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동문 수백 명이 “박근혜 동문의 당선은 역사의 후퇴”라며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의 낙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박 후보는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이다. 이들은 온라인에 공식 페이지를 열어 대통령 당선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으며, 오는 17일(월) 기자회견을 열고 이 내용을 공식화 할 계획이다.

1970년대~1990년대 학번의 서강대 동문들은 지난주부터 이번 대통령선거에 대한 의견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같은 의견을 갖고 있는 이들을 알음알음 모았다. 이후 박 후보를 반대하는 페이스북 페이지(http://www.facebook.com/sgantipark)를 개설했다. 개설 하루만에 400명을 모았다. 이들은 오는 16일까지 최대한 많은 동문을 모은 뒤 기자회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이 처럼 행동에 나선 것은 동문으로서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는 공감에서 비롯됐다. 이번 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정욱씨(91학번)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동문들이 모두 처지가 다르지만 다들 박 후보가 유력 대선후보로 올라오며 고민들이 있었다”고 말한 뒤 “신해철(가수) 동문이 지난주 문재인 지지 선언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게나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이치열 기자

서강대 동문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명박 정권 하에 특권을 얻기 위해 대학동문들이 충성경쟁하며 국정을 파탄냈다”고 지적한 뒤 “박근혜 동문이 서있는 자리에는 독재, 부패, 부정, 실정, 남북 대결, 반서민, 친재벌의 대명사인 인사들이 우글대고 있다. 박근혜 동문의 선거본부와 정당이 만들어낼 대한민국의 퇴행적 미래는 상상만으로도 우울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선 안 되는 이유를 두고 “전두환으로부터 6억 원 수수와 이에 대한 세금미납에 대한 의혹, 정수장학회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부일장학회의 강탈과 그 운영에 대한 논란 등 수많은 진실과 합리적 의심에 의해 내려진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성의 요람, 진리에 순종하라는 배움을 준 서강의 지성은 박근혜 동문이 시대정신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한다”며 “박근혜 동문의 당선은 역사의 후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9월 서강대 당국은 수십 개 대학에서 개최되었던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정치적’이란 이유로 불허했다. 이를 두고 동문들은 “서강대의 지성이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도록 만들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서강대 동문인 정욱씨는 “최근 학내에서 친박 성향의 서강바른포럼이란 곳이 생겨서 활동하며 이들이 학부생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들었다”며 “동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바라고 밀어주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 로고.

 

성명서 전문

박근혜 동문께 드리는 서강동문공동서한
“박근혜 동문의 청와대 입성을 반대합니다.”


박근혜 동문께.

통념상, 대학동문이 유력 대선 후보라는 사실은 자랑스러울 법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린 박근혜 동문과 동문이란 사실이 역사의 죄인처럼 남게 되진 않을까 걱정합니다.

서강대의 상징 알바트로스 탑, 그곳에 새겨진 선명한 문구, "오베디레 베리따띠"(Obedire Veritati - "진리에 순종하라")의 철학을 배운 우리는 박근혜 동문 지지에 회의합니다.

이명박 정권 하에 "고소영 내각"이란 단어가 만들어졌지요. 특권을 얻기 위해 대학동문들이 충성경쟁하고, 결국 국정을 파탄내버린 사태를 기억합니다.

최근 서강대학교 당국은 이미 수십개 대학에서 개최되었던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정치적’이란 이율배반적 논리로 불허함으써 서강대의 지성이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서강대는 부끄러운 줄서기 행렬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필요하며, 이러한 선언에는 기꺼이 동참하겠습니다. 이것이 서강의 지성-정의의 실천입니다.

2012년의 대통령선거는, 국정을 파탄낸 이명박 정권의 연장인가 종결인가, 민주주의가 전진할 것인가 퇴보할 것인가, 부패와 부정을 지속할 것인가 공정과 정의를 실현할 것인가, 남북한의 대결을 지속할 것인가 평화체제로 전환할 것인가, 서민을 위한 경제의 진전인가 답보인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선거입니다.

슬프게도 박근혜 동문이 서있는 자리에는 독재, 부패, 부정, 실정, 남북 대결, 반서민, 친재벌의 대명사인 인사들이 우글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박근혜 동문이 있습니다. 박근혜 동문의 선거본부와 정당이 만들어낼 대한민국의 퇴행적 미래는 상상만으로도 우울합니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파괴하였던 독재자의 딸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부모를 선택할 권리가 없고, 박근혜 동문 또한 독재자(The Dictator)의 딸로 태어날 선택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두환으로부터 6억원 수수와 이에 대한 세금미납에 대한 의혹, 정수장학회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부일장학회의 강탈과 그 운영에 대한 논란 등 수많은 진실과 합리적 의심에 의해 내려진 결론입니다.

지성의 요람, 진리에 순종하라는 배움을 준 서강의 지성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박근혜 동문은 시대정신에 부적합한 인물이란 것입니다. 진리에 순종하라는 서강에서, 진리를 파괴하는 국가지도자가 배출되는 비극이 발생할까 노심초사합니다. 그래서, 소리내어 말합니다.

"박근혜 동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반대합니다. 박근혜 동문의 당선은 역사의 후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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