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숙고를 끝내고 지난 6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위한 본격 지원에 나섰다. 지난 11월 23일 안 전 후보가 후보 사퇴 뜻을 밝힌 지 13일 만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안 전 후보의 이번 결정을 두고 ‘구원 등판’격으로 표현했다.

조선·동아는 안 후보의 지원이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반면 한겨레·경향은 대선판을 흔들 것이라 내다봤다. 실제 지지율 추이의 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철수 전 후보의 본격 지원에 대한 태도는 비슷하지만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모든 언론은 안 전 후보의 행보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대결이 초박빙으로 전개될 것이라 예측했다.

다음은 7일자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안 “정권교체 위해 문 적극 돕겠다”>
국민일보 <안철수 드디어 구원등판…“조건없이 文지원”>
동아일보 <安 “文 전폭 지원”…보수-진보연합 대격돌>
서울신문 <安 “조건없이 文돕겠다” 전격 구원등판>
세계일보 <안철수 “조건없이 문재인 지원”>
조선일보 <사퇴 13일만에 문재인 손 잡아준 안철수>
중앙일보 <문·안 “대선 후에도 긴밀 협의”>
한겨레 <손잡은 문재인·안철수, 오늘 부산서 동시 유세>
한국일보 <安 “조건 없이 文 돕겠다”>

안철수, ‘문재인 전폭지원’ 선언…대선 최대 분수령으로

   
▲ 동아일보 1면 기사.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는 6일 정권교체를 위한 공동 선거운동에 합의했다. 안 전 후보는 “오늘이 대선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많은 분들의 열망을 담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안 전 후보 합류로 진보 대 보수의 명실상부한 1대1 구도가 성립됐다”면서 “승부는 이제 원점에서 시작”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안형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문재인의 ‘운명’이 ‘안철수의 생각’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고 촌평했다. 동아일보는 이를 두고 “두 사람의 저서 제목을 따서 안 전 후보에게 의존하는 문 후보의 상황을 풍자한 것”이라 전했다.

안 전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시민들과 만날 것이며, (민주당) 유세차량에 올라가거나 연설을 할지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첫 공동 유세지는 부산경남(PK)이다. 이곳은 문 후보와 안 전 후보의 고향인 동시에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후보 지원을 선언하면서 대통령선거가 사상 유례없는 보수우파연합 대 진보좌파연합의 맞대결 양상이 됐다”고 평가했다.

동아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이인제 전 대표가 이끌던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을 성사시킨 데 이어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보수층 인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밝힌 뒤 “여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당내 비박(비박근혜)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의 지지를 차례로 이끌어내며 ‘보수우파연합’을 완성했다”고 보도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보수진영 대선후보가 1명만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동아는 “이에 맞서 문 후보 측은 6일 오전 진보정의당과 재야 명망가, 시민사회세력을 망라한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를 구성하고 오후엔 안 전 후보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으면서 ‘진보좌파연합’에 화룡점정을 찍었다”고 전했다.

동아·경향, “보수-진보연합 대격돌”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오늘이 이번 대선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규정한 안 전 후보의 메시지를 두고 “문 후보를 향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 것이자, 촉박한 시간 속에서 그동안 흔들렸던 지지층을 향해 강력한 ‘결집’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 분석했다.

6일 완성된 단일화 정상화의 내용은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한 협력, 그리고 대선 후 공조’ 합의로 요약된다. 경향은 이를 두고 “‘안철수 정치’의 상징인 새 정치 의지 확인을 통해 공조를 복원하고, 대선 후에 대한 기약을 통해 ‘선거만을 위한 단일화’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라 강조했다.

