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비, 이병헌·이민정, 김혜수·유해진, 구하라(카라)·용준형(비스트), 소희(원더걸스)·임슬옹(2AM), 신세경·종현(샤이니), 신민아·탑(빅뱅)…모두 <디스패치> 소속 기자들이 단독 보도했던 커플이다. 하지만 특종이 나올 때마다 파파라치식 보도는 논란의 대상이 됐다. 유명인이란 이유로 사생활을 무단 촬영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디스패치 측은 연예뉴스에 탐사보도정신을 접목시켰다고 자평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각종 논란과 취재방식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디스패치 편집국을 찾아갔다. 디스패치 측은 “파파라치 형식의 취재는 연예인의 열애설을 취재할 때 국한되는 방식이며 스타의 입장에서 사생활 노출은 일종의 ‘팬서비스’ 개념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디스패치는 스포츠서울닷컴 연예팀 출신 기자들이 중심이 돼 2011년 3월 30일 창간한 온라인매체다. 현재 사진기자 4명, 취재기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편집국 기자들이 회사 지분을 절반 이상 소유하고 있는 사원주주형태다. 다른 연예매체와 달리 온라인 트래픽을 통한 광고수익에 의존하지 않고 있다.

연예인 교제 단독보도는 어떻게 이뤄질까. 디스패치에 따르면 기자를 풀어놓고 하루 종일 연예인을 따라다니는 방식은 아니다. 아무 정보 없이 따라가면 계속 기다려야겠지만 그렇게 하기엔 인력의 한계가 있다. 임근호 디스패치 취재팀장은 “집이 어딘데 데이트를 주로 어디서 한다더라 같은 믿을만한 정보가 중요하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김태희 열애의 경우도 한 달 넘게 취재를 했다. 비는 군인이기 때문에 주말을 중심으로 취재했다. 임 팀장은 “우린 최소 한 달을 본다. 3~4번은 만나서 밥 먹는 걸 봐야 사귀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내는 특종이 물리적으로 1년에 2~4건 정도 가능하다는 게 디스패치 설명이다.

   
▲ 서울 강남 논현동에 위치한 디스패치 사무실. ⓒ정철운 기자
 

취재하는 대안언론으로 출발, 평가는?

“뉴스는 팩트다.” 디스패치의 모토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매체가 쏟아내는 글의 대부분이 기사가 아니다. 취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에 반해 디스패치는 연예뉴스의 정론을 추구하는 사실상 유일한 취재매체”라고 평했다.

디스패치의 특종은 주로 연예인 교제 포착이다. 결혼·결별·출산과 같은 특종은 상대적으로 없다. 기존 연예매체와 취재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른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스포츠일간지 기자는 “디스패치는 신흥귀족으로 떠오른 연예인을 사진이란 증거물로 압박하며 대안언론이란 프레임으로 시작했지만 연예매체의 또 다른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스패치는 기존 연예매체의 관행을 비판하며 창간하게 된 것이라 주장했다. 디스패치 기자들은 과거 사회부와 스포츠부, 정치부 등을 출입하다 스포츠서울닷컴 연예부에서 근무하게 됐다. 임근호 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연예계는 기자와 취재원이 형, 동생 사이다. 친한 만큼, 술을 많이 마신 만큼 정보를 준다. 절대 비판이나 견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지나 스포츠지 출신이 만든 인터넷매체가 아니면 연예인 취재 접근도 어려웠다. 견제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우리의 모토는 탐사보도를 통해 팩트를 확인하겠다는 것이지 누구를 만나는지 감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예인이 아니라고 부인을 해도 아님 말고 식으로 확산되는 기사가 여전히 많다”며 “사진으로 기사를 내면 연예인이 부인을 못할 거란 생각에 (디스패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스포츠서울닷컴 시절 내놨던 첫 보도가 2008년 1월 1일 현영·김종민 열애였다.

