케 사이트의 화면.
 

‘경악’은 어떨까. ‘경악’이 제목으로 들어간 기사는 1일부터 7일까지 71건이었다. <서영이 천호진, 며느리 최윤영 아침밥 맛보고 경악>(스포츠 투데이), <오연서 비키니 상의 벗겨지자…이준 경악>(동아일보) 등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여중생 내 딸, 학교 가서 뭐하나 했더니 경악>(매일경제) 기사의 경우 정부의 교육환경 개선 시설비 예산 비율이 전년보다 6% 감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기사내용과는 상당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헉!’이란 단어도 심심찮게 올라왔다. <송지효 돌방행동, 김종국 엉덩이를? 헉!>(뉴데일리), <고영욱, 손연재 트위터에 남긴 글 봤더니…헉!>(한국경제), <인터넷 하려고…부모 수면제 먹였다가, 헉!>(머니투데이) 등이 자극적인 기사제목에 해당했다. 이들 기사 중에는 사회부 스트레이트를  조회수 올리기용으로 쓰기 위해 일부러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었다. 

‘숨막히는’과 같은 단어 역시 <동부 치어리더, 숨막히는 섹시 쩍벌댄스!>(스포츠투데이), <오은주 이게 바로 숨막히는 뒤태>(이데일리 SPN), <최정원 샤워후 셀카, 숨막히는 외모>(뉴데일리) 등 주로 여성의 사진을 설명하는 기사에 자주 등장했다. 이처럼 자극적인 단어들은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미끼로서 온라인뉴스에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해당 사이트는 언론사에서 쓰는 ‘충격’이란 단어를 두고 “부디 꼭 클릭해달라고 독자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거나 독자를 낚아보기 위해 언론사가 기사제목에 덧붙이는 일종의 주문”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내렸다. 이 사이트는 기사 제목 중 ‘써보니’의 경우 “업체로부터 광고 기사 작성을 의뢰받아 물건을 받아 써보니, 또는 업체에게 광고 기사를 써줄테니 물건을 보내라 요구한 뒤 써보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촌평했다. 

사이트 ‘고로케’를 제작한 이는 평범한 직장인 이준행(프로그래머)씨다. 이 씨는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포털사이트의 트래픽에 기생하는 언론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충격적이지 않은 내용에 충격이란 단어를 붙이는 언론을 보며 이 단어를 얼마나 쓰는지 모아보자고 생각해 충동적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이 사이트를 지난 4일 한 시간 만에 제작했다.

이준행 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주기적으로 충격·헉·경악과 같은 기사제목을 수집했더니 (개수가) 장난이 아니었다”며 “연예인의 가십보다 노동자들의 고공농성과 자살처럼 더 충격적이고 경악스러운 일이 많은데도 언론사들은 선정적인 기사만 보여주며 정작 중요한 이슈는 짚어주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언론의 문제점을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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