경향은 이어 “이로써 대선전은 그동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문 후보 간의 ‘불안전한 양자 대결’에서 ‘온전한 여야 양자 대결’로 불붙게 됐다”며 “단순히 ‘박 대 문’의 싸움이 아닌 ‘진영 대 진영’의 진검 승부로 가게 됐다”며 동아와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경향은 안 전 후보의 지원 결정 배경에 대해선 “안 전 후보가 밝혀온 ‘국민과의 약속’에 대한 의무감과 자칫 정권교체에 실패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그의 결심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안 전 후보가 말로만 문 후보를 지원하고, 이것이 균열로 비치면서 정권교체에 실패할 경우 안 전 후보가 져야 할 ‘책임론’의 무게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

최종 결심까지 걸림돌로 남아 있던 몇몇 문제들이 해소된 것이 지원의 명분을 준 점도 주요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이견으로 비쳐온 ‘의원 정수 축소’ 문제에 문 후보 측이 이날 오전 ‘조정’이란 단어로 유연성을 준 것이 돌파구로 작용했다.

한겨레, “安, 文후보 패할 땐 공멸 위기감”

   
▲ 한겨레 2면 기사.

11월23일 안 후보의 사퇴로 형식적 단일후보가 결정된 뒤 안 전 후보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안 전 후보가 마음을 돌린 배경은 뭘까?

한겨레는 2면 기사에서 “그가 행동을 주저했던 것은 명분이 부족했고, 그런 상황에서 움직여봤자 지지층에 미치는 효과도 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안 전 후보는 문 후보가 6일 오전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정치개혁을 약속하고,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의원 정수 축소 조정 등을 책임지고 실천하겠다고 밝힌 것을 ‘명분’으로 삼은 듯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정수 축소 문제가 지원유세를 머뭇거릴 정도로 중요한 사항인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다. 이를 두고 캠프 관계자들은 이 문제가 정치혁신의 상징으로 돼 있다고 설명한다. 안철수 전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합의한 새정치공동선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국회의원 정수 조정’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겨레는 “문 후보와 민주당의 정치혁신에 대한 명확한 약속이 없는 상태에서는 지원유세를 하더라도 안철수 지지층이 따라온다고 장담할 수가 없었다”며 안 캠프의 한 관계자 말을 빌려 “민주당은 안철수 지지자들이 자판기처럼 동전 넣고 버튼 누르면 표가 나오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文·安 두 후보에게 “흔들림 없는 연대로 새 정치 여망을 받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겨레는 “대선을 불과 12일 남긴 상황에서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두 사람이 애초 국민 앞에 약속한 단일화의 완성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단일화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었고, 후보 사퇴 이후 여러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안 전 후보가 훌훌 털고 문 후보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라고 평했다.

한겨레는 “안 전 후보는 남은 선거운동 기간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는 자신의 말대로 있는 힘을 다해 문 후보를 성심성의껏 도움으로써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큰 정치인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이어 “문 후보는 안 전 후보의 지원을 이끌어낸 만큼 범야권의 결속을 더욱 다지는 한편, 국민에게 감동과 신뢰를 주기 위한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 “安 측근들 문국현 이야기까지…”

중앙은 4면 기사에서 안 전 후보의 결정 배경을 두고 “문 후보가 안씨 집 앞에서 30분간 기다리다 발길을 돌린 게 역설적으로 회동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중앙은 민주당의 한 관계자 말을 인용해 “범야권 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대선 패배 시 책임 추궁을 염려했을 수도 있다”며 “아깝게 질수록 그런 비판 목소리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향후 안씨의 정치적 미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중앙은 이를 두고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안씨에게 강한 압박 요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안 전 후보의 측근들은 “지지층의 70%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범야권 성향이므로 이들의 기대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꾸준히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에 따르면 일부 인사들은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 사례까지 언급하면서 “대선 정국에서 ‘독자행보’를 펴다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고 한다.

문 후보의 ‘거국내각’ 카드도 유인책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 후보는 이날 ‘새정치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집권하면 지역·정파·정당을 넘어선 초당파적 거국내각을 구성한다는 마음으로 드림팀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중앙은 이에 대해 “민주당만의 정부를 꾸리지 않겠다는 선언”이라 평한 뒤 “안 씨 입장에선 국정운영의 한 축을 끌어낼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할 여지가 생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조선, “안철수 지지로 문재인 지지율 오를 것”