임근호 팀장은 “다른 연예매체는 한류라는 타이틀 아래 대형기획사의 연예인이나 영화를 홍보하며 정작 자기반성은 없다”고 말한 뒤 “영화 ‘돈의 맛’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기자들을 데리고 칸 영화제를 갈 때 우리는 자비로 갔다. 기자들은 ‘돈의 맛’에 대한 비판적 기사는 거의 안 썼다. 우린 썼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교석 평론가는 “기존 연예매체의 취재는 취재원과의 친밀감에서 비롯된다. 기자들 중 상당수가 끼리끼리 묶여오다가 그들 정서에 안 맞는 취재방식이 나온 경우여서 반감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 어떤 연예인과 친하다는 것이 취재에 전혀 상관없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스패치가 지난 1월 1일 단독 보도한<"김태희·비, 데이트 장벽은?…"외출 시간 쪼개 만나" >기사
 

 

파파라치식 보도 문제 VS 사실 확인 위한 과정… 도는 지킨다 

디스패치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은 ‘파파라치’ 보도다. 익명을 요구한 주요 스포츠일간지 기자는 “기존엔 오랜 신뢰관계를 통해 취재하며 특종을 썼지만 디스패치는 팩트로 취재하겠다면서 파파라치 행태로 말도 안 되는 단독보도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연예인과 기자는 서로 보호해줘야 할 때는 보호하는 공생관계인데 디스패치는 일단 사진을 찍은 다음 당사자 측에 전화를 한 뒤 보라고 한다. 동업자 의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근호 디스패치 팀장은 이에 대해 “외국의 파파라치는 사진으로 돈을 벌지만 한국에선 사진으로 돈을 벌 방법이 없어서 우리를 파파라치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락을 받지 않고 유명인의 사진을 찍는 점에서 파파라치식 사진보도를 하고 있는 것은 인정했다. 임근호 팀장은 다만 “미국은 (파파라치가)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1년 내내 따라다니지만 우리는 사실무근이라는 당사자의 주장을 막기 위한 팩트 용도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디스패치는 파파라치 보도에도 기준이 있다고 했다. 우선 집 안을 찍지 않는다. 공공장소에 해당하는 야외에서만 찍는다. 불륜은 취재하지 않는다. 연예인을 무리하게 따라가지 않는다. 미성년자 아이돌은 찍지 않는다. 톱스타만 찍는다.

임근호 팀장은 “라이징스타는 열애설로 한 번에 갈 수 있어서 적어도 열애설이 나와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톱스타를 중심으로 취재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찍은 뒤에는 소속사를 불러 사귀는 게 맞는지 묻고 많은 사진 중에 비교적 아름다운 사진으로 골라 내보낸다고 했다. 임근호 팀장은 “무리하게 취재했다면 더 많은 특종을 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파파라치 보도에 박수 칠 수는 없지만 단순히 나쁘다는 주장은 도덕교과서 같은 이야기”라며 “파파라치식 보도에는 법과 도덕성의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파라치 언론은 연예산업발전에 따라 자연스레 등장한 것으로, 파파라치의 정도는 결국 독자의 의식수준에 달렸다. 독자들이 어느 정도까지는 흥미로 받아들이고 도를 넘을 경우엔 질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레미제라블>의 앤 해서웨이가 얼마 전 행사장에서 주요 부위가 노출되는 사건을 겪었을 때 언론은 망설임 없이 셔터를 눌렀다. 최근엔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차량을 무리하게 쫓던 파파라치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무분별한 파파라치 행태에 대한 비판여론이 없는 경우 미래의 한국 사회에서도 일어날법한 일들이다.

그렇다면 연예인의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은 정당할까. 디스패치 측은 공인과 유명인의 기준은 논란의 대상이며, 유명인은 자기 행위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인의 위치라는 입장이다. 임근호 팀장은 “팬들의 사랑으로 유명해져 수 십억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자기 사생활까지 지키겠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말한 뒤 “우리도 정말 은밀한 것은 건들지 않는다. 불편함을 넘지 않는 선에서 우리도 공생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스패치는 언론보도의 공익적 측면을 두고서는 “연예인의 가십을 다루는 뉴스에서 공익성을 따지는 것은 넌센스”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연예인 가십에 대한 대중의 욕망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 수많은 연예매체 간의 무한경쟁이 디스패치라는 독특한 매체를 탄생시킨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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