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갈았으면 줘봐.”

“여기.”

“오케이(OK).”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MBC 월화드라마 <마의>에서 영어단어가 등장했다. 25일 방영분 러닝타임 58분 경 등장한 마구간 장면에서 말을 보러 온 강지녕(이요원 분) 앞에서 마구간을 담당하는 두 마의간의 대화가 오가는 도중 한 관료가 물건을 건네는 이에게 “오케이”라고 말한 것.

대화를 자연스럽게 맞받는 도중 나온 애드리브(대본에 없는 말이나 연기를 즉흥적으로 하는 것)가 평소 쓰던 영어단어로 튀어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극은 시대적 배경을 살리기 위해 배우들의 치아 상태나 손톱, 머리 염색, 소품 등을 꼼꼼히 챙기고 촬영지 부근에 현대식 건물이 없는지 살핀다. 하지만 이번처럼 조선인이 아무 맥락 없이 영어단어를 내뱉는 경우는 흔치 않다.

   
▲ MBC '마의' 25일 방송분에서 영어단어가 등장하는 장면.

사극의 오류는 반복되고 있다. 과거 조선시대를 다룬 MBC 사극 <다모>에서는 노리쇠를 밀어 장전하는 방식의 총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볼트액션’ 방식의 총은 근대에나 등장했다. 조선시대에는 야전이 거의 없었지만 사극에선 촬영 일정상 야전이 빈번한 것도 흔한 오류 중 하나다.

현재 지상파 3사는 <마의>(MBC), <대왕의 꿈>(KBS1), <전우치>(KBS2), <대풍수>(SBS) 등 사극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 사극은 점차 말투나 복장에서 현대를 닮아가는 추세다. 이 추세는 사극의 이질감을 줄이지만 극의 역사적 고증의 오류와 함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마의>의 극본을 맡은 김이영 작가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영어단어를 대본에 쓰지는 않았다. 아마 급하게 촬영하다보니 현장에서도 미처 (애드리브를)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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