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소식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임관혁)는 5일 제주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표현해 해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소된 전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후보 김지윤(29)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다.  

2012년 3월 초 김지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제주 해적기지 반대합니다.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지켜냅시다”라는 글을 남겨 해군을 비롯한 군 관계자들의 강한 비난여론에 부딪혔다.

당시 해군은 ‘해군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씨를 형사 고소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수사에 들어갔고, 보수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4·11 총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해 8월 명예훼손 혐의 없이 모욕 혐의만 인정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이 최종적으로 무죄에 해당하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김씨의 표현은 주관적 평가에 불과해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다. 모욕혐의 역시 해군이라는 집단에 대한 모욕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지윤씨는 5일 미디어오늘과 전화인터뷰에서 “갑작스럽지만 불기소 결과가 나와 굉장히 기쁘다.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많은 분들의 광범위한 노력 덕분”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 김지윤 씨.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씨는 지난해 ‘해적기지’ 표현으로 예상못했던 큰 곤혹을 치루었다. 김 씨는 “처음 고소고발 당해 경찰조사를 받을 때는 전국적인 (비난) 포화가 있어 개인적으로 힘들었지만 강정마을 주민 분들이 ‘조사가 부당하다’며 단체로 도와주시고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광범위한 노력이 이어지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총선 무렵이던 지난해 3월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김지윤씨의 ‘해적기지’ 발언을 연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김씨의 발언을 1면 톱기사로 보도하며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에 대한 보수층의 분노를 전했다. 김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해적기지 표현을 핫이슈로 만들고 나를 굉장히 몰상식한 사람으로 몰아세웠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당시 언론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슈를 키웠다는 의심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김 씨는 “총선이란 시점도 있었고, 당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이 좋아하는 게 해군기지 반대와 한미 FTA반대라면서 우파를 결집하는 시기였다”고 전한 뒤 “해군기지 건의 경우 구럼비 바위 폭파논란으로 여론이 안 좋은 상황이었는데 해적기지 논란을 키운 건 이를 반전시키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2012년 3월 9일자 1면 기사.
 

 

   
▲ 조선일보 2012년 3월 12일자 6면 기사.
 

김 씨는 해군기지 표현 논란을 두고 “개인에 대한 공격 차원이 아니었다. 때문에 나 자신도 개인적 차원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불기소가 나면서 사건 자체는 일단락 됐지만 이슈화시킬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자아내고 공포심이나 두려움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언론이라면 표현의 자유에 대해 더욱 철저하게 반응해야 하지만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그런 고민 없이 정치적으로 움직이며 공격을 쏟아냈다. 해적기지 논란은 보수결집의 수단으로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김지윤씨는 아직 논란이 끝나지 않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강조했다. 김 씨는 제주해군기지의 본질은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것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대선결과를 보면 한국 일본 중국 모두 새로운 지도자들이 강경 우익 성향이다. 일부는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기지 건설은 군사적 긴장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씨는 이어 “강정 주민들은 ‘세계의 평화는 강정에서부터’라고 말하고 있다. 그 말이 맞다”며 “박근혜 당선인이 민생과 복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군사기지 건설에 쓰이는 돈을 복지에 쓰는 것이 진정한 복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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