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지난 5년간의 언론장악 역사를 똑똑히 기억해 주시고 반드시 심판해 달라. 언론의 자유와 독립,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며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호소했다.

언론노조는 12일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5년간 언론노동자들은 치열하게 싸웠지만 권력 앞에서 언론자유를 끝끝내 지켜내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밝힌 뒤 “미완의 투쟁은 오늘 최악의 대선 불공정보도로 이어지고 말았다”며 침통한 상황을 전했다.

언론노조는 “1만 5천 전국 언론노동자들은 반민주 정권이 또다시 연장된다면 언론자유와 공정보도, 건강한 미디어생태계는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번 대통령선거를 통해 △낙하산 사장들을 퇴진시키고 언론자유를 훼손시킨 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고 △해고와 징계로 고통 받고 있는 언론인들을 원직 복직시키고 △더 이상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장악이 반복되지 않도록 항구적인 언론 독립을 보장할 법과 제도를 만들고 △권력과 자본에 장악된 미디어 생태계를 바로세우기 위해 균형적인 미디어 발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호소했다.

다음은 언론노조의 성명 전문.

 

   
▲ 지난 4월 16일 언론장악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언론노조의 집회현장. ⓒ이치열 기자

온 힘 다해 싸웠지만, 죄송합니다.

언론장악 5년, 이제 국민들이 심판해 주십시오!

 

지난 5년, 언론노동자들은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머리가 터지고 손발이 뒤틀리는 폭력 앞에서도 결코 자존감을 잃지 않고 결사적으로 싸웠습니다. 펜과 마이크를 빼앗아가려는 강압에 맞서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싸웠습니다. 그러나 염치조차 망각한 포악한 권력 앞에서 언론자유를, 언론의 민주주의를 끝끝내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미완의 투쟁은 오늘, 최악의 대선 불공정보도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지난 5년, 정권의 언론장악 책동은 정말 지독하고 집요했습니다. 취임 첫해부터 공영방송에 낙하산 사장을 투하하더니, 임기 말까지 이 뻔뻔한 행태는 줄기차게 지속됐습니다. 이병순, 김인규, 길환영, 김재철, 구본홍, 배석규, 박정찬 등이 정권이 투하한 낙하산들의 이름입니다. 이들은 공영언론사에 ‘입성’하자마자 공정보도의 전통과 기틀을 일거에 무너뜨렸습니다. 언론사 주요 간부진들까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채워 넣었고, 공정보도를 요구하거나 양심있는 목소리를 내는 언론인들에겐 징계와 좌천을 일삼았습니다. 이른바 소셜테이너들이 방송에서 대거 쫓겨났고, 권력과 자본을 비판하는 프로그램들은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방송과 보도에서 언론 본연의 역할인 비판성은 철저히 거세됐습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언론노동자들은 들불과 같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수천명의 언론인이 참여한 수백일 동안의 장기파업이 전국에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소통을 거부한 포악한 정권은 언론인들의 바른 소리를 귀담아듣기는커녕 무차별적인 해고와 징계의 칼춤을 추며 ‘폭력 진압’에 나섰습니다. 454명! 지난 5년 동안 해고와 징계를 당한 언론인들의 숫자입니다.

지난 5년, 간교한 정권은 언론 탄압과 동시에, 미디어 지형을 재편해 항구적인 정권 재창출을 꾀하고자 혈안이 되었습니다. 온갖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미디어악법을 날치기함으로써 조중동 족벌언론에게 종편을 허용했습니다. 의무재전송, 황금채널, 광고직접영업 등 온갖 특혜를 부여해 조중동 종편에게 날개를 달아주려 했습니다. 미디어재벌, 통신재벌들에게는 각종 규제를 무책임하게 풀어주면서 오로지 돈의 논리로 미디어 지형을 왜곡시키려 했습니다. 반면 신문 산업 지원은 나몰라라 하고, 지역 언론의 무리한 통폐합을 꾀하면서 매체 간 균형발전의 가치를 파괴하려 했습니다. 오로지 정권재창출만을 앞세운 미디어 정책으로 말미암아 지난 5년 미디어 생태계는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국민의 건강한 알권리가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할 미디어 생태계가 날이 갈수록 약육강식의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1만 5천 전국의 언론노동자들은 이런 반민주 정권이 또다시 연장된다면, 언론자유는, 공정보도는,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는,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주저할 여유도, 시간도 없습니다. 언론노동자들 앞에는 이 땅의 언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쟁취해야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낙하산 사장들을 퇴진시키고 언론자유를 훼손시킨 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는 일이 그것입니다.

해고와 징계로 고통받고 있는 언론인들을 원직 복직시키고 그 명예를 회복케 하는 일이 그것입니다.

더 이상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장악이 반복되지 않도록 항구적인 언론 독립을 보장할 법과 제도를 만드는 일이 그것입니다.

권력과 자본에 장악된 미디어 생태계를 바로세우기 위해, 균형적인 미디어 발전 정책을 수립하고 현실화하는 일이 그것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싸워왔듯이 언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최후의 싸움 역시 모든 것을 걸고 결연히 임해나갈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국민 여러분들에게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우리 사회의 결정적 변곡점이 될 이번 대선에서 지난 5년 언론장악, 그 유혈의 역사를 똑똑히 기억해 주시고 반드시 심판해 주십시오. 언론의 자유와 독립,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십시오. 작은 목소리 하나까지도 소중히 여기는 민주 언론의 지엄한 가치를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 언론장악 세력에 대한 국민적 심판으로, 오욕의 언론 역사를 씻고 독립 언론의 자유가 만개하는 새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우리 1만 5천 언론노동자들, 국민들의 염원을 안고 끝까지 싸워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2012년 12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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