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최악의 대선보도’라는 평가를 받은 18대 대선보도는 앞으로 ‘박근혜 5년’ 동안 벌어질 예고편이었을까. 전문가들은 편파보도와 이슈 축소로 요약되는 대선 보도의 특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방송뉴스의 편향성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권의 장기프로젝트였던 언론장악의 수혜를 박근혜 당선자가 톡톡히 챙기면서 ‘방송장악=집권’이라는 인식은 더욱 굳어졌기 때문이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방송을 장악하지 못하면 선거에서 진다는 것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방송을 정권의 소유물로 만드는 것이 고착화될 것”이라며 “정권에 대한 방송의 비판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김재철 MBC 사장은 대선의 성패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방송뉴스는 대선 기간에도 편파방송이란 비판을 받았다. 일례로 박근혜 당선자에 대해서는 웃는 장면을 많이 내보낸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우 찡그리는 모습을 다수 내보낸다거나 박근혜 당선자에 대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해 우호적인 기사를 보도했다.

‘땡박뉴스’가 전할 뉴스의 모습은 ‘이슈 실종’과 ‘약자 배제’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대선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선보도 실종’이었다. 언론 통제가 고도화된 사회에서는 사람들에게 이데올로기와 정책의 방향에 대해 일방적으로 몰고 가기보다는 무관심하게 만든다. 언론들은 보도해야 할 사안들은 다루지 않으면서 관심을 다른 쪽으로 환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명순 동아투위 위원장은 “언론이 우경화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권력자의 편에 섰기 때문에 가난하고 소외된 자의 문제를 보도하는 모습은 거의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슈가 실종되고 약자가 사라진 방송뉴스의 빈자리는 상업적인 프로그램으로 대체될 공산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시사프로그램이 폐지하고 연성화된 생활이슈 프로그램이나 예능프로그램으로 대체한 지난 5년간 방송사들의 행태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물론 지난 5년간 망가진 언론환경을 정상화하라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는 24일자 10면 기사 <‘MBC 정상화 해법’ 박 당선인 대통합 가늠자 될듯>에서 “언론자유의 회복, 특히 공영방송 문화방송 정상화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국민통합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며 박 당선자의 빠른 해법 제시를 촉구했다. 하지만 박 당선자가 이런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방송장악이 집권안정과 권력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여야가 ‘MBC 김재철 사장 8월 퇴진’을 합의했지만 하금렬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의 개입으로 무산된 바 있다.

지금의 언론환경과 박 당선자의 직무유기가 합쳐질 경우 언론자유 박탈은 물론 민주주의 후퇴도 불 보듯 뻔한 결과다. 김서중 교수는 “박 당선자가 언론을 다 장악했다고 과신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유지한다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공간은 줄고 쾌락적인 콘텐츠가 대량생산돼 대다수 사람들의 민주의식은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언론인들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환 교수는 “박근혜 당선자가 언론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결국 언론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당선자는 자신의 정책을 집행할 것이고, 언론인들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지속된 언론파업으로 인한 피로감과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실망감으로 투쟁동력이 약화됐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공정보도를 위해서는 언론노조의 역할이 중요한데 대선 뒤 상당히 기운이 떨어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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