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애·오상진·손정은…MBC 간판 아나운서’들이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들은 지난 1월 30일 MBC노동조합 총파업 이후 1년째 화면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 조합원들이 파업 이후 ‘보복성’ 발령을 받거나 프로그램 출연에서 배제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MBC 아나운서 조합원들은 ‘불공정방송의 책임자’로 김재철 사장을 지목하고 그의 퇴진과 MBC정상화를 위해 170일간 장기파업에 나섰다. 시청자 상당수는 MBC파업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명 아나운서들이 TV에 나오지 않는 배경 역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업이 끝난 7월 17일 이후에도 문지애 등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MBC노조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 김철진 당시 교양제작국장은 “(문지애·오상진·허일후 등) 기존 MC 3명은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들을 <불만제로>에서 제외한다는 뜻을 밝혔다.

   
▲ 공정방송파업에 나서며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던 아나운서 조합원들의 모습. ⓒMBC노조

다른 파업 참가 아나운서 역시 프로그램에서 배제되거나 보복성 인사발령으로 아나운서국에서 쫓겨났다. <뉴스데스크>의 간판이었던 이정민·손정은 아나운서도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에 나오지 않는다.

이날 개표방송은 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던 신동호 앵커와 권재홍 보도본부장, 황헌 선거방송기획단장, 그리고 파업 도중 업무에 복귀한 뒤 노조를 공개 비판했던 배현진 아나운서가 진행할 예정이다. 개표방송에 참여하는 아나운서 중 ‘파업참가 조합원’은 없다.

이를 두고 MBC노조는 “그저 성실하게 파업에 참여한 이들에 대해 회사는 무더기로 쫓아내고 조직을 분열시키는 것으로 답을 줬다”며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MBC경영진을 비판했다. MBC노조는 “남자 아나운서 중 입사 6년~25년 사이 아나운서들 대부분은 방송현장에서 쫓겨났다”며 “지금 MBC는 얼굴이 사라진 유령 방송”이라고 탄식했다.

파업에 참가했던 아나운서들은 파업 종료 후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우선 아나운서국 밖으로 쫓겨난 이들만 11명이다. 강재형 아나운서는 정직 3개월을 받은 뒤 교육발령을 받았다. 교육발령은 일명 ‘신천교육대’로 불리고 있으며, 파업참가자 상당수가 그곳에 모여 요리·음악·교양수업 따위를 듣고 있다.

김상호 아나운서는 성남용인총국 영업사원으로 발령 받았다가 지금은 교육발령을 받았다. 김경화 아나운서도 교육발령을 받았다. <스포츠 하이라이트>로 낯익은 김완태 아나운서는 대기발령·교육발령을 거친 뒤 미래전략실로 발령났다. 미래전략실은 조합원들의 업무 복귀 직전 신설된 곳으로, 현재 파업참가자 상당수가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불만제로>의 허일후 아나운서도 미래전략실로 발령받은 상태다.

   
▲ MBC노조가 공개한 '사라진 MBC의 얼굴' 11명. ⓒMBC노조

최율미 아나운서는 대기발령·교육발령을 거친 뒤 현재 드라마세트를 관리하는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발령 났다. <특종TV 놀라운 세상>의 김범도 아나운서는 인천총국으로 발령 났다. <출발 비디오여행>의 박경추 아나운서는 대기발령·교육발령 이후 성남용인총국으로 갔다. <섹션TV 연예통신>의 진행자였던 신동진 아나운서, 최현정 아나운서는 사회공헌실로 갔다.

올해 MBC노조 교육문화국장을 맡았으며 KBS 이지애 아나운서의 남편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정근 아나운서는 총파업 종료 후 정직 2개월을 받은 뒤 현재 교육발령 상태다. 문지애, 손정은, 오상진 등  아나운서국에 남아있는 아나운서들 역시 뚜렷한 이유없이 프로그램에서 배제되고 있다. 

MBC노조는 이들 아나운서의 이력과 사진을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뒤 “TV에서 사라진 MBC의 얼굴들이 돌아오는 날이 MBC가 정상화 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노조 홈페이지에 “언론의 공정성을 위해 싸워줘서 고맙다. 제자리로 복귀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 “그리운 얼굴들, 당신들이 돌아와서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한 분 한 분 모두 그립다. 곧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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