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21)씨는 지난 14일에도 새벽 6시까지 밤샘 촬영을 했다. tvN ‘SNL코리아-여의도텔레토비’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1991년 생으로 서울예술대학에 재학 중인 김슬기씨에게 ‘여의도 텔레토비’는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킨 소중한 작품이다. 김씨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역에 해당하는 ‘또’라는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는 올해 처음으로 대통령선거 투표권도 갖게 됐다.

김슬기씨를 15일 낮 12시 서울 상암동 CJ E&M 촬영장에서 만났다. 김씨는 60대의 박 후보를 ‘지나치게’ 귀엽게 묘사한다며 일부 누리꾼으로부터 원성 아닌 원성을 받기도 했다. 유력 대선후보를 묘사하며 갖은 욕설을 퍼붓는 캐릭터 ‘또’는 분명 소화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씨도 처음엔 ‘또’가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아무래도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연기에 지장이 갈 정도로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처음에만 살짝 걱정했을 뿐이었다. 또를 연기할 때는 정치적 색깔을 묻히고 그 분을 똑같이 묘사하는 게 아니라, 풍자를 하면서도 최대한 사랑스럽고 귀엽게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씨는 “새누리당에서 한 번 태클이 온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많은 분들이 지지해주신 덕분에 생각 외로 압박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 마지막 촬영을 끝낸 15일 정오께 김슬기 씨를 상암동 CJ E&M에서 인터뷰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tvN '여의도 텔레토비'의 캐릭터 '또'의 모습. ⓒtvN

신랄한 정치풍자로 ‘여의도 텔레토비’도 위기를 겪었다. 지난 10월 24일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박근혜 후보로 출연한 출연자가 가장 욕을 많이 한다”며 심의제재를 주장했다. 김 씨는 처음 심의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이제 네이버 메인에서 내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생각했을 뿐 크게 걱정은 없었다. 저보단 제작진이 압박을 많이 받았다”며 “더 열심히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압박’은 오히려 프로그램을 살렸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월~10월 평균 1%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여의도 텔레토비’는 심의논란으로 오히려 입소문을 타며 1% 시청률을 가볍게 넘기고 지난 8일 시청률에선 1.92%를 기록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선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지난 11월 13일 ‘여의도 텔레토비’편에 대해 방송언어 위반과 대선후보 품위 손상 여부를 심의 한 결과 방송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다.

김슬기씨는 새누리당의 심의 제재 주장이 “작품에도 좋은 계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라는 캐릭터가 욕을 너무 많이 해서 편파적이지 않느냐는 말이 있었는데 오히려 ‘또를 욕하지 마라’는 분들도 늘어나 인기가 배로 뛰었다. 결국 심의도 안 걸리고 저를 사랑해주고 저희를 지켜주려는 분도 늘어났다.” 김씨는 “(SNS상에서) 정치적 색깔 있는 맨션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 대신 늘 저를 걱정해주시는 분들과 지지해주시는 분들의 맨션을 많이 받고 있어 평화롭게 잘 살고 있다”며 웃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선거기간 중 텔레토비의 ‘또’와 똑같은 캐릭터인 ‘꼭’을 만들어 선거전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새누리당이 ‘또’를 고소했지만 정작 ‘또’를 이용한다. 염치도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투표한다면, 세상 바꿀 수 있어”

김슬기에게 ‘또’ 캐릭터는 남다르다. 그녀는 이 캐릭터를 두고 “제겐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김슬기를 시청자에게 알리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너무 애정이 크다”며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녀는 “‘SNL코리아’의 묘미는 매주 캐릭터가 바뀌는 것인데, 지금까지 (‘SNL코리아’에서) 이렇게 오래한 캐릭터는 처음이었다”며 “드라마 주인공들이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이런 기분이겠거니 싶다. 캐릭터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섭섭함에 마음이 싱숭생숭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의도 텔레토비’ 만의 인기요인에 대해 “아무래도 이렇게 강하게 풍자를 하는 프로그램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걸 귀엽고 웃기게 표현하며 편파적이지 않았던 점이 텔레토비만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의 이 같은 지적은 풍자가 쉽사리 허용되지 않는 시대를 묘사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김슬기씨는 평소 정치인 풍자를 위해 대선 후보들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저는 원래 제 또래들처럼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여의도 텔레토비’를 하면서 정치풍자에 대한 관심을 같고 정치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8일에는 ‘베이비시터 면접’이란 코너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하며 주목을 받았다. 김슬기씨는 “이정희 후보님을 맡게 돼서 하루 종일 대선TV토론 동영상만 봤다.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 뒤 “‘또’를 하고 있는데 이정희 후보를 하려니 자아분열도 있고 관객들도 혼란스러워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할 수 있다고 해서 힘을 냈다”며 웃었다.

21세인 김슬기씨는 올해 처음 대통령 선거 투표권이 주어졌다. 김 씨는 투표를 할 거냐는 물음에 “그럼요. 당연히 합니다”라고 답했고, 스케줄이 바빠서 못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묻자 “에이, 아니에요”라고 손사레 쳤다. 20대인 그녀에게 투표는 어떤 의미일까.

 

 

“20대가 주축이 돼서 더 관심을 갖고 우리사회를 잘 만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힘 있는 젊은 팔팔한 사람들이 좀 더 움직여줘야 10대들도 투표할 수는 없지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다양하게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김씨는 “20대 젊은이들이 방관하는 이유가 우리가 힘을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관심을 갖고 투표하는 것에 의해서 충분히 (세상은) 바뀔 수 있고 등록금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마음이 중요하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한편 김 씨는 18대 텔레토비 동산의 반장은 누가 될 것 같느냐는 물음에 “정말 박빙이지 않을까”라며 웃어넘겼다. 오늘(15일) 밤 11시에는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의 마지막회가 방송된다. ‘또’는 시청자이자 유권자인 시민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여러분, 함께 적극적인 관심으로, 사회를 바꿔 봐요. 투표합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