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승리로 귀결되자 KBS에서 가장 먼저 ‘친정부’체제 강화를 위한 임원인사설이 흘러나와 내부에서 반발을 낳고 있다. 거론되는 대상이 전현직 보도본부장이어서 KBS가 박근혜 정부에 맞춘 코드인사로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KBS와 KBS 기자협회(회장 함철) 등에 따르면, 대선이 끝난 뒤인 26~28일 중에 부사장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며 이화섭 현 KBS 보도본부장과 고대영 전 KBS 보도본부장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24일 “사장이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혔던 부사장 인사가 이번 주, 늦어도 금요일(28일) 전까지 있을 것이라는 언급이 (사내에) 있다”며 “다만 누가 될지는 전혀 아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KBS 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길환영 KBS 사장의 부사장 등 임원진 인사 추진에 대해 “구성원들의 의사와는 반대로 또 다시 친정부 체제를 강화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다”며 “공영 방송인으로서 이미 사망 선고가 내려진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과 이화섭 보도본부장이 방송 담당 부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고대영 전 본부장은 기자들이 편파·불공정 보도 책임을 물어 실시한 불신임투표에서 70.7%의 불신임을 받아 교체됐으며, 이화섭 현 본부장은 각종 정부비판 프로그램 및 뉴스 누락 책임자로 지목되면서 본부장 임명 당시부터 기자들이 제작거부를 하면서까지 반반을 사왔다. 이 본부장은 특히 이번 대선에서도 대선후보 초청토론회 무산 및 뉴스 공정성 훼손의 책임자로 비판을 받었다.

KBS 기자협회는 “두 사람 모두 이명박 정권 하에서 공영방송 망가뜨리기에 앞장 서 왔고 자질과 능력에 있어서도 낙제를 받은 인사”라며 “이들이 부사장직에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은 정권이 김재철의 MBC에 이어 KBS도 친정부 홍보기관으로 전락시켜 방송 전체를 파탄 내겠다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이것이 박근혜 당선자나 길환영 사장이 내세우는 ‘대탕평’의 인사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그런 인사설이) 떠돌아다니는 얘기로만 알고 있을 뿐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기자협회 등이 자신들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겠으나 출처도 불명확해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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