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 YTN 사장이 2일 신년사에서 노종면 등 YTN 장기해직언론인 6명에 대해 “해직자들과 노조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준다면 회사도 원칙을 유지하는 바탕위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배석규 사장은 신년사에서 “편파 저질뉴스가 범람하는 가운데 YTN이 지향해야할 공정하고 품격 있는 뉴스의 전형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한 뒤 “2014년 상암동 시대를 열기에 앞서 올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 지난 4년 동안 YTN 구성원 모두에게 아픔을 주고 상처가 됐던 내부의 갈등과 불신의 고리를 끊어 내는 일”이라고 밝혔다. 

배 사장은 “회사는 지난해 해직자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바라는 사내의 바램과 YTN의 미래를 위해 해직자들과 노조의 인식과 자세전환을 전제로 해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 3월 YTN 주주총회에 참석한 배석규 YTN사장. ⓒ이치열 기자
 

배 사장은 그러나 “해직자들과 노조가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안타깝게도 아무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장이 신년사에서 해직언론인 문제에 대한 해결의지를 보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지만 경영진이 지난해와 같은 입장을 반복한 것을 두고 진정한 해결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YTN노조)는 2일 성명을 내고 “사측이 또다시 해직사태 장기화가 노조와 해직자의 탓인 양 책임을 돌리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노조는 이미 노사 서로가 함께 유감을 표명하고 미래를 위해 해직사태 해소를 위한 조건 없는 협의에 나서자고 제안한 바 있다”며 조건 없는 협의를 다시 한 번 촉구했다.

YTN노조는 “경영진은 자신들의 부당한 가해 행위는 눈감고 ‘노조와 해직자들의 일방적 사과’라는 잘못된 전제만을 고집하며 대화와 협의를 기피한 채 신년사까지 이런 주장을 반복했다”며 유감의 뜻을 드러냈다.

YTN노조는 그러나 “사측이 새해 첫 화두로 해직사태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언급한 뒤 “진정 화합을 원한다면 불필요한 전제를 달지 말고 즉각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정호 YTN홍보팀장은 “회사가 신년사에서 해직문제 해결의사를 밝히며 닫혀 있던 논의를 먼저 제안하면서 물꼬가 트이는 형국”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빠른 시일 내에 노사가 맞대고 협의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배석규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YTN조합원들의 모습. ⓒ이치열 기자
 

김종욱 YTN노조위원장은 “지난해 노조에서 조건 없이 논의하자고 했을 때 회사는 사과를 요구하며 사실상 거부입장을 밝혔다”며 “대화를 해보겠다는 진정성이 있다면 대화에 조건을 달면 안 된다. 양측의 요구조건들은 논의과정에서 충분히 내걸 수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2008년 당시 구본홍 YTN 사장이 이명박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며 공정보도를 위한 투쟁에 나섰던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우장균 조승호 권석재 기자는 그해 10월 6일 해고됐다. 오늘(1월 2일)로 해직 1550일을 맞았다.

2009년 11월 법원은 1심에서 6명 전원에게 복직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011년 4월 법원은 2심 판결에서 노종면·현덕수·조승호 기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이들 3명의 해고가 정당한 근거로 ‘징계 이후 활동’을 들어 논란을 낳았다.

강문대 변호사는 “해고 이후의 정황들은 해고가 정당한지의 여부에 따라서 대응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인데 그걸 근거로 재판부가 해고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해직언론인들은 현재까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두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것 보다 노사가 사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노사가 감정적 앙금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합의의 첫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해직사태 해결을 위해선 서로의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YTN 정상화 및 발전’이라는 대의적 차원에서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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