   
▲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문 후보에게 3~4% 정도의 지지율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대선을 13일 앞두고 이뤄진 안 전 후보의 지원 결정이 단일화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타이밍을 이미 놓쳤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은 박 후보가 문 후보에게 3~7% 정도 앞서고 있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의 6일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44.3%, 문재인 후보는 38.8%로 5.5%차이였다. 조선은 “안 전 후보 사퇴(지난달 23일)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는 두 후보 간 격차가 3.6%였는데 열흘 만에 2%가량 더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그러나 “이 조사에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할 경우 누구를 지지하겠느냐고 묻자 박 후보 42.9%, 문 후보 43.7%로 나타났다”며 “전문가들은 안 전 후보 사퇴 후 그의 지지층이 박 후보, 문 후보, 부동층 등으로 갈렸는데, 이 중 부동층으로 간 사람 중 상당수는 문 후보 지지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번 대선은 박·문 두 후보 간 1%이내의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안 전 후보 지원은 대선판을 흔들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문 후보가 3~4%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조선은 사설에서 “안 씨가 문 후보를 만나 지원을 약속하기 하루 전인 5일만 해도 안씨는 문 후보가 자기 집에 찾아올 것이라는 전갈을 받고도 문 후보를 만나지 않았다”며 “ 지난 한 달 동안 두 사람이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날 때마다 대선판은 널뛰기를 했고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도 함께 어지럼증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안 씨가 마음을 정했다면 이제 국민에게 그간의 사정을 납득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설명을 하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중앙도 “박근혜·문재인 지지율 예측불허”

중앙일보 역시 3면 기사에서 박근혜·문재인 후보간 지지율이 예측 불허로 갈 것이라 내다봤다. 중앙은 “안철수·문재인의 단일화 협상이 시작된 게 11월 6일. 그로부터 꼭 한 달 만인 6일 두 사람의 단일화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우여곡절 끝에 표면상 단일화가 완성된 셈”이라고 평하며 이후 추이를 분석했다.

한국경제신문(7일 보도)과 글로벌리서치가 5일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박 후보의 지지율은 47.6%로 문 후보(43.8%)를 4%가량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안 씨가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할 경우 46.6%(박 후보) 대 46%(문 후보)로 초박빙 상태가 된다고 나왔다. 중앙은 이 사실을 전하며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같은 기간 조사도 ‘안철수의 지지’가 문 후보의 열세를 박빙으로 되돌려놓는다”고 보도했다.

중앙은 안철수 전 후보의 등장 시점에 주목했다. 오마이뉴스(6일 보도)와 리서치뷰가 5일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재집권(47.4%)이 정권교체 의사(44.9%)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중앙은 “지지율 격차뿐 아니라 문 후보의 슬로건인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한풀 꺾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였다”고 지적한 뒤 “안 씨의 지지 표명으로 문 후보 캠프에는 희색이 돌았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의 분석도 마찬가지다. 4면 기사에 따르면 MBN과 한길리서치가 지난 4~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지원’이라는 전제가 없을 경우 박 후보가 46.5%로 문 후보(40.5%)를 6.0% 앞섰다. 그러나 ‘안철수 지원’시 박 후보와 문 후보는 44.3%, 43.3%로 1.0% 차 초접전 구도로 바뀌었다. 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11월30일~12월1일 조사에서도 안 전 후보가 지원에 나서면 박 후보는 44.9%에서 43.1%로, 문 후보는 40.4%에서 47.7%로 역전됐다.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수도권과 젊은층에서 ‘안철수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남권에서도 안 전 후보 지원 효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안 전 후보 지원이 문 후보가 박 후보에게 뒤지는 지지율을 단숨에 역전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흐름을 반전시키는 데는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은 “안 전 후보 사퇴 전후 박 후보의 지지율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전했다.

안씨는 7일 첫 지원 유세지역으로 고향인 부산을 택했다. 부산은 문 후보의 고향이기도 하다. 중앙은 이를 두고 “둘이 함께 고향에서 유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 풀이했다. 문 후보 측은 공식 선거운동 개시 전 이미 안씨가 등장하는 TV-CF를 제작해 놨다. 안씨의 지지 표명에 따라 문 후보 측은 안씨의 이미지와 육성을 선거전에 사용할 예정이다. 결국 관심은 안 전 후보의 지원이 부동층과 2030세대의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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