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우월주의와 국가사회주의를 선전했던 독일나치당의 요제프 괴벨스는 1930년대 당시 최신식 미디어였던 영화와 라디오를 이용해 독일사회를 계획대로 통제했다. 독일 국민들에게 라디오는 세상을 연결하는 편리한 도구였지만, 동시에 선악에 대한 판단을 주입시키고 국가폭력에 대한 자발적 동의를 이끌어내는 수단이 됐다.

미디어가 고도화된 현대사회에서 세상을 연결하고 통제하는 것은 무엇일까. 디지털미디어 전문기자인 카르스텐 괴릭은 저서 를 통해 구글과 페이스북이 전 세계를 장악했다고 주장한다. 이들 거대 IT기업이 개인의 정보를 많이 갖고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용자는 제러미 밴담의 파놉티콘(원형감옥)처럼 감시자 없이 스스로를 감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페이스북의 창립자인 주커버그에 대해 “그에게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스스로 정보를 공개하는 트랜드를 유도하는 비밀스러운 미션이 있다”고 말한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정보와 생각, 사진을 맡긴이들이 지난 10월 10억 명을 돌파했다. 설정에 따라 누구나 페이스북 회원의 나이, 성별, 주거지, 학력 등을 알게 됐다.

페이스북은 약관을 자주 변경하며 개인정보유출을 유도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친구를 추천해주면 실제로 아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는 사실 공포에 가깝다. 그와 내가 친분이 있는 걸 페이스북이 어떻게 알았을까. 저자는 “페이스북이 이미 비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알고 있으며, 이 정보를 기존 회원의 가입 정보와 결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페이스북은 탈퇴를 해도 개인정보가 남는다. 완전한 정보 삭제를 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복잡한 과정을 거친 뒤 실제 데이터가 삭제됐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SNS 쇼크'. 카르스텐 괴릭 지음. 박여명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이뿐만 아니다. 저자는 페이스북이 다양한 정체성을 제한한다고도 우려한다. “페이스북엔 토론의 장이 없다. 덕분에 우리는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버릇없는 말을 내뱉을 수 있는 자유를 잃었다.” 이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그 곳에선 누구도 규범을 벗어나지 않으며,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다.

페이스북과 함께 부상한 또 하나의 ‘두려움’은 구글이다. 구글은 검색, 이메일, 지도를 장악했으며 어느덧 이동통신시장에 들어왔고 인터넷 브라우저 크롬을 내세웠으며 현재 미니컴퓨터 운영체제까지 개발했다. 이제 구글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저자는 구글이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하지만 구글의 궁극적 목표는 광고를 팔기 위함이라고 강조한다. “눈앞에 나타나는 광고는 방금 전 우리가 입력한 검색어와, 인터넷 사용패턴, 과거의 검색어 등을 구글이 알고 선정한 것이다. 일종의 맞춤형 광고다.”

책에 따르면 쿠키(방문 기록 정보)는 방문한 웹사이트의 정보와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IP주소를 저장해 우리의 인터넷 사용 패턴을 기록한다. 구글 이메일 계정은 많은 사용자 정보를 요구하며, 구글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엔 사용자 계정과 신용카드 번호를 가져간다. 구글이 개발한 ‘스트리트뷰’에선 연인의 연애현장과 모텔을 나오는 남자가 등장하게 된다. 

구글에 접속한다는 건 곧 내 정보를 다른 이에게 드러내는 걸 의미한다. 2010년 당시 한 구글 직원은 10대의 채팅내용을 훔쳐보고 전화통화까지 도청했다. 저자는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정보가 보호될 거라 믿는 것 뿐”이라고 말한 뒤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시작되면 사용자의 권리는 파멸에 이를 것”이라 우려했다.

답은 없을까. 저자는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거대 IT 자본의 손에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 이들의 정보수집요구를 막을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정보를 요구한다면 우리도 그들에게 어떤 정보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밝히라고 요구해야 한다. 더욱이 국가는 언제나 감시 밖에 있는 개인정보를 원한다. 만약 괴벨스 같은 이가 출현해 IT기업에서 수많은 개인정보를 얻게 된다면 거대권력의 프로파간다는 훨씬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구글·페이스북과 싸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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