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5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언론운동은 어디로 가야 할까.

김대중 정부에서 산별체제로 전환해 힘을 키워온 전국언론노조는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라는 언론단체 양 진영과 함께 언론법 개악 반대, 방송의 공공성 쟁취, 언론자유 수호 등 이슈에 집중해왔다.

지난 5년간 언론공공성 후퇴에 따른 장기투쟁이 이어지며 피로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에서도 운동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무얼 해야 할까.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은 “일차적으로 지난 파업들의 성과와 운동의 실천과정에 대해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강택 위원장은 “언론장악에 쫓겨 (언론운동이) 반사적인 대응에 급급했던 측면이 있다”며 “지상파 위주의 운동을 넘어서는 대안을 고민하는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행태가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비롯된 것이란 반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지금은 우리가 뭘 해야 할지 질문을 찾고 던지는 시기”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차기 정부의 목표는 결국 언론을 통한 지지층 확장이다. 그런데 지금 언론운동은 동력을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은 처지”라고 말한 뒤 “더 열심히 싸워야 한다는 구호를 반복하는 것은 현재 의미가 없다. 이 구호에 겁먹을 권력이 아니고, 우리에게 전술전략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지난 4월 16일 언론장악 국정조사 촉구 언론노조 결의대회.
이치열 기자 truth710@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대선 결과를 보면 연령대 높은 분들은 권력의 언론사유화에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파괴력이 없었던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뒤 “현재 언론운동은 상실감을 갖고 있는 유권자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투쟁의 동력 내지는 언론자유에 대한 갈망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전했다.

신태섭 민언련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공영미디어의 구조변동을 추진할 생각이 있다고 본다”며 MBC의 민영화 논의에 주목했다. 신태섭 대표는 “지난 5년 간 방송의 공적 기능이 망가지며 (보수정권은) 재집권에 도움을 받았다”며 “한 단계 더 구조 개편이 이뤄지며 언론노동자들의 저항이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현재로선 호흡을 가다듬고 힘을 모아 복잡한 반성에 이은 전략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진봉 교수는 “운동 전반에 상실감이 큰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싸움을) 멈출 수는 없다”며 “언론의 공영성쟁취라는 합의 속에 투쟁동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어 “새로운 대안방송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영방송을 권력의 홍보방송으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며 언론운동이 투 트랙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규찬 대표는 “지난 5년간 언론연대는 공공미디어연구소를 통한 학적인 연구와 함께 언론사를 만들어 공공미디어사수투쟁을 전개하며 운동의 틀을 넓혀왔다”고 전한 뒤 “지금부터는 우리가 바닥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운동진영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서로 신뢰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태섭 대표는 “편파보도에 대응하고 저항언론인 탄압에 맞서는 한편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은 MBC 정상화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지난 21일 논평을 내고 “박근혜 당선자는 김재철 사장 퇴진을 통한 MBC 정상화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자유 탄압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제대로 할 테니 시민들에게 도와달라는 형태로만 운동이 가능한 것인지, 또는 기자회견 형태의 운동이 갖는 한계는 없는지 운동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화두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밝힌 뒤 “우리 안의 관성을 짚어보며 장기적인 시각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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