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일보가 지난 19대 총선에 이어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편파보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대선보도 모니터단이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27일까지 한 달간 조선·중앙·동아·한겨레·경향 등 종합일간지 다섯 곳의 대선보도를 조사했다. 민언련은 조사 결과 조중동이 △야권 후보단일화 폄훼 △익명취재원을 통한 야권 분열 조장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띄우기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조사기간 동안 후보단일화 관련 사설은 조선이 14개, 동아가 13개, 한겨레·경향이 12개 나왔다. 한겨레·경향은 단일화의 과정과 내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반면 조중동은 후보단일화가 △정책선거를 막고 △유권자 권리를 침해하며 △민주주의 발전을 후퇴시킨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공약협의에 대해 “원칙 없이 국민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쪽으로 가면 노골적인 대중 영합주의”(9일)라고 지적했다. 중앙은 “조직 동원과 여론몰이, 패권적 압박에 의한 단일화방식을 안철수 후보가 승복하기 어려울 것”(16일)이라고 적었다. 동아는 “두 후보가 공유하는 철학은 두 사람이 합쳐야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수의 철학’”(7일)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단일화 비판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단일화를 요구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7일자 기사 제목으로 <야권은 3곳 2차 단일화…범(汎) 보수는 제로>라며 우파세력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비중 있게 실었다. 당시 김무성 전 의원은 “왜 우파는 못하냐”며 단일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10곳 뒤집을 수 있다” 우파 단일화 목소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사실상 보수층의 단일화전략을 주문했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 교수(언론정보학) 연구팀은 <신문의 제19대 국회의원선거 보도내용분석>(한국언론진흥재단, 2012)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보수신문은 야권 단일화에 따른 보수진영의 단일화를 촉구하거나 단일화 무산의 아쉬움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총선 때는 우파 단일화를 주문하던 조중동이 정작 야권이 단일화 논의를 할 때는 정략적이라고 비판한 셈이다.

민언련은 조중동이 야권 단일화 이전·이후에도 양측의 분열을 조장해왔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 말을 통해 “호남지역에서 안 후보가 양보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대량 살포되고 있다”(15일)고 보도했다. 단일화 룰 협상이 깨진 뒤에는 민주당 관계자 말을 인용해 “안 후보 측이 여론조사 흐름이 불리하게 돌아가니까 그 흐름을 끊자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보도했다.

익명관계자를 이용한 기사는 총선 당시에도 문제가 됐다. 김춘식 교수 연구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기사 한 건당 평균 익명 취재원 인용건수가 0.72건으로 신문사 중 제일 비중이 높았다. 동아는 0.51건, 중앙은 0.4건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경향은 같은 조사에서 0.6건, 한겨레는 0.51건을 기록했다.

민언련 유민지 활동가는 조중동의 야권단일화 보도에 대해 “안 후보 지지층에게는 민주당 불신을 조장하는 한편, 민주당에겐 안 후보 측이 도를 넘었다는 불만을 양산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고 분석했다. 유민지 활동가는 지난 23일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26일과 27일 양일간 조중동이 안 후보 사퇴를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으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안 후보 측 관계자 말을 인용해 “안 후보가 사퇴 기자회견 직전 캠프 내부 인사들에게 ‘내가 아는 문 후보도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동아도 캠프 관계자 멘트라며 “문 후보는 기존 친노와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은 행태를 보이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익명의 관계자 발언은 진위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다. 

이와 함께 지난 한 달 간 조중동은 ‘박근혜 여성대통령론’을 띄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게 민언련의 분석이다. 박 후보는 지난 10월 27일 “여성 대통령 탄생이야말로 가장 큰 정치쇄신”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박근혜 여성대통령’ 보도건수는 지난 한 달간 한겨레 9건, 경향이 10건으로 나타났으나 조선은 15건, 동아는 22건, 중앙은 13건으로 나왔다.

한겨레·경향이 주로 ‘여성대통령’ 이슈를 단순 언급한 반면, 조중동은 제목에서부터 ‘여성대통령’을 강조하며 적극 부각하는 기사가 3사 합쳐 25건에 달했다. 조선은 30일 사설에서 “대통령이 여성이라고 국방·안보 문제에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지적했고, 중앙은 6일 칼럼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의미”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겨레는 17일 “박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끊임없이 자극하면서 가부장적 국가체제와 결별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중동은 이외에도 ‘투표시간 연장’ 논란에 대해서도 무시로 일관했다. 이는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 입장인 새누리당의 이해와 맞아떨어진다. 지난 한 달간 투표시간 연장 관련 보도건수를 분석한 결과 한겨레는 24건, 경향은 40건에 달했으나 조선·중앙·동아는 각각 3건, 5건, 13건에 그쳤다. 유민지 활동가는 “투표시간 연장이 의제로 떠오르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보인 것”이라 해석했다.

김춘식 교수 연구팀은 19대 총선 보도를 분석하며 “신문을 신뢰한다는 응답률이 2000년 24.3%에서 2011년 11.8%로 떨어졌다”고 지적한 뒤 “신문은 정치적·사회적 문제를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는 것보다 정치인 혹은 정당 가운데 누가 그러한 문제를 전략적으로 잘 다루는지에 관심이 많았다”고 우려했다. 연구팀은 “부적절한 정치뉴스 생산관행은 유권자로 하여금 정치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이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수 언론의 보도행태는 총선 때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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