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일명 부울경(PK)지역 민심이 과거의 대선과 달라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되고 있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지지율은 40%를 넘겼다. 민주당 대선후보로서는 최초다.

PK지역 언론인들은 과거 PK가 지역색에 따라 표심이 갈렸다면 이번 대선은 지역이 아닌 세대별 표심이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 후보가 부산출신이란 점,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 MB정권에 대한 심판여론 등이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1일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소속 전국 8개 언론사가 9일과 10일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는 부울경에서 40.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56.4%의 지지를 나타냈다. 문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추세여서 마지막 남은 2~3%의 부동층이 문 후보에게 갈 여지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 11월 27일~28일 같은 조사에서 3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야권 단일화 이후 하향세를 겪었다. 그러나 안철수 전 후보와의 부산 공동유세가 있었던 지난 7일을 기점으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 국제신문 12월 12일자 1면 기사.

이현정 부산일보 정치부 기자는 “문 후보는 지지율이 바닥을 친 뒤 안 전 후보와 부산유세 이후 상승세로 올라섰다”고 지적했다. 당시 부산유세는 주최 측 추산 시민 1만 명이 운집했다.

이현정 기자는 “지난 12일 윤여준 전 장관의 TV찬조연설과 김덕룡 전 의원 등 YS계의 지지가 영향을 주며 예전 민주화 성지로서 부산의 위상을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도 분석했다. 실제로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윤여준 전 장관의 연설은 중도층 표심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이 기자는 “박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넘어오진 않지만 3차 TV토론 이후에는 투표를 안 하려던 젊은 층이 문재인을 투표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가 PK에서 40%이상의 지지율을 얻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지난 4·11 총선에서 PK지역 야권 전체의 지지율 합산이 40%를 넘겼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향은 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수년 전부터 진행되어 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PK(부산·경남)지역의 현재 여론은 현 정권이 TK(대구·경북) 중심으로 인력 운용을 해온데 대한 PK지역의 소외감과 함께 신공항 건설 무산과 부산저축은행 사건 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정권 중반부터 강화된 것”이라 밝혔다.

윤희웅 실장은 “이 같은 민심 이반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으로 이어졌다”고 언급한 뒤 “더욱이 안철수·문재인이 이 지역(부산) 출신이어서 지역적 유대감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지적, PK의 야권 민심이 쉽게 소멸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 지난 7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함께 부산에서 유세중인 모습. ⓒ연합뉴스

정상도 국제신문 정치부장은 “양자의 진영대결에서 부울경 지지율 40%가 가지는 상징성이 크다”고 말한 뒤 “선거가 집토끼 지키고 산토끼 한 마리를 잡으면 이기는 상황에서 문 후보의 인품이나 신뢰도에 대한 평이 좋고 안철수 전 후보가 힘을 보탠 점도 (야권 지지층을) 좌절감이나 무관심으로 돌리지 않고 표심로 연결해주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정상도 정치부장은 이어 “(민주화 이후) 지난 25년간 PK는 여당 피로감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야권 표가 모아졌고 이제 야권의 관권은 결집된 표심을 유지하는 것”이라 내다봤다.

PK와 TK(대구·경북)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경북의 한 지역일간지 기자는 “TK지역 주민들은 무조건 박근혜다. TV토론을 봐도 이정희가 박근혜를 불쌍하게 몰아세운다는 식이다. 대구는 박근혜가 돼야 대구에 뭐라도 하나 들어온다는 분위기여서 지지가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이 기자는 “포항에서 김형태 새누리당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만 봐도 TK의 상황을 알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PK의 분위기는 다르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후부터 민주당은 (PK에서) 호남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났다. 민주당 지도부도 호남·영남 할 것 없이 다양하다. 예전에 비해 PK에서 지역감정은 변수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편집국장은 “아직까지 장년층 세대는 민주당을 두고 호남당 내지 좌파라는 고정인식을 갖고 있지만 이번 선거는 지역대결보다는 세대별 투표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부울경 중 경남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제일 낮다는 점을 들며 “부산·울산은 경남에 비해 젊은 층이 많다. 경남은 창원을 제외한 대부분이 장년층 인구”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부울경에서 야권득표율의 관건은 20~40대 투표율이 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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