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을 치른 직후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1일 부산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아무개 씨의 자결소식에 이어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8년 전 해고된 이 아무개 씨도 22일 오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한진중공업으로 복직했던 최씨는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졌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158억… 박근혜가 되고… 또 못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오랜 노력 끝에 간신히 복직은 했지만 노조간부인 그에게 ‘158’억원이란 회사의 손배소송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현재 한진중공업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58억원 손배소는 내년 1월 중 1심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무거운 현실 앞에서 그는 문제해결의 마지막 실마리로 기대했던 대통령 선거마저 기대와 다른 결과로 나타나자 삶의 끈을 놓아버린 것이다. 울산에서 자살한 노동자 이 씨는 최 씨의 자결소식을 듣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해고된 뒤 택시를 몰며 참아왔던 ‘사회에 대한 분노’와 ‘처지에 대한 비관’이 최 씨의 죽음을 계기로 폭발하며 그의 생명을 녹아내리게 한 것이다.

부산울산지역 노동자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을 접하며, 우리는 언론노동자들의 현실을 뒤돌아 보지 않을 수 없다. 최 씨의 죽음을 통해 새삼 부각된 노조와 노조집행간부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액이 MBC의 경우, 무려 195억 원에 달한다. 노조간부들의 경우 개인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가 적게는 3천여만 원부터 많게는 1억 2천 5백만원까지 걸려있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절망적인 현실은 언론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것이다. 어디 이뿐만 인가. MB정권하에서 징계를 받은 언론 노동자는 무려 454명이다. 이 가운데 삶의 기반을 빼앗긴 ‘해고자’만 해도 19명에 달한다.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YTN 해고노동자들의 경우, 벌써 4년째 해고자 생활을 하고 있다.   

언론노동자들이 지금 느끼고 있는 절망감의 깊이는 부산 울산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노동자들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역사의 달력을 앞으로 돌려 본다면, 유신정권시절 동아일보 해직언론인들이 80년 ‘민주화의 봄’이 전두환의 쿠데타로 무너졌을 때 느꼈을 그 절망감, 그리고 전두환의 언론통폐합으로 해직된 언론인들이 87년 민주화투쟁 이후 다시 노태우 정권이 선거를 통해 재집권하는 것을 보며 느꼈을 그 좌절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도 언론노동자들은 좌절하고 실망만하고 있을 수 없다. 현실이 주는 절망이 크면 클수록 언론노동자들은 더욱 세차게 겨울철 폭포 아래서 차디찬 폭포수를 맞는 수도자의 마음으로 스스로를 단련하고 깨어있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인다운 언론인에게 주어진 운명이며 사명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이번 대선과정에서 겪은 방송과 언론의 편파성에 분노하며 뉴스타파 등 대안대항언론을 키우자는 운동도 인터넷상에서 펼치고 있다고 한다. 각성한 시민들이 언론 노동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선 직후 벌어지고 있는 방송과 보수언론들의 기사와 보도들을 보면, 국민들이 언론노동자에 거는 기대가 어떤 것인지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하는 화면이 등장하고,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버리고 있는데도, 1단 기사하나, 주요뉴스에서 방송단신 보도 하나 없는 것이 지금 한국언론의 현주소이다. 앞으로 언론노동자가 해야 할 일이 태산 같다고 할 수 있다. 좌절하고 절망하지 말고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찾아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당선인에게 큰 기대는 걸지 않으나 후보 시절의 국민대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언행을 복기해 볼 것을 권유해 본다.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사탕발림’의 언술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당선인 본인의 진정어린 마음이 담긴 공약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잇따른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 그 진심을 당장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대통합은 바로 박 당선인의 당선이라는 현실 앞에 절망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해고언론인들을 먼저 보듬는데